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0.02.18 12:00

박노정 UNIST 교수 연구팀

이차원 자성 물질인 CrI₃의 자성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을 표현한 모식도 (그림제공=UNIST)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박노정 울산과학기술원(UNIST) 자연과학부의 교수팀이 김정우 인천대 교수팀, 김경환  KIST 선임연구원과 공동으로 수억 분의 일 미터의 얇은 두께를 갖는 자성체의 ‘자기이방성'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을 제시했다.

‘자기이방성’은 자성체 결정의 축 방향에 따라 자성을 띠는 정도가 달라지는 성질이다.

연구에서는 이 성질을 ‘온-오프 스위치’처럼 사용해 에너지를 소모를 줄이면서 정보를 더 빨리 안정하게 저장할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물질의 자성은 ‘스핀’이라는 전자 회전운동에서 비롯된다. 스핀은 N-S극을 갖는 아주 작은 ‘자석 알갱이’로, 자기장을 가해 그 방향을 정렬할 수 있다. 이때 물질이 자성을 띠며 이를 ‘자화’라 한다. 

자성 메모리는 바로 이 ‘자화 방향’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읽는다. 하지만 자기장으로 자화를 조절하면 전력 소모가 많고 발열이 생겨 메모리 소자의 집적도를 높이기는 어렵다.

연구에서는 자기장이 아닌 ‘빛과 전기장을 이용해 자화 방향을 조절’할 수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이차원 물질인 요오드화크롬(CrI₃)에 빛과 전기장을 가하면 이 물질의 자기이방성 크기를 제어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자성체는 자기이방성 크기에 따라 자화 방향이 달라지므로 자기장 없이도 자화 조절이 가능하다. 이 경우 에너지 소모는 줄이면서 정보를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자성체의 자기이방성이 크면 스핀이 한쪽으로 정렬되는 성질이 강하다. 그 덕분에 입력된 정보가 안정적으로 저장되지만, 새 정보를 입력할 때 들어가는 에너지 소모는 크다.

이런 ‘딜레마’는 자가이방성을 조절해 극복할 수 있다. 정보를 입력할 때는 자가이방성 크기를 낮추고, 정보를 보관할 때는 자가이방성 크기를 높이는 것이다. 이렇게 조절하면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효과적인 정보의 입력과 저장이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이론계산을 통해 빛과 전기장을 이용해 원자 수준으로 얇은 자성체의 자기이방성을 아예 없애거나 5배까지 키울 수 있음을 밝혔다.

요오드화크롬의 자기이방성을 조절해 수직 방향으로 자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강화할 수도 있었다.

수직 자화가 수평 자화보다 정보저장밀도가 높고 스핀 방향을 바꾸는 에너지 소모가 적으므로, 이번 발견은 향후 자성 메모리 개발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박노정 교수는 “빛과 같은 외부 자극이 있는 상태에서 스핀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기술할 수 있는 ‘시간의존적 범밀도함수이론’을 활용했다”라며 “연구결과는 ‘고효율 자성 소자’ 구현에 필수적으로 여겨졌던 ‘자기이방성’을 빛과 전기장으로 매우 빠르게 제어할 수 있음을 보였다”라고 연구의미를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나노 레터스’ 지난 12일자로 출판됐다. 

 박노정(왼쪽) 교수와 김범섭 연구원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UNIST)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