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20.02.17 15:29

"위기 처한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 박는 듯한 정책으로 많은 문제 발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숨진 창카이씨(왼쪽). (사진=웨이보)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일가족 4명이 코로나19에 걸렸는데도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잇따라 숨졌다. 병상이 모자라 사람들이 죽어가는 우한의 비극적인 상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비극적 사건이다.

16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후베이성 영화제작소 대외연락부 주임인 창카이(常凱), 그의 부모, 누나 등 4명이 코로나19로 잇따라 숨졌다. 창카이의 부인도 코로나19에 걸려 중환자실에 있다.

그의 대학 동창의 전언에 따르면 창카이 부부는 부모와 함께 살았다. 55세인 그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전날인 지난달 24일 부모와 함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이튿날인 25일 창카이의 아버지는 발열과 기침, 호흡 곤란 등 코로나19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창카이와 누나가 아버지를 간호했으나 사흘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지난 2일에는 창카이의 어머니 역시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지난 14일 새벽 창카이 본인도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같은 날 오후 그의 누나도 같은 병으로 숨졌다.

17일 만에 일가족 4명이 연달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창카이는 죽기 전 남긴 유서에서 자신과 가족이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한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를 모시고 여러 병원에 갔지만 하나같이 병상이 없어 환자를 못 받는다고 했다.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차이신은 초기에 당국이 의심 환자 관리에 소홀했던 것을 ’위기에 처한 타조가 모래 속에 머리를 박는 식’의 정책이라고 칭하면서 이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환자가 제때 진단받지 못해 조기에 치료할 수 없었으며, 이는 경증 환자의 중증 환자 전환과 사망률 상승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대부분 의심 환자가 병원에 격리되지 못하고 집에서 병상이 나기만을 기다리다가 가족이 전염되고 지역사회로 바이러스가 번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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