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윤희 기자
  • 입력 2020.02.26 14:15

"수업시간에 가동 멈추고 쉬는 시간 활용해 환기할 정도"

경기도교육청(사진=최윤희 기자)
경기도교육청(사진=최윤희 기자)

[뉴스웍스=최윤희 기자] 일상화된 미세먼지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이 공기정화 시설로 기계식환기장치를 우선 설치하는 방안을 두고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인 학교현장 곳곳에서 소음 등으로 학생들의 학업에 큰 장애를 줄 수 있는 기계식환기설비 설치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실 내 공기정화설비 설치를 의무화한 '학교보건법 개정안'에 따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과 학생 건강보호를 위해 2020년까지 관내 모든 유·초·중·고 교실에 공기청정기와 환기설비 설치를 완료한다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도교육청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본예산 596억원과 추경예산 877억원을 합쳐 총 1473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예산집행이 결국 해를 넘기며 불용위기에 처했다.

도교육청은 우선 올해 259억원을 들여 도내 전체 6만7000여개 교실을 대상으로 공기청정기를 임차하기로 했지만, 이와 병행해 애초 도입할 예정이던 '기계환기설비 장치' 사업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 않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2년간 약 22%에 해당하는 도내 신설·기존 학급에 기계식환기설비를 설치했지만 성능과 소음 문제가 기술적 결함으로 대두되자 '소음·성능 등의 문제를 해결할만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정책추진을 미룬 채 다른 대안을 모색 중이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기계식환기설비 설치에 대해 그만큼 부담해야 할 위험(리스크)이 크다는 뜻이 된다.

기계환기설비는 내부의 오염된 공기를 외부로 배출하고 외부의 공기를 필터로 걸러 실내로 유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계식공기순환장치에 장착되는 필터 성능에 대해선 현재 KS표준이 없어 어느 수준까지 미세먼지를 걸러내는지를 규정할 수 없는 상태다.

또 렌털로 설치하는 공기청정기와는 달리 천장에 시공해야 하는 데다 석면 해체 작업에 따른 일정을 맞춰야 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관리·운영상의 어려움이 있다.

도교육청은 올 6월경 기계식 공기순환기의 필터 성능 및 소음 기준에 대한 표준안 등을 담은 정부 규정이 나올 때까지 일단 예산 처리를 보류한 상황이지만, 기계식환기설비의 기술적 한계인 소음 문제에 따른 학교현장 및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같은 우려는 도교육청이 앞서 사단법인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을 통해 조달청에 등록된 공기정화장치 제품들에 대한 사전조사 및 미세먼지 저감 효과 등을 파악한 '학교체육관 적정모델 연구' 용역 결과에서도 뚜렷이 나타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기계식환기 미세먼지 저감 제품(대형급배기, 공기순환기, 수직·무덕트형 공기조화기, 수평·덕트형 공기조화기)의 경우 무엇보다 비용적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기계식환기설비는 관급자재 단가와 필터유지비가 다른 미세먼지 저감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월등히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기계식환기설비는 흡·환기와 미세먼지 제거의 두가지 조건을 다 충족하기엔 모터의 수명과 소음이 몇배나 커져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기계식환기설비에 쓰이는 헤파필터 모터는 공기를 걸러내서 투과하는 방식으로 흡기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규 건축물 보다 냉난방 기능이 필요한 기존 건축물 교실에 대한 소음 발생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천정 공기순환기를 가동하면 가동 전 35.3~47.1db에서 가동 후 40.2~57.9db로 최대 17.7db이 높아질 수 있어 학습권을 저해하는 요소들을 대거 안고 있다.

앞서 교육부도 한국기계전지전자시험연구원을 통해 각 제품의 미세먼지 저감효과와 풍량, 소음 등 조달청에 등록된 기계식 공기순환기에 대한 성능 검사에 나선 결과 '일부 제품에서 기준치인 55db이 넘는 소음 수치가 나와 보완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기계식환기설비를 설치한 학교의 한 교사는 "수업시간에 공기순환장치의 가동을 멈추고, 쉬는 시간을 활용해 환기를 할 정도로 소음 문제가 심각하다"며 "도교육청이 방대한 예산을 투입해 미세먼지 대책을 세운 만큼 공기정화장치가 실효성있는 방향으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기계식 공기순환기의 기준안이 나온 후 공기정화설비와 관련한 다양한 설치 방안을 지역사회 학부모 등과 함께 모색할 것"이라며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효과 및 성능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충북도교육청에서 올린 기계식공기순환장치 설치 예산 260여억원 전액을 삭감했고, 경남교육청과 인천교육청은 경제적이고 기존·신규건물 모두 적용적합하며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데 입증된 데이터를 갖고 있는 '창문형 방진필터' 환기장치를 공기청정기와 복합설치하는 '공기정화설비 내실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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