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2.11 18:02

"대통령 선거 전까지 김정은과 북·미 정상회담 하지 않았으면 한다"

2차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백악관 홈페이지)
2차 정상회담에서 만났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자료사진=백악관 홈페이지)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 시간)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이후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한 외교가 지지부진하며 트럼프 재선 캠프도 북미 정상회담이 재선 성공에 결정적인 이슈라고 보지 않아 협상 재개에 소극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히 지난해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실무 협상이 결렬된 이후 크게 실망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미국 측 협상담당자들은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북한이 미국에게 빈손으로 왔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하자 충격에 빠진 바 있다. 다른 소식통은 CNN에 "미·북 협상은 죽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미국 정부가 북한 여행을 위한 '특별여건 허가증' 발급을 완전히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김정은 위원장에게 생일 축하 친서를 보내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북한이 일절 호응 의지를 보이지 않자 최근에는 한 달 넘게 트위터에 북한 관련 글도 올리지 않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에서도 취임 후 처음으로 북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부 핵심 세력들도 미국 대선 전에 북한과 대화하는데 별다른 의욕이 없다고 전했다. 북·미 협상 재개로 얻어질 잠재적 이득보다 그 위험이 훨씬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선제적으로 완화하기 전까지 북·미 대화에 흥미가 없는데 미국의 제재 완화가 먼저 이뤄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동한 북·미 대화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된 점을 고려하면 이런 한계는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상(Top) 간에 큰 틀에서 합의한 뒤 실무진(Down)에 후속 협상을 넘기는 톱다운 방식은 협상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반대라면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기 쉽다.

북·미 간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 정부의 부담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냉각기가 길어질수록 올해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독자적 남북협력 추진 구상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 돌파구 마련을 위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북한 개별관광도 미국의 동의가 필요하며, 이에 대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북한 개별관광 허용 같은 문제는 미국과 한국이 워킹그룹 등을 통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10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지만 여전히 북·미 관계가 완화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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