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18 17:53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표현한 작품이다. 사람이 우는 행위에 따르는 한자 표현은 아주 많다. 세상살이가 결코 순탄치 않음을 방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울음 운다. 제 혈육이 목숨을 잃었을 때, 그것도 운명이 아닌 듯 보이는 비명(非命)에 숨을 거뒀을 때 사람들은 울음 운다. 그런 울음은 지극한 슬픔을 담았다.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며, 가슴을 두드리며 마구 운다. 부모를 잃었을 때, 자식을 잃었을 때 슬픔은 하늘 끝에 닿고도 남는다.

대표적인 울음 한자는 哭(곡)이다. 소리를 지르며 우는 울음이다. 뼈까지 저미는 대단한 슬픔으로 울면 통곡(慟哭), 그보다는 덜하지만 아픔에 겨워 소리 내서 울면 통곡(痛哭)이다. 크게 울면 대곡(大哭), 목을 놓아 울면 방곡(放哭)이다.

다음 글자는 泣(읍)이다. 아주 작은 소리로 흐느껴 우는 울음이다. 소리가 작거나 없어 슬픔의 크기가 다르다고 볼 수는 없다. 슬픔에 겨우면 소리도 잦아지는 법. 소리를 삼키면서 우는 울음이 음읍(飮泣), 훌쩍거리며 우는 울음은 철읍(啜泣), 감격해서 울면 감읍(感泣), 울면서 하소연하면 읍소(泣訴)다.

號(호)는 ‘번호(番號)’이기 전에 큰 목소리로 떠드는 모습을 가리키는 글자다. 여기서 ‘말을 하며 울다’의 뜻으로 나아갔다. 呼號(호호)와 哀號(애호)는 뭔가를 부르짖으면서 우는 행위다. 號哭(호곡) 역시 마찬가지의 뜻이다. 涕(체)는 눈물이다. 눈물을 가리키는 다른 글자 淚(루)에 앞서 등장한 글자다. 流涕(유체)라고 적으면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모습이다. 涕泣(체읍), 또는 읍체(泣涕)는 소리를 내지 않고 눈물 흘리는 일이다. 파체(破涕)는 눈물을 거둔다는 뜻이다.

啼(제)는 동물의 울음소리도 뜻하지만, 사람의 울음도 가리킨다. 제혈(啼血)이라면 피를 토하면서 우는 울음이다. 제곡(啼哭)은 소리를 내서 우는 모습, 그보다 큰 소리로 울면 호제(號啼)로 적을 수 있다. 오열(嗚咽)과 유열(幽咽)은 소리를 삼키면서 낮은 목소리로 흐느끼는 울음이다.

봄에 떠올리기에는 눈물의 함의가 아주 어둡다. 그럼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가리지 않고 우리에게 크고 작은 일이 닥치면서 슬픔에 젖는 사람은 늘 있는 법이다.  북송(北宋)의 소동파(蘇東坡)가 남긴 사(詞)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그는 어느 날 10년 전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아내를 꿈속에서 만났다. 그리고 이런 말을 남겼다. “서로 돌아보는데, 그저 눈물만 천 갈래…(相顧無言, 唯有淚千行…)”. 이 봄에는 그런 슬픔에 젖어 하염없이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적었으면 좋겠다. 

 

<한자 풀이>

慟 (서러워할 통): 서러워하다. 서럽게 울다. 대단히 슬퍼하다. 애통하다.

啜 (먹을 철): 먹다. 마시다. 훌쩍훌쩍 울다. 울먹이는 모양. 훌쩍거리며 우는 모양.

涕 (눈물 체): 눈물. 울다. 눈물을 흘리며 울다.

啼 (울 제): 울다. 울부짖다. 소리 내어 울다. 눈물.

嗚 (슬플 오): 슬프다. 흐느껴 울다, 목메어 울다. 탄식하다, 애달파하다. 탄식. 노래 소리. 새 소리.

咽 (목멜 열, 목구멍 인, 삼킬 연): 목메다. 막히다. 목구멍 (인). 목 (인). 북을 치다 (인). 삼키다 (연).

 

<중국어&성어>

哭泣 kū qì: 중국어에서 ‘울음’ 또는 ‘울다’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단어다.

恸(慟)哭 tòng kū: 크게 우는 모습이다. 痛哭과 같은 뜻으로 쓴다. 차이는 본문 설명 참조.

抱头(頭)痛哭 bào tóu tòng kū: 머리를 감싸 안고 크게 우는 모습, 행위. 자주 쓴다.

相顾无(顧無)言 xiāng gù wú yán: 소동파의 사 ‘江城子(강성자 본문 참조)’에서 나온 구절이 성어로 발전했다. 서로 돌아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嚎啕大哭 háo táo dà kū: 큰 소리로 울부짖으며 우는 일, 모습이다. 방성대곡(放聲大哭)과 같은 뜻이다. 자주 쓴다.

 

<참고>

소동파 ‘江城子’ 번역 (지영재 편역, <중국시가선> 을유문화사 참조)

 

십년 동안 산 사람 죽은 이 모두 망망한데, 十年生死兩茫茫.

생각 않으려 해도 不思量.

잊을 수가 없다. 自難忘.

천리 밖 외로운 무덤, 千里孤憤,

처량함을 하소할 곳이 없다. 無處話凄凉.

설사 만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縱使相逢應不識,

먼지 낀 얼굴, 塵滿面,

살쩍에 서리 내려. 鬢如霜

 

간밤 꿈에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갔더니, 夜來幽夢忽還鄕.

작은 창 앞에서 小軒窗

화장하고 있었다. 正梳粧.

돌아보며 아무 말 없이 相顧無言

눈물 줄줄 흘리고 있었다. 惟有淚千行.

생각하면, 해마다 애가 끊였을 것이다. 料得年年斷腸處.

밝은 달 밤, 明月夜,

다복솔 언덕에서. 短松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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