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은 기자
  • 입력 2020.02.15 09:05

전문가 "분석할 가치조차 없다"

(자료출처=남길남, "21대 총선 관련 정치테마주 현상에 관한 우려", 자본시장연구원, 2020)
(자료출처=남길남, "21대 총선 관련 정치테마주 현상에 관한 우려", 자본시장연구원)

[뉴스웍스=이정은 기자] 총선을 두 달 남겨놓고 공천 경쟁이 치열한 국회의사당뿐만 아니라 여의도공원 너머 증권가도 요동치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 눈에 띄는 '정치인 테마주' 때문이다.

합성피혁 판매업체 덕성은 임원 중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학 동문이 있다는 정보가 전해지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됐다. 덕분에 우선주인 '덕성우'는 2월 초에만 다섯 번 상한가를 기록했다. 1월 31일 종가 3820원이던 덕성우는 2월 5일 6400원으로 마감됐다. 일주일도 채 안돼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낙연 전 총리의 동생인 이계연 씨가 지난해 11월까지 대표이사로 있었던 삼환기업(현재 고문으로 재직중)의 계열사 남선알미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친분을 가진 김신길 씨가 대표로 있는 아세아텍 등이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러한 정치 테마주에 자금이 몰릴 것을 우려한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 1월 21일 "총선 관련 정치테마주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불공정거래 가능성 발견 시 신속히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전 19대 대선 당시 정치 테마주에 대해 "자산규모 및 시가총액이 일반종목보다 작은 중·소형주이며, 영업실적도 일반종목에 비해 부실한 종목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하며 "개인투자자들은 매매과정에서 투자손실이 발생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덕성에 급격한 주가 변동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했다. 덕성은 6일 공시를 통해 "당사 대표이사, 사외이사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학교 동문인 것은 사실이나 과거 및 현재 당사와 사업 관련 내용이 전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시 후에도 주가 상승은 막을 수 없었고, 14일 덕성우는 공시 전보다 더 오른 주당 1만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치 테마주 과열 양상에 선거 이후 개인투자자들이 입을 손해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대 총선 관련 정치테마주 현상에 관한 우려' 보고서를 통해 "지난 16~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70개 정치테마주를 분석해 보면 낙선자 관련 정치테마주는 물론 당선자 관련 정치테마주도 선거일 직후에는 상대적인 가격하락이 관측됐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정치테마주의 이러한 주가 특성에 특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지난 2016년 12월 금융위원회, 검찰청, 한국거래소와 함께 '시장질서확립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19대 대선 당시 정치 테마주를 집중적으로 관리했고, 18대 대선보다 주가 변동률을 대폭 줄이는(62.2%→25.0%) 성과를 올렸다.

다만 이번 21대 총선은 군소정당들이 더 늘어나면서 출마후보자 수가 훨씬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대선과 다른 양태의 정치테마주 현상과 불공정거래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들은 정치 테마주에 대해 "분석할 가치조차 없다"라며 "실체가 없으므로 아예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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