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2.10 18:36

황교안, 5·18민주화운동 놓고 "하여튼 무슨 사태"…한국당 제외 모든 정당, '망언' 규탄
대안신당 "뼛속까지 공안검사적 역사인식…신군부 규정한 ‘광주사태’에 머물러 있나"

1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1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당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무슨 사태'라고 표현한 것이 알려지자, 1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주요 정당들은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전날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모교인 성균관대학교를 방문해 인근 분식점 주인과 대화하던 도중 주위에 있던 취재기자와 청년부대변인 등에게 "여기 처음 와본 분도 있죠?, 내가 여기서 학교를 다녔다"며 "그때 2000…아, 1820…아, 1980년. 그때 하여튼 무슨 사태가 있었죠, 1980년. 그래서 학교가 휴교되고 이랬던 기억이…"라고 말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비상계엄으로 전국 대학에 휴교령이 내려진 상황에 대해 '무슨 사태'라고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이경 상근 부대변인이 10일 논평을 통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떡볶이 먹기 연출에 앞서 올바른 역사 공부에 매진하라"며 "올해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정치1번지 종로에 출마하겠다는 제1야당의 대표이자,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야심 찬 꿈을 꾸는 사람의 역사의식에 경악할 뿐이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반려견의 죽음에 대해 ‘작고했다’고 말한 것은 실수라 치더라도, '하여튼 무슨 사태'는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며 "황 대표는 5·18민주화운동을 '하여튼 무슨 사태'로 알고 있다면, 다시 올바른 역사 공부에 매진하라"고 힐난했다.

대안신당 김정현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황교안 대표가 5·18민주화운동을 80년에 일어난 무슨 사태로 지칭한 것은 여전히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뼛속까지 공안검사적 역사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큰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제1야당 대표로서 또 종로 지역구에 출마할 후보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욱이 황교안 대표는 재임기간 중 당내의 5·18폄훼발언으로 큰 곤욕을 치른 적이 있는데도 이런 식의 반응을 보였다니 놀랍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황교안 대표의 역사인식이 신군부가 규정한 ‘광주사태’에 머물러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황교안 대표는 즉각 5월영령 및 광주시민에게 사죄하고 자신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인식을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비판대열에 가세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진보, 보수 진영을 떠나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1980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더구나 당대를 살았던 이라면 1980년 5월 광주에서 어떤 비극이 벌어졌는지 똑똑히 알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변곡점을 만든 5월의 광주를 '무슨 사태' 정도로 기억하는 황 대표의 빈약하고도 허망한 역사 인식 수준에 개탄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짧은 말 한 마디에서 황 대표의 지난 삶의 어땠는지 뚜렷이 드러난다"며 "동시대 수많은 또래 청춘이 민주주의를 위해 독재 정권의 총알과 군홧발 아래에서 스러져갈 때 황 대표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신의 입신양명에만 몰두했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독재 정권 하에서 공안 검사가 되어 승승장구하다 국정농단 세력의 친위대가 되기까지 황교안 대표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고 자신의 영달만 꾀한 것"이라고 메스를 가했다.

이에 더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 자체를 알지 못하는 황 대표와 같은 이가 제도권 정치에 진입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대한민국 정치의 요지인 종로 주민들께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시리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호남지역을 현실적인 정치기반으로 하고 있는 민주평화당도 나섰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1980년 5·18 민주화 운동도 모르는 황교안은 공당의 대표 자격이 없다"며 "지금과 같은 역사 인식을 가진 자가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비극"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황교안 대표는 지금 당장 민주화 영령들과 광주시민에게 사죄하라"며 "자신의 망언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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