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2.25 07:20

8명 사망자 중 6명이 대남병원에서 발생…장기입원으로 심신 피폐되는 '수용화증후군' 탓

(사진=YTN뉴스 캡처)
(사진=YTN뉴스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살아서는 비난받고, 죽어서는 외면 받는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돼 예기치 않게 죽음을 맞게 된 정신장애인들의 사연을 접한 한 정신과의사는 이렇게 소회를 전했다. 그의 말에는 이들의 사망에 관심조차 갖지 않는 냉냉한 사회분위기를 보여준다.

정부가 발표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지금까지 모두 8명. 이중 6명이 대남병원에 입원했던 정신장애인들이다.

이들의 불행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병원 장례식장을 찾으면서 시작됐다. 폐쇄병동이라는 밀접접촉 환경이 병동 전체 입원자와 직원을 감염시키는 가공할만한 상황으로 진행된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에 정신장애인들이 왜 쉽게 무너지는가 하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의사들도 코로나19의 고위험군에 고령자와 심폐질환자, 임신부나 영유아만 거론할 뿐 정신장애인은 빠져 있다.

일반적으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신적인 문제 이외에 별다른 질환이 없어 신체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입원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정신과의사들의 설명이다.

국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선완 교수는 “폐쇄된 병실에서 오랜 기간 갇혀 있으면 신체활동이 현저히 줄어 모든 기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른바 ‘수용화증후군(Institutional syndrome)’에 빠진다는 것이다.

수용화증후군은 정신장애 자체보다 환자를 더 피폐하게 만든다. 인지기능저하는 물론, 회복 의지나 의욕도 떨어지고, 감정까지 소실되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여기에다 개인 위생관리가 힘들어져 치아가 엉망이 되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약물 부작용도 한 몫을 한다. 망상과 환각을 위해 치료제를 먹지만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기 교수는 “항콜린성 부작용으로 입을 마르고, 소화가 안되며, 낮에는 멍하면서 밤에는 잠이 안 오는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한다”고 이들의 생활을 전했다. 또 도파민 차단은 망상과 환각을 줄여 주지만 운동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몸이 무겁고 떨리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의 유일한 위안은 흡연이라고 기 교수는 설명했다. 하지만 니코틴은 잠시 뇌의 쾌락중추를 자극하지만 호흡기계통의 질환은 깊어만간다.

따라서 선진의료에선 정신질환자의 감금에 가까운 장기입원을 지양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이들의 재활을 돕는 ‘탈수용화(deinstitutionalization)’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

현재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을 위한 의료급여 제도는 본인 부담이 없는 정액제다. 90% 이상이 사립인 국내 정신병원들이 장애인들의 인권이나 재활보다는 영리를 위한 환자의 수용을 조장하기 쉬운 구조다.

기 교수는 “그동안 의료인들과 시민단체의 제도개선 요구가 계속 이어져 왔다”며 “국가가 이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한 정신장애인이 병동에서 죽어나가는 비극은 계속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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