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2.21 15:48

세브란스 재활병원, 보행 불편한 교수가 직접 임상효과 검증

무릎굽힘이 가능한 컴퓨터제어 하지보조재활장치.
무릎굽힘이 가능한 컴퓨터제어 하지보조재활장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무릎관절을 굽히는 등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재활보조장치가 국내에 선보였다.

연세대 세브란스 재활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C-브레이스’라는 이름의 2세대 컴퓨터 제어보조기를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기존 보조기보다 더 안전하고, 빠르며, 자연스런 보행이 가능했음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제품을 직접 임상시험한 환자는 이 병원 영상의학과 박미숙 교수다. 박 교수는 1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의 보행장애로 불편을 겪어왔다. 박 교수가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8년 6월 슬개골 골절을 당하고부터. 이후 재활치료를 받던 중 보조기의 필요성을 느껴 재활의학과 신지철 교수의 도움을 받아 긴다리 보조기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박교수는 걸음걸이가 달라졌다. 무릎을 구부릴 수 있어 자연스런 걸음이 가능해졌고, 보행 속도가 빨라지고, 피로감이 적어 더 먼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사진 길이나 고르지 않은 지면, 계단을 내려갈 때, 스쿼트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할 때 등 어떤 상황에서도 컴퓨터 연산장치가 무릎 굽힘을 제어해 준다.

무릎이 구부러져 넘어질 수 있다는 공포감에서 해방돼 보행의 자유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 보조장치를 착용하는 데는 한두 달의 제작과정이 필요하다. 제품은 독일 오토복회사에서 생산된 것이지만 환자의 다리모양과 하지기능이 모두 달라 개인에 맞게 최적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리 모양을 석고로 본떠 장착했을 때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컴퓨터로 보행과정을 일일이 분석해 세부적인 기능도 맞춘다.

새 보조기를 경험한 박 교수는 “일반 보조기보다 더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고, 피로감도 덜해 한쪽 다리의 기능마비 환자에겐 삶의 질을 바꿔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은 6000만원 대로 만만치 않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스란히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세브란스 재활병원 장영재 팀장은 “소아마비 환자나 말초신경 손상으로 보행에 불편을 겪는 환자에겐 정상에 가까운 보행이 가능하다”며 “하지장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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