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2.16 11:40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전쟁'에서 LG화학이 승기를 잡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14일(현지시간)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ITC는 LG화학 측이 요청한 조기패소 판결을 승인하는 '예비결정(Initial Determination)'을 내렸다. 이번 결정의 구체적인 근거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또 내달 초로 예정된 '변론(Hearing)' 등의 절차 없이 10월 5일까지 ITC의 최종결정만 남게 됐다.

LG화학 측은 "이번 판결은 ITC가 영업비밀침해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에 의한 악의적이고 광범위한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을 포함한 법정모독 행위 등에 대해 법적 제재를 내린 것"이라며 "더 이상 추가적인 사실심리나 증거조사를 하지 않고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29일 LG화학이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 이메일을 통해 이번 소송의 증거가 될 만한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했다. 지난해 4월 8일 LG화학이 내용증명 경고공문을 보낸 직후 3만4000개 파일 및 메일에 대한 증거인멸 정황이 발각된 바 있다.

또한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포렌식을 해야 할 75개 엑셀시트 중 1개에 대해서만 진행하고 나머지 74개 엑셀시트는 은밀히 자체 포렌식을 진행한 정황 등 법정 모독행위도 드러났다.

이에 LG화학은 지난해 11월 5일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판결'을 요청한 바 있다.

LG화학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등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하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고 이 정황에 따라 ITC가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은 같은달 15일 LG화학의 요청에 찬성하는 취지의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OUII는 의견서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훼손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며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이런 행위들 중 일부는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LG화학 측은 "조기패소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한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법적 제재로 당사의 주장이 그대로 인정된 만큼 남아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특허침해를 두고 미국에서 맞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한국에서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침해에 대한 형사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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