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2.11 15:40

일본법인·베트남법인, 각각 26%, 22% 이익 늘어…중국 실적 악화에도 그룹 순익의 글로벌 비중 1.5%p↑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3월 26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 베트남에서의 초격차를 강조했다. (사진제공=박지훈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3월 26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과 베트남에서의 초격차를 강조했다. (사진제공=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일본·베트남에서의 초격차’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경쟁 은행들이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중화(中華)권 수익이 악화되는 동안 글로벌 거점 지역의 사업을 더욱 강화한 덕분이다. 

11일 신한금융지주에 따르면 2019년 그룹의 글로벌 순이익은 3979억원으로 전년(3228억원) 대비 23%(751억원) 증가했다. 이로써 그룹 순이익에서 글로벌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0.2%에서 11.7%로 상승했다.

이는 다른 금융그룹의 글로벌 부문 성장세보다 두드러지는 수치다. 우리금융그룹의 실적 역시 1년 사이 두 자리 수(15.8%·306억원) 성장을 했지만 신한금융에는 미치지 못했다.

하나금융그룹의 2019년 글로벌 실적은 3월쯤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중국법인(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순이익은 309억원으로 전년 동기(669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든 법인 중 중국법인의 비중은 1년 사이 53.6%에서 37.60%로 크게 축소됐다.

신한금융의 글로벌 부문 성장은 진 행장의 초격차 전략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공식 취임식에서 "가능성 있는 국가에 집중 투자해 다른 은행과의 초격차를 벌려야 한다"며 "동남아의 캄보디아와 미얀마 사업도 주목하고 있지만 고속 성장하는 베트남에 더 많이 투자해 확실한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신한은행은 진 행장 취임 후 신한베트남은행 영업점 수를 4개 더 늘렸지만 다른 국가의 네트워크는 무리하게 늘리지 않았다. 경쟁 은행의 베트남 사업 확장에 맞서 외국계 1위 은행이라는 위상을 공고하게 다지기 위한 결정이었다. 

또한 '일본통' 진 행장이 SBJ은행 사장 당시 쌓아놨던 브랜드 이미지도 지난해 영업에 큰 도움이 됐다. SBJ은행은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한일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수익에 타격을 입지 않았다. 일본인들에게 SBJ은행은 한국계 은행이고 한일관계 악화에 따라 경영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막연한 인식이 있으나, 막상 양국의 관계가 나빠진 상황에서도 수익성은 유지됐다.

진 행장이 사장인 시절부터 SBJ은행은 예금금리에 인색한 일본 현지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SBJ은행은 "금리를 많이 준다"는 이미지 덕분에 지난해에도 순항할 수 있었다.

진 행자의 초격차 성과는 실적으로 증명된다. 신한은행 베트남법인(신한베트남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43억원으로 전년 동기(748억원)보다 26.1%, 일본법인(SBJ은행)의 경우 540억원으로 전년 동기(442억원)보다 22.2% 증가했다. 반면 중화권법인(중국유한공사·아주금융유한공사)의 순이익은 262억원으로 1년전(405억원)보다 35.3% 감소했다.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인한 업황 악화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덜했지만, 불확실성이 높았던 지난해 시장선도지역, 기축통화국에서 기반을 잘 닦아야한다는 진 행장의 전략은 결과적으로 통한 셈이다.

신한금융이 은행과 다른 관계사의 사업적 연계를 강화하고 있어 추후 실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베트남현지법인(신한베트남파이낸스)을 출범시켰다. 향후 신한베트남은행과 소매금융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경쟁 은행들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베트남 자산규모 1위이자 4대 국영상업은행 중 하나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의 지분 15%를 1조원에 인수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오는 3월 하나금융의 글로벌 실적이 정리돼 발표되면, 기존 순이익 (3100억원)에 베트남투자개발은행 인수에 따른 파생 수익으로 2000억원 이상이 추가돼 총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은행은 한동안 베트남에서 어려웠던 영업점 개설을 인가(5곳)받고 지난해 2곳을 추가로 열며 현재 11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해외 대형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올해부터 글로벌 실적을 크게 개선시키는 동시에 신한은행의 베트남 내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며 "신한은행이 카드 등 관계사들과 소매금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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