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20.02.20 16:08

조원태 회장의 소통능력 지적…"오너 중심 극단적 의사결정 구조로 과거 투자 실패"
“독립적 이사회 구성 위해 노력하는 것”…주주는 이사회 구성·감시·견제가 주된 역할

한진칼 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왼쪽)과 강성부 KCGI 대표가 미디어 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한진칼 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신배(왼쪽) 전 SK그룹 부회장과 강성부 KCGI 대표가 미디어 간담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한진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며 경영진을 압박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대한항공은 부채가 쌓이고 있지만 글로벌 항공사는 수익을 내고 있다”며 “전문경영인을 도입해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회사가 운영되어야 한다”며 주장했다.

KCGI는 20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한진그룹의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 전문경영인의 역할'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강성부 KCGI 대표이사는 “한진그룹의 경영 상태는 총체적 경영 실패"라고 규정하며 "최대 원인은 오너의 극단적인 의사결정 구조에 따른 잘못된 투자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대표는 “그동안 언론에서 조현아 3자 연합이라고 하는 부분을 주주연합으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또한 우리를 엘리엇과 비교하는 데 KCGI는 장기적인 투자를 지향하고 있는 투자사로 오해를 바로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공격해온 KCGI가 공개석상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해온 KCGI가 적극 태세로 전환한 이유는 다음 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근 KCGI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내용이 많아지면서 여론을 반전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의 경영 실적을 진단하며, 다가오는 주총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환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의 경영 실적을 진단하며, 다가오는 주총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환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강 대표는 한진그룹의 현재 위기 진단과 미래 방향과 전문경영인의 역할 등을 설명하며 “한진그룹은 총체적 경영 실패라고 생각한다”며 “가장 큰 원인으로 오너의 극단적인 의사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말하며 과거 '한진해운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수많은 애널리스트와 전문가들이 인수 시 큰일이 난다고 우려했다. 의사결정 구조가 독립적이고 책임지는 구조였다면 절대 그런 의사결정이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대한항공의 경영 실적을 점검하면서 “어느 때보다 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며 “2014년 이후 대한항공은 2017년 한 해 빼고는 다 손실을 봤다. 특히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별도 기준 부채비율 861.9%로 가장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진그룹은 기회 요인도 있다”며 “저금리 저유가를 이용해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래서 리스에서 이자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더욱이 “산업 구조적 측면에서 미래형 항공사로 변화가 이뤄져야 하고, 특히 디지털컨버전스를 통해 플랫폼 사업으로 변화되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면세점, 쇼핑, 여행 등을 모바일 기반으로 변경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설비투자가 중요한 것이 아닌 플랫폼 사업으로 전환을 해 수익 창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부 대표는 지난 연말에 뉴욕 기자간담회에서 'KCGI를 만날 의향이 없냐는 질문에 KCGI는 1만 명 주주 중 1명뿐이므로 그들을 만나려면 1만 번 이상 만나야 한다고 한 부분에 대해 “저 같으면 찾아가서 우리 회사를 어떻게 해야 발전시키는지 물었을 것”이라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소통능력도 지적했다. 

강 대표는 "이러한 소통도 경영 능력의 일부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며 “계속 변화하려 하지 않다가 다급해지면 찾아와 같이 손잡자는 제안을 하거나 저희가 내 높은 안을 자기들의 생각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을 보고  믿음이 생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부 안 하고 팽팽 놀던 아이가 전교 1등을 한다고 하면 믿을 수 있는가”라며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 경영진의 경영실패를 지적하며 경영에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 경영진의 경영실패를 지적하며 경영에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손진석 기자)

강 대표는 한진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실패에 대한 책임은 최고 경영진에 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한진그룹이 지난해 ‘비전 2023’을 제시했지만 진전이 없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송현동 부지매각 등  자산 매각을 통해 부채비율을 줄인다고 했지만 오히려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이 같은 상황이 주주들이 현 경영진의 경영 능력을 불신하게 한다. 최고경영자는 경영 실패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부 대표는 한진칼에 추천한 사내외이사 후보 8명은 “정말 드림팀으로 구성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처럼 회사의 변화를 만들 수 있는 분들이며 기존 경영진과도 잘 화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중심경영, 전원참여, 공정·이성적·투명 경영으로 오너 중심경영, 상명하복, 사적·감성적·독단적 경영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바이다. 회사는 사익보다 공익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독립적 이사회 구성을 하기 위해 우리는 노력하는 것이다. 주주는 이사회 구성과 감시, 견제가 역할이다. 장기적 비전 공유는 가능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자유롭게 의사 결정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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