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2.10 18:49
금호고속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비해 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금호고속 홈페이지)
금호고속 직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비해 차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사진=금호고속 홈페이지)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금호고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짐에 따라 10일 사무직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무급휴직을 실시했다.

전염병 확산으로 여행 심리가 위축되면서 버스 이용객이 줄고 전세버스 예약취소가 늘어남에 따라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금호고속은 오는 4월까지 단기 휴직을 실시하며 기간은 5~30일 내에서 신청자 본인이 정하도록 했다.

금호고속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필요한 선택"이라며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통해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라고 말했다.

금호고속보다 더 이르게 무급휴직을 실시한 곳도 있다.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다. 

두 업계는 '보이콧 재팬' 운동에 이어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발생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최고 수준의 위기를 맞아 단기 무급휴직뿐 아니라 다양한 비상 운영 대책을 실시 중이지만 사태 해결 외에는 뾰족한 탈출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단기 무급휴직 신청자를 받은 티웨이의 항공기. (사진=티웨이 홈페이지)
최근 단기 무급휴직 신청자를 받은 티웨이의 항공기. (사진=티웨이 홈페이지)

◆ "퇴로가 없다"…항공사들 대부분 '단기무급휴직' 운영

항공 업계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거대 항공사를 비롯해 대부분의 회사가 단기 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티웨이는 지난 5일 사내 사이트에 공지를 올려 오는 1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3월 중 희망휴직을 신청받기로 했다. 신청자는 한달 내에서 임의로 휴직 기간을 정할 수 있다.

정홍근 티웨이 대표는 10일 국토교통부-항공사 CEO 간담회가 끝나고는 "퇴로가 없다. 어디를 갈까 둘러봐도 갈만한 데가 한군데가 없다"며 "지금은 비용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저가 LCC 항공계는 코로나 사태 이후 줄지어 단기휴직신청을 받고 있다. 에어서울은 오는 5월까지 희망자에 한해 2주~3개월의 단기 휴직 신청을 받는다. 제주 항공 역시 지난달 운항‧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5~10일짜리 연차에 무급휴가를 합해 최대 1개월까지 쉴 수 있도록 했다. 이스타항공은 일찌감치 지난해 9월부터 최소 15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 무급휴직제도를 상시 진행 중이다.

대형 항공사는 미‧중 무역분쟁, 일본 불매운동 등 악재 여파로 일찌감치 단기 휴직 신청을 시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작년 11월부터 3~6개월간의 단기 희망 휴직제를 운영한다. 운항승무원 등을 제외하고 근속 만 2년 이상의 휴직을 희망하는 직원이 6개월까지 휴직할 수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작년 본사 영업 등 일반직 직원에게 최소 15일에서 최대 2년까지 무급휴직을 필수적으로 신청하도록 했다. 대상자들은 올해 4월까지 무급휴직을 진행한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10일 항공사 CEO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항공업계 파급영향 등 피해를 입은 정도에 따라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유예‧감면 등 단계별 지원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중 운수권과 슬롯 미사용분을 회수유예 조치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항공사의 연이은 단기무급휴직과 비상 경영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이 지난해 12월 12일 하나투어 본사 대강의장에서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박상환 하나투어 회장이 지난해 12월 12일 하나투어 본사 대강의장에서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하나투어 홈페이지)

◆ 여행업계 '그로기' 상태…수수료 취소 이슈도 발목 잡아

여행업계 역시 잇단 악재에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몇몇 회사들은 도산이 임박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나돌 정도다.

업계 1위 하나투어는 지난달 여행 수요가 전년 대비 50% 가량 줄었다. 중국‧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등 모든 지역으로 여행 기피 현상이 번지고 있다. 태국과 싱가포르 여행을 다녀온 한국인들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여파다.

하나투어는 최근 직원들에게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안식년 신청 대상을 만 1년 이상 직원으로 확대하고 근무 시간 단축 신청도 받는 등 비상 운영에 나섰다. 

모두투어는 시간선택제, 주 3~4일제 운영에 이어 40살 이상 직책이 없는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자유투어는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임직원들에게 퇴사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고 레드캡투어는 이달 초부터 희망퇴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여행 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지난 5일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아직 공지는 안 나왔지만 오늘 회장님이 전 직원을 모아놓고 월급이 안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하며 "원하는 사람은 퇴직금이 적립되어 있으니 그걸 받고 퇴사하라고 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행 취소 이슈도 발목을 잡는다. 지난 6일 한국여행업협회에 따르면 12개 주요 여행사의 1월말~2월말 해외로 나가는 여행상품의 취소 인원은 6만2000여 명에 달한다. 피해액도 300억원이 넘는다. 

취소 과정에서 생기는 잡음도 스트레스다. 여행사들은 날로 심해지는 경영난에 여행 취소 수수료를 그대로 받겠다는 방침이지만 비자들은 특수 상황인 만큼 취소 수수료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4일 이후로 현재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여행취소수수료 관련 이슈 청원만 해도 15건이다. 
 
작은 여행사들은 마지막 단계인 폐업까지 내몰렸다. 한국공정여행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설 연휴 이후 이날까지 폐업을 신고한 여행사는 8개다. 국내 소규모 여행사들이 주력하는 일본노선에 이어 중국노선, 동남아노선까지 막히며 빠져나갈 길을 잃고 말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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