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20.02.26 16:32
마트산업노동조합과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가 26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왕<b>진화</b> 기자)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가 26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왕진화 기자)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이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홈플러스 온라인 배송기사들을 중심으로 마트산업노동조합에 가입, 지난 23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마트산업노동조합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로 출범한 것이다.

이들은 첫 집단행동으로 26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 모여 대형마트 측에 코로나19로 인한 안전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형마트의 온라인매출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지난 16일 홈플러스는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온라인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7% 상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2~3일치의 주문이 이미 가득찼다고 밝혔다.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 관계자가 26일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왕<b>진화</b> 기자)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 관계자가 26일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왕진화 기자)

날이 갈수록 대형마트 등의 온라인 매출이 크게 늘면서 배송 관련 노동자들의 어려움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에 따르면 배송기사들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10시까지인 배송시간에 맞추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일하지만 제대로 된 휴식시간도 없고, 식사시간마저 부족해 허겁지겁 먹으며 그조차 먹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수암 준비위원은 "휴게실도 없고, 있다고 해도 부족해서 차에서 쉬기 일쑤"라며 "한 건당 중량물 제한도 없어 무거운 물건을 쉼 없이 배송하며 매일 강도 높은 육체노동에 시달려 오죽하면 코로나19보다 과로로 쓰러지겠다는 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종 준비위원은 "배송상품을 확인하기 위해 고객들과 대면하라는 대형마트의 매뉴얼 때문에 불특정 다수와 대면해야 하는 위험에 처해있다"며 "이런 배송 매뉴얼은 고객과 기사 모두에게 안전하지 않으며, 배송기사에게 안전조치란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뿐인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확진자가 발생해 점포가 폐점이라도 되면 개인사업자인 배송기사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며 "확진이 되거나 격리 판정을 받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준비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폭증한 주문물량만큼 상품을 담는 피커와 배송인력이 충원돼야 하고, 서로의 안전을 위해 대면배송도 최소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격리 및 확진, 마트 휴점시 배송기사에게도 생계비가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노동부에게는 "위험에 노출된 채 장시간노동과 격무에 시달리는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보장을 위해 대형마트 기업에 대한 즉각적인 관리감독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마트노조와 준비위는 서울지방노동청에 이 같은 요구를 담은 서한을 전달했다. 대형마트 회사들에게도 "배송기사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다면 이후 마트노조 소속의 대형마트 직영노동자들과 함께 연대해 투쟁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한편, 준비위원회는 상반기에 온라인배송지회를 정식으로 출범하고 대형마트와의 교섭을 통해 온라인 배송기사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할 방침이다.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 측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왕<b>진화</b> 기자)
온라인배송지회준비위원회 측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왕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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