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2.13 23:00

강동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유승돈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산해진미가 있어도 삼키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삼킴곤란(연하장애)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뿐 아니라, 사회생활에도 제한을 가져온다. 먹고 마실 때마다 사레가 들리고,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흡인성 폐렴이나 패혈증으로도 이어진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체계적인 재활치료가 이뤄지면서 많은 환자들이 새 삶을 찾고 있다.

음식을 삼키는 과정은 구강→인두→식도로 이어진다. 이를 관장하는 부위가 뇌의 연수(간뇌)다. 따라서 그 주위 조직에 손상이 생기면 삼킴곤란이 발생한다.

원인질환으로는 뇌졸중이나 파킨슨병, 신경근육질환 등 노인성 신경계질환을 들 수 있다.

우선 뇌졸중의 경우를 보자. 뇌병변이 한쪽 대뇌반구에서만 발생했을 때는 보통 한 달 이내로 연수마비 증상도 회복된다. 하지만 양쪽 대뇌반구나 뇌줄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증상이 심하고 회복도 쉽지 않다.

다음으로 많은 질환은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이다. 삼킴반사가 느려지고 이두 연동운동이 감소한다. 또 호흡과 삼킴의 상호조절이 힘들어져 증상을 악화시킨다. 이밖에도 길랭-바레증후군이나 중증근무력증 등 신경근육질환에서도 삼킴과 관련된 근육이 약해져 삼킴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연수마비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삼킴곤란과 함께 발음장애(조음장애)가 있다. 이 두 가지 기능을 하게 만드는 구강과 인두의 근육은 서로 유사한 뇌신경 구조물에 의해 지배받기 때문에 발음장애가 있으면 삼킴곤란도 의심해야 한다.

먼저 음식물 없이 반복적으로 빨리 침을 삼켜보자. 30초 동안 3회 이상 적절히 삼킬 수 있으면 삼킴곤란이 가볍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작은 숟가락(3cc)에 물을 담아 사레 증상이 있는지, 호흡이 변화되는지, 또 삼킨 후 쉰 목소리가 나는지를 평가한다. 5초 안에 사레 없이 삼킬 수 있다면 정상이다. 삼킨 후 ‘아’ 소리를 내게 해 물에 젖은 목소리가 나는지, 호흡에 이상이 있는지도 관찰해야 한다.

삼킴곤란이 의심되면 어느 단계에서 증상이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비디오투시삼킴검사를 한다. 삼킴곤란 증상이 최근 갑자기 시작됐다면 뇌졸중이 가장 흔한 원인질환이다. 또 발생 시기를 알기 어렵고, 서서히 진행됐다면 다른 신경계 질환도 의심해봐야 한다.

비디오투시 삼킴검사를 통해 어느 단계에서 삼킴곤란이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떤 식사를 제공할지, 어떤 자세와 재활훈련법을 교육할지 계획을 세운다.

재활치료는 먼저 다양한 점도의 음식물(푸딩, 요플레, 걸쭉한 토마토 주스, 밥)을 제공하는 것이다. 음식물이 폐로 넘어가지 않고, 인두 내에 남은 음식물이 무슨 종류인지 확인해 실제로 먹을 수 있도록 훈련한다.

이와 함께 구강의 씹는 동작을 훈련하고, 인두의 근육을 강화한다. 흡인이 잘 생기지 않도록 하는 삼킴재활 훈련이다. 이때 삼킨 음식물이 식도가 아닌 기도로 들어가지 않도록 고개를 앞쪽으로 숙이고 턱을 당긴 채로 삼키도록 자세 교정도 함께 진행한다.

이런 방법에도 폐렴 발생 가능성이 크다면 튜브(일명 콧줄)나 위루관영양(일명 뱃줄)을 이용한 식사를 권유한다.

삼킴곤란은 뇌졸중의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면 호전된다. 파킨슨병은 운동증상이 발생하면 삼킴기능과 발음기능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기발견과 폐렴 예방을 위해 정기적으로 삼킴검사와 발음평가를 받은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음식물을 삼키기 어렵거나 오래 걸리고, 가래와 기침이 늘거나 발음이 나빠지는 등 관련 증상이 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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