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2.18 05:55

'펭수' 1년 몸값 5억…"새로운 이야기 재생산해 대중 호기심 자극해야"

펭수 팬 사인회 현장. (사진=펭수 공식 인스타그램)
펭수 팬 사인회 현장. (사진=펭수 공식 인스타그램)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바야흐로 캐릭터 전성시대다. 그간 캐릭터는 아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이 시장의 대세로 떠올랐다. 인기 캐릭터들은 뷰티, 패션, 교육, 식품, 음료 등 다양한 산업과 콜라보레이션해 고객을 확보하고, 큰 폭의 매출 성장을 견인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캐릭터 산업은 매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05년 기준 2조 7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캐릭터산업 시장 규모가 2018년 12조 2800억원으로 커졌다. 해외 수출액도 2013년 4억 4622만 달러에서 2017년 6억 6385만 달러로 연평균 10.4%씩 증가했다. 

'펭수'는 올라간 캐릭터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남극에서 온 자이언트 펭귄' 콘셉트의 펭수는 일명 '직통령'이라 불린다. 직장인들의 대통령이란 의미다. 펭수의 거침없는 '사이다 발언'에 2030세대가 공감하면서 생긴 결과다. 

인기캐릭터가 된 펭수는 광고계 '섭외 0순위'로 자리매김했다. '펭수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식품, 의류, 통신, 금융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거나, 추진 중이다. 

심지어 정부 부처도 펭수 섭외에 나섰다. 외교부는 지난해 11월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홍보를 위해 펭수를 모셨다. 보건복지부도 정신건강 증진·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펭수와 협업했다. 펭수와 보건복지부가 손잡고 만든 유튜브 동영상 '세상에 나쁜 펭귄은 없다'는 현재 300만 조회수를 훌쩍 넘겼다. 

높아진 인기만큼 펭수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업계에서는 펭수의 1년 몸값이 약 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키덜트족을 겨냥해 열린 '카카오프렌즈샵' 앞에 인파가 몰려있다. (사진=카카오프렌즈 페이스북)
키덜트족을 겨냥해 열린 '카카오프렌즈샵' 앞에 인파가 몰려있다. (사진=카카오프렌즈 페이스북)

◆캐릭터 마케팅, '키덜트' 문화와 맞물려 급성장

전문가들은 캐릭터 마케팅이 대세로 떠오른 이유로 '키덜트' 문화의 부상을 꼽았다. 키덜트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해 1월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키덜트족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이 93.8%에 달했다. 응답자의 49%는 '자녀 또는 조카의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으며, 가장 가지고 싶은 장난감은 캐릭터 상품(30.9%)이 차지했다. 

이러한 키덜트족의 니즈를 겨냥해 '카카오프렌즈샵', '라인프렌즈 스토어', CJ오쇼핑의 '펀샵', 현대백화점의 '플레이스테이션 라운지' 등 다양한 키덜트 전문매장이 늘어나는 추세도 보인다. 

물론 초통령(초등학생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를 비롯해 '헬로 카봇', '바다 탐험대 옥토넛' 등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도 많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이 키덜트족을 겨냥한 캐릭터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력이다. 실질적으로 물건을 살 돈이 없거나 부족한 아이들과 달리, 키덜트족은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상태다. 

실제로 롯데마트에 따르면 2017년 11월 기준 롯데마트 완구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7%가량 감소했다. 신생아완구(18.3%↓), 유아완구(14.1%↓), 봉제인형(16.2%↓) 등에서 매출이 대폭 줄었다. 반면 피규어(5.7%↑), 프라모델(6.3%↑), 드론(4.6%↑) 등 대표적 키덜트 상품의 매출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3월 피규어, 프라모델, 드론, RC카 등 키덜트 상품 매출이 2018년보다 94% 늘었다고 밝혔다. 이마트 '일렉트로마트'의 경우, 피규어 매출이 2018년 기준 전년 대비 75.8% 늘어났다. 2019년 1~3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2.1%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또한 위메프는 지난 2018년 키덜트 아이템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구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어린이날 물품 1인당 평균 구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은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였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사진=카카오프렌즈 페이스북)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은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였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사진=카카오프렌즈 페이스북)

◆성공한 캐릭터의 공통점 '스토리텔링'  

승승장구하는 캐릭터들이 늘었지만, 실패한 사례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8년 7월 기준 공공기관이 보유한 캐릭터는 약 457개지만, 그 중 성공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권세환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캐릭터 마케팅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평면적인 캐릭터에게 입체적인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한 스토리텔링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성공하는 캐릭터는 독자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권 책임연구원의 설명이다. 가령 카카오프렌즈의 '라이언'은 둥둥섬의 왕위 계승자였으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해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는 스토리를 가졌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중 후발주자지만,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장수 인기 캐릭터 '무민' (사진=YTN 캡처)
장수 인기 캐릭터 '무민' (사진=YTN 캡처)

핀란드를 대표하는 캐릭터 '무민'은 지난 1945년 소설 속 등장을 시작으로 연재만화, TV 애니메이션으로 이야기를 확장해 나갔다. 펭수는 최고의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남극에서 한국까지 찾아온 펭귄으로, EBS에서 연습생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설정이다. 

권 책임연구원은 "성공하는 캐릭터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캐릭터를 더욱 입체감있게 표현한다. 대중매체의 콘텐츠 자극 강도와 빈도가 높아지는 환경 속에서, 캐릭터에 독자적인 이야기를 입혀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캐릭터의 지속적인 관리로 생명력을 부여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재생산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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