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2.11 05:05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광주형 일자리는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큰 뜻을 품고 시작된 사업이다. 하지만 광주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경차를 판매할 시장이 점차 축소되며 출범 초기부터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노동계의 광주형 일자리 불참선언으로 노사상생의 의미마저 훼손됐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2021년 9월 자동차 양산을 목표로 지난해 9월 법인을 설립했다. 같은 해 12월 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현대차는 530억원을 출자한 2대 주주로 ‘경영권 없는 비 지배 투자자’로 광주글로벌모터스에 경차급 SUV를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최대 위협요인은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만들려는 경차 시장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공장은 연산 7~10만대 물량의 경차를 생산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지만 현재 경차 판매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지난 1월 내수시장에서 팔린 차량 9만9000여대 중 모닝, 레이, 스파크 등 국내 경차 판매는 7800여대에 그쳤다. 경차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2014년 대비 2018년에는 50만대 이상 줄어든 532만대가 판매되었다.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판매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특히, 경차는 마진이 떨어지는 모델로 완성차 업체의 발목을 잡는 차종 중 하나다.

이런 현실에서 현대차가 2021년 하반기 광주공장에서 위탁으로 경형 SUV 생산 프로젝트 ‘AX’를 출시하려는 속내는 무엇일까.

광주형일자리는 현대차에게 투자 보조금 10%, 취득세·재산세 감면 75% 등 균등법을 통해 대규모 인센티브가 지원된다. 기업에게 위탁생산, 반값 임금 등의 노무 관리 실험이 가능한 테스트베드라고 할만하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위탁생산으로 인해 경영 실적 책임에서도 현대차는 자유로워진다”며 “만약 경영위기가 닥쳐 군산 공장의 경우와 같이 폐쇄되더라도 책임이 가볍게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원 하에 회사의 손실 없이 광주공장에서 경차를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경차 수요 감소 추세에 따른 수익성 저하라는 취약점을 갖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에 투입될 공적자금도 문제다. 7000억의 사업비 중 자본금이 3000억 정도이고, 4200여억의 자금은 결국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은행 등 국책 은행에서 책임져야한다. 준공후 장기간 운영될지 불투명한 사업에 세금을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광주형 일자리의 한 축으로 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광주형 일자리에 불참을 선업하며 광주형 일자리 정책에 불만을 표하며 광주형 일자리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노동계의 낮은 임금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전제로 한다. 일정한 수익이 발생할 때까지 파업 등 노사갈등을 자제하는 등 적극적인 동조와 참여가 뒤따라야 한다. 이런 정지작업과 약속 없없이 기존 완성차업체와의 경쟁이 되기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 노동계는 '원·하청 관계 개선'과 '노사책임경영(노동이사제)' 등을 도입한 노사책임경영을 하기로 정부·지자체·참여 회사와 상의해왔다. 하지만 광주시와 현대차는 지난해 9월 발표한 협의 사항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장은 지난달 16일 한국노총 광주본부에서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노동계가 불참하는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 취지의 노사 상생형 일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노동계는 불참선언을 통해 광주형 일자리를 위해 협의했던 낮은 임금에 대한 수용과 파업 자제 등을 철회하고 지난해 9월 발표한 노·사·민·정 광주형 일자리 협의 사항이 선행되도록 장외투쟁 등의 강경  조치를 취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광주형 일자리의 진행에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광주형 일자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노·사·민·정 대타협’ 차원에서 반드시 성공해야하는 사업이다. 노동계의 지지를 회복하고 광주시가 주체로 이끌어가야 제대로 출발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최초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처음 기획 의도처럼 사회적 대타협을 기반으로 한 노사 상생 일자리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급하다. 새로운 검토와 조치가 뒤따라야할 시점이다. 

더불어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를 결정했다가 등을 돌리고 있는 한국노총과의 대화도 필요하다. 노동계는 5년 동안 주고받았던 약속들이 일방적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여기고 있다. 정부와 지차체, 참여기업이 다소 불편함이 있었더라도 노동계와 협의한 바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한다. 조속히 광주형 일자리의 완성체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