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치매노인, 항소심서 집유 감형…'치료적 사법' 첫 적용
아내 살해 치매노인, 항소심서 집유 감형…'치료적 사법' 첫 적용
  • 윤현성 기자
  • 승인 2020.02.1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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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치료 필요한 피고인에게 징역형 집행은 부당"
10일 경기 고양시 연세서울병원에 마련된 간이 법정. (사진=KBS뉴스 캡처)
10일 경기 고양시 연세서울병원에 마련된 간이 법정. (사진=KBS뉴스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A 씨(68)가 2심에서는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10일 오전 10시 30분 경기 고양시 연세서울병원에 간이 법정이 마련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살인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법원이 아닌 병원에 마련된 간이 법정에서 열었다.

A 씨는 2018년 12월 어린 손자들 앞에서 아내를 폭행하고 흉기로 찔러 사망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구치소에 수감된 A 씨는 면회 온 딸에게 "엄마(살해당한 아내)는 왜 함께 오지 않았냐"고 말하는 등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자녀들은 "초고령화 사회에 나 또는 내 가족들도 걸릴 수 있는 치매를 갖고도 안전한 환경에서 소통하며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게 해달라"며 항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집행유예 기간 동안 보호관찰을 받고 치매전문병원으로 주거를 제한한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것을 명령했다. 이는 처벌보다 피고인에 대한 치유·교화를 목적으로 해 이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다시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적 사법'을 도입한 첫 공판 사례이다.

재판부는 "치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피고인에게 교정시설에서 징역형을 집행하는 것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정당하다는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치료 명령과 보호관찰을 붙인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계속 치료받도록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이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다고 선언한 헌법과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선고 후 A 씨의 변호를 맡은 김선옥 국선변호사는 "법원과 검찰, 피고인의 가족들 그리고 치료병원의 적극적 협조와 노력이 있어서 가능했던 전향적 판례"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치료법원과 같은 제도가 정비돼 활성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에 "치료적 사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 기관의 적극적 노력과 협조가 필요한 만큼 유사 사건에 보편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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