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2.11 14:22

이 교수 "사건 당시 초동 대응 아쉬워"
1심 선고공판 20일 오후 2시 예정

고유정 체포영상 공개는 인권규정 위반 (사진=SBS 영상 캡처)
체포 당시 고유정의 모습. (사진=SBS 영상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37) 재판 1심 심리가 끝나면서 공판 당시 고유정의 언행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1심 마지막 공판 날이었던 10일 고유정은 구체적으로 상황을 묘사하며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백함을 호소했지만 재판부의 구체적 질문 내용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신과 처방 약에서 졸피뎀 성분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 의붓아들 사망 당일 밤 집안 내에서의 동선과 휴대폰 사용여부, 반복된 임신과 유산으로 인한 갈등 과정 등을 물었다.

고유정 측은 전 남편이 자신을 성폭행하려 하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참작 동기 살인을 줄곧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철저하게 계획된 '극단적인 인명 경시 살인'으로 규정하고 고 씨에게 살인을 구형했다.

고유정이 사망한 피해자들을 잠들게 하기 위해 쓴 것으로 검찰에 의해 지목된 '졸피뎀'(수면유도제)은 고 씨의 살해 혐의가 우발적인 것인지 아니면 계획적인 것인지를 구분하는 주요 증거 중 하나이다. 이에 대해 고 씨의 변호인 남윤국 변호사는 자신이 졸피뎀을 직접 먹어봤다며 졸피뎀은 의도적 살인 계획에 쓰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레에 졸피뎀을 넣으면 맛이 변해 금방 알 수 있다"며 "직접 제가 카레에 넣어 먹어 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졸피뎀은 그저 잠을 돕는 약으로 힘을 빠지게 하거나 몽롱하게 할 수 있는게 아니다"며 "피해자(전 남편)는 졸피뎀 투약 여부와 상관없이 피고인(고유정)을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계획 살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고 씨는 "이 저주스러운 몸뚱어리가 뭐라고. 차라리 (전 남편 살해 당시) 다 내어줘 버렸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이 역시 전 남편을 살해한 동기가 성폭행 시도를 막다가 우발적으로 발생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반면 고유정 측은 의붓아들 살해혐의에 대해선 범행 자체를 부인했다. 의붓아들 사망과 관련한 재판부의 추궁이 이어지자 고유정은 여러 차례 울먹이기도 하며 "판사님과 제 뇌를 바꿔서라도 설명해드리고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더해 "제 목숨과 제 아이를 걸고 아닌 건 아니다"며 "재판부는 저 여자가 왜 그랬을까 생각해봐 달라.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유종의 언행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YTN과 인터뷰에서 "판사의 구체적인 질문에 대해 합리적인 대답을 하나도 하지 못한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밑도 끝도 없이 뇌를 바꾸고 싶다, 당신이 내 속에 들어와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는 것 외에 내가 어떻게 해명하기가 어렵다"는 의도로 "뇌를 바꾸고 싶다"는 말을 한 것이라 해석했다. 아울러 이러한 말을 하게 된 연유로 의붓아들 사망사건에 직접적인 증거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증거가 부족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 횡설수설하면서 검찰 측에서 제출했던 정황증거가 타당하지 않다는 부분을 계속 피력하려 하는 것"이라고 얘기했다.

또 이 교수는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와 의붓아들 살해가 각각 지난해 5월 25일과 3월 2일에 있었다는 점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경찰이 3월달 사건 같은 경우에 사용했던 거짓말 탐지기 결과를 굉장히 과도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거짓말탐지기가 100% 정확한 것이 아니고 뇌를 측정하는 게 아닌 자율신경계 반응은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달 사건 당시 초동 단계에서 현 남편이 거짓말 탐지기를 3번이나 했는데 전부 거짓 반응이 나온 것이 문제였다"며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심정에서는 충분히 여러 가지 질문들에 흥분을 하는 반응을 보였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교수는 "고유정에 대한 면담을 1회 이상 하는 등 좀 더 조사를 했었으면 무엇인가 혐의점을 발견하지 않았을까"라며 사건 당시 수사 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고 씨에 대한 사형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민적 법 감정이나 정서에 부합하는 형벌이 선고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유정 1심 선고공판은 오는 20일 오후 2시 제주지법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