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20.02.17 22:55

작년 해외매출 1조 돌파 가능성…2억 달러 투입, LA 인근 제2공장 착공 계획

농심 짜파구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크게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농심 짜파구리 영국 홍보물의 뒷면. (사진제공=농심)
농심 짜파구리는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크게 알려지고 있다. 사진은 농심 짜파구리 영국 홍보물의 뒷면. (사진제공=농심)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한국 라면 수출이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를 돌파했다.  

지난달 관세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9년 연간 라면 수출 금액은 500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는 4억6732만1000달러(약 5454억원)로 추산 중이다. 이는 2018년에 비해 13.1%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압도적인 1위, 동남아 지역이 그 뒤를 이었다. 관세청은 지난해 11월까지의 중국 라면 수출액이 1억1359만달러(약 1300억원)로 전체 수출액의 26%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동남아 지역은 전체 수출액의 20% 이상을 점유했다. 

올해 1월에는 라면 수출액 3738만달러로 전년 동월(3414만달러) 대비 324만달러가 증가했다. 이달에는 더욱 높은 수출금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바로 농심에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영화 '기생충'은 지난 주말 북미 극장가에서 550만달러(약 65억원)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농심은 영화의 인기가 계속될수록 뜻하지 않게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조리해 먹는 짜파구리가 영화 속 여주인공인 연교(조여정 분)가 먹는 음식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농심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면과 수프를 섞어 끓이는 음식이다. 이는 현지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조리법이다. 이에 따라 농심은 두 상품을 혼합한 완제품을 미국 시장에 내놓을 지에 대해 적극 검토 중이다. 만약 출시될 경우 농심의 기존 영업망을 활용해 월마트나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미국 3대 라면 제조사로 자리잡은 농심은 신라면을 중심으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조력자인 짜파구리로 추진력을 얻게 됐다. 현재 미국 라면시장 1위는 일본의 동양수산(점유율 46%)이며, 2위는 일청식품(30%), 3위가 농심(15%)이다. 10년 전 2%에 불과했던 미국 시장 점유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며 원조격인 일본 라면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다. 신흥강자 짜파구리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은 더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사진제공=농심)
농심 해외사업 매출 추이. (사진제공=농심)

농심이 예상치 못한 미국에서의 수요에도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에서의 선전을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농심은 '우리 브랜드를 중국에 그대로 심는다'는 전략으로 1990년대에 중국사업에 뛰어들었다. 1996년 상하이 공장 설립을 마친 농심은 해안에서 내륙으로 점차 사업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목표도 정했다.

당시 가장 큰 어려움은 끓은 물을 부어 면을 익혀먹는 '포면' 위주의 중국 라면 문화였다고 한다. 하지만 농심은 포기하지 않고 마트 시식 행사 등을 펼쳐 끓여먹는 문화로 라면시장을 바꿨다. 이제는 중국 현지 브랜드 제품들도 끓이는 방식을 택할 정도가 됐다. 

농심은 지난 2018년 해외 매출이 전년 대비 18% 성장한 7억6000만 달러(약 8609억 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까지도 해외법인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중국 사업 매출은 2억8000만 달러였으며, 지난해는 약 14% 늘어난 3억2000만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농심은 미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호주 등에서도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해외사업 실적도 올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농심의 목표치였던 누적 해외 매출 1조 원도 무난하게 달성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광군제 등에서도 제품 판매 호조를 보였던 농심은 올해 해외 수출에 더욱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농심의 미국 LA공장. (사진제공=농심)
농심의 미국 LA공장. (사진제공=농심)

특히 미주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농심은 올해 초부터 미국 제2공장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새로 설립되는 농심의 미국 제2공장은 기존 공장의 3배 규모인 약 15만4000㎡(4만6500평) 부지 내에 지어질 계획이며 LA 인근에 위치한다. 공장 건설에 투입되는 금액은 총 2억 달러로 농심 창립 이래 최대 규모다.

2017년 업계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에 신라면을 입점시킨 농심은 코스트코(Costco), 크로거(Kroger)를 비롯한 미국 메이저 유통사에 신라면 전점 입점을 목표로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실제로 농심은 미주지역에서 최근 수 년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기존 LA공장 생산량이 포화상태에 달했고, 앞으로 더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생산기지 확보가 필수"라며 "제2공장은 미주시장 내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남미시장 공략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식품업체별 미국 매출 비중은 CJ제일제당 10%, 농심 13%, 풀무원 11%, 삼양식품 12% 등으로 추산된다"며 "과거 중국만큼 폭발적 성장은 아니지만 미국 매출이 전사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아시안 푸드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증가해 중장기 성장 여력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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