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2.26 12:26

고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 "현장 검사 시스템 마련 위해 '안심의원' 지정 시급"

(사진=YTN뉴스 캡처)
(사진=YTN뉴스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가 1000명을 돌파하고, 발생지역도 청정지역이 없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예견했던 대로 대구·경북지역의 의료시설은 포화상태로 중증의 환자는 원거리 대학병원으로 이송되는가 하면, 의료인력 부족으로 의사와 간호사 자원자를 모집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상황이 2015년 발생했던 메르스 사태보다 더 심각한데도 정부의 방역대책은 항상 한발 늦은데 있다.

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의 방역대책이 여전히 메르스 때 방역경험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바이러스의 양상이 과거와 전혀 달라 감염 확산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를 꺾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다. 그럼에도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견된 지 한 달여가 지났는데도 아직 방역의 가닥은 잡히지 않고 오히려 확산일로일까.

먼저 바이러스가 영악하게 진화한 것을 들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메르스보다 폭발적인 감염력을 보인다.

메르스는 사망률은 높지만 감염력이 떨어져 병원에서 2~3차 전파만이 문제가 됐다. 따라서 병원 폐쇄만으로 한 달여 만에 확산 차단에 성공했다. 당시 국내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에 불과했지만 사망자는 39명에 이르렀다. 게다가 코로나19는 무증상에서도 전파되지만 메르스는 그 같은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

초기증상이 애매한 것도 전파력을 부추겼다. 바이러스가 감기와 몸살 증상과 혼동하도록 자신을 진화시킨 것이다.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은 열이 나고 두통이나 근육통, 기침, 가래 등 의사들조차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매우 비전형적이다. 이렇게 경증이 계속되는 동안 환자는 동네의원과 약국을 들락거리고, 정상적인 생활을 함으로써 주위에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바이러스를 ‘스텔스 바이러스’로 지칭한다. 감시망에 걸리지 않고 접근해 목표물을 파괴하는 전투기가 스텔스기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의 면역체계를 속이고 침투하는 스텔스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스텔라 바이러스로 에이즈나 만성간염, 헤르페스 바이러스를 들 수 있다.

코로나19의 발생시점도 확산의 배경이 됐다. 메르스의 경우 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시작됐다. 이 시기엔 감기나 독감환자가 거의 없어 발견이 쉬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메르스 방역의 경험을 코로나19에 대입하고 있는 현행 방역체계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계에선 수차례에 걸쳐 중국 전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제한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묵살됐다. 이미 중국 우환에서 전국 전역과 아시아로 환자가 확산되는 시점에서도 사례정의에 여전히 우한 여행력만을 고집해 감염자를 놓치는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 이후 사례정의를 강화했지만 골든타임은 이미 지난 시점이었다.

이번 안심병원 지정 역시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우주 교수는 “안심병원은 방역이 안정화돼 어느 정도 환자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라며 “지역사회 곳곳에서 감염자가 속출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지역사회 의원급을 ‘안심의원’이나 ‘선별의원’으로 지정해 현장에서 검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역사회 방역의 모세혈관인 의사협회와 아직까지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의사협회는 2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중국 입국자 제한을 여섯 차례라 건의했음에도 이를 방치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방역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하고, 정책을 자문한 비선 전문가와 장관의 교체를 요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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