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2.15 18:00

'마이너스' 수익률 보이던 영화산업, 금융권 투자 받고 '플러스' 전환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스타그램)
(사진=CJ엔터테인먼트 인스타그램)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국내 1000만명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달성한 뒤 향후 해외 흥행 성적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작비 135억원을 들였던 투자사들이 앞으로 어느 정도 추가 이익을 올릴 지도 관심거리다. 기생충 제작사 관련 상장사인 바른손이 4일 연속 상한가를 친 것이 이런 점을 반영한다. 

다만 기업·산업·우리은행 등 금융권 투자사들은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와 달리 막대한 이익을 내지는 못할 전망이다. 비록 앞으로 짭잘한 수익을 올리지는 못한다해도 한국영화 제작 비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든든한 조력자(Ⓐssistor)로 K무비의 위상을 드높인만큼 글로벌 시장 영업을 확대하려는 자사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생충 투자 수익률 76%..."극장·배급·제작사 주고나니 생각보다 적네?"

14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기생충의 극장 매출은 전날 기준 862억5363억원, 누적 관객수는 1013만9327명이다. 국내에서 매출액 기준 역대 20위, 관객수 기준으로는 25위다.

이 수익은 관련 주체들에게 어떻게 배분될까?

대체로 영화 수익은 정부·기관, 배급사, 제작사, 투자사 순서대로 돌아간다. 먼저 총 매출(약 863억원)에서 10%(86억원)는 부가가치세, 3%(25억9000만원)는 영화발전기금으로 나간다.

나머지 751억원 가운데 극장(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이 45%(338억원)를 가져가고 투자·배급·제작사는 55%(413억원)를 각각 나누게 된다. 단 우선권은 배급사 측에 있다.

기생충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413억 중 10%(41억원)를 배급 수수료로 선취한뒤 제작사와 투자사가 다시 나머지 수익(372억원)을 배분한다.

여기서 제작비(135억원)를 지불하고 남은 순이익(237억원)은 투자사와 제작사가 계약 및 지분에 따라 최종 분배한다. 결국 투자사는 영화 수익 배분에 있어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셈이다.

투자원금을 제외한 초과수익는 102억원이므로 명목 수익률은 76%다. 수익률 자체는 높지만 투자주체가 워낙 다양해 매출액에 비해 초과수익은 많지 않다.

기생충 투자에는 CJ그룹 측이 메인 투자자(전체 투자금의 20~30%)로 참여하고 IBK기업은행, IBK캐피탈, 우리은행-컴퍼니케이, KDB산은캐피탈 등 금융권이 재무적 투자자(FI)로서 다른 투자회사 10여 곳과 함께 뛰어들었다.

산업은행은 최근 기생충에 6억7000만원을 직·간접 투자했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산출법으로 계산하면 이날 기준 산업은행의 초과수익은 4억7000만원정도다.

국외·IPTV 수익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시장성이 뛰어난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으로 해외 매출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간) 기생충의 전세계(현재 33개국 개봉) 매출은 1억6816만달러(한화 약 1990억원)다. 이중 한국 매출(863억원)을 빼면 국외 매출은 1127억원이다. 앞으로 개봉 예정인 국가가 있어 수익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기생충 투자사인 우리은행의 관계자는 "투자사들은 기생충의 해외 상영 수익과 국내 유료 콘텐츠 수입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수익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투자조합 관계자 역시 "계약 사항은 회사마다 다르겠으나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 역시 추후에 받을 수 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국내 유료콘텐츠 수입이 늘어나더라도 투자사 수익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IPTV를 통해 발생하는 영화 관련 수익의 대부분은 사실상 통신 3사가 가져가고 애당초 국내영화 매출 중 IPTV 비중은 5% 내외로 많지 않다"며 "통신사들이 기생충 4관왕을 기념해 기생충 콘텐츠를 할인 제공 중인데, 수익 상당부분이 투자사에게 간다면 이렇게 할인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현재 SKT·KT·LG유플러스는 기생충 영화 콘텐츠를 할인 제공하고 있다.

투자사가 얻을 수 있는 해외 극장 수입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기생충 매출이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인 미국에서 영화표 값의 60~70%는 극장이, 나머지는 배급사가 가져간다. 이는 우리나라보다 극장에 유리한 구조다.

게다가 해외 배급사가 판촉 활동을 위해 별도로 비용을 들이기 때문에 수익의 상당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금융권, K무비 상품성 키운 '1등 공신'

우리나라 영화 제작사는 10년 전만 해도 투명한 회계업무를 하지 못했고 규모도 대부분 영세했던 탓에 제작·배급과 관련된 권리를 대기업 투자사에게 넘겨주는 일이 많았다. 이른바 제작사의 대기업 하청화다. 

그러다보니 대기업 투자사들은 이른바 '돈 되는 영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 '트렌드의 획일화'로 질적 수준을 떨어트리는 문제도 발생시켰다. 이 때문인지 대기업이 투자를 주도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상업영화의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머물렀다.

하지만 금융권이 2010년 이후부터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영화계 수익률이 개선됐다. '손해는 절대 못 보는' 금융사가 제작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기업 투자사의 입김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배우가 정해지기 전, 시나리오 검토 단계부터 작품의 가능성을 냉정히 진단하기로 유명하다. 2012년에 만든 문화콘텐츠 전담 투자부서(문화콘텐츠금융팀)가 영화의 시장가능성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 극한직업, 신과 함께, 공작 그리고 기생충이 대표적인 투자 작품이다. 특히 극한직업은 1600만 국내 관객을 동원해 1400억원(역대 2위)에 육박하는 극장 수입을 올렸다. 제작비와 매출만 놓고 보면 극한직업의 수익성이 기생충보다 배로 높을 정도다.

영화계 관계자는 "CJ는 문화콘텐츠 기업으로 전문성이 있으니 논외지만 과거 다른 거대기업이 영화판을 주무르던 때는 제작사가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었다"며 "정치나 경제권력을 비판하거나 사회금기를 깨기 어려울 당시에는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이 영화투자에 관심을 가진 후부터 제작비가 효율적으로 지출되면서 장르의 다양화, 창의성 중시라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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