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2.27 18:40

사형 선고 내린 여행업계…"직원들 퇴사한 마당에 관광진흥개발기금 지원해본들 회생 안 돼"

텅 빈 부산→서울 무궁화호 객실과 구미역 플랫폼. (사진=안덕영 대표 제공)
텅 빈 부산→서울 무궁화호 객실과 구미역 플랫폼. (사진=안덕영 대표 제공)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여행업계는 이미 완전히 사망한 상태입니다. 이미 죽은 사람을 어떻게 되살립니까?"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국내 경제가 더욱더 얼어붙어 가는 가운데 여행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기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한 국가는 베트남·싱가포르·일본·필리핀 등 21개국이다. 일본이나 베트남, 필리핀처럼 대표적인 해외 여행지로 꼽히던 국가까지 한국발 입국자에 제한을 두면서 여행업계의 피해는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일 전문 여행사 '에이플러스 여행사' 안덕영 대표(57)은 이날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에이플러스 여행사의 주력 상품은 일본 전국철도여행과 부산-시모노세키 여행이다. 안 대표는 지난 해 한일관계 악화에다가 이번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여행사, 특히 한일전문 여행사는 "완벽하게 끝났다"고 표현했다. 안 대표는 이와 관련해 "어제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오는 550명 탑승 가능 선박에 30명만 탔다. 6명 방을 혼자서 사용할 정도로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며 "승객 격감으로 3월부터 일본 배는 아예 휴항에 들어간다더라"고 전했다.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 (사진=Pixabay)
일본 고속철도 신칸센. (사진=Pixabay)

안 대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는 안 그래도 내리막을 걷고 있던 여행업계에 마지막 사형 선고를 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 대표는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회사가 힘들어졌는데 이번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우리 같은 일본 전문 여행사뿐 아니라 모든 여행사가 전멸했다"며 "코로나 사태 이전만해도 한일관계가 개선되면서 숨통이 트인다는 긍정적인 보도가 나왔지만 현장에서는 그런 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내리막길만 걷다가 이제 완전히 죽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관광객 수 급감은 더욱 처참했다. 안 대표는 "작년 이 시기와 비교해보면 거의 1% 이하로 줄었다"며 "예전에는 한 번에 200명이 넘는 여행객들을 모시고 한 달에 4~5회 여행을 진행했는데 한일관계 악화 이후에는 한 번에 겨우 두 어명, 그것도 1~2회 여행만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가 터지면서 완전히 전멸했다. 아예 여행횟수가 0"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국가 지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제 국가에서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도와준다 해도 여행사 측에서 그에 반응해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다"고 밝혔다. 또 "국가에서 관광진흥개발기금 등을 활용해 자금 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결국 허울이다. 이미 여행업계는 다 죽었다"며 "우리 회사의 경우 이미 직원들도 다 퇴사했다. 정부가 이제서야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죽은 사람보고 노력해서 다시 살아나라고 하는 격이다. 너무 늦었다"고 정부의 뒤늦은 대처를 지적했다.

(사진=안덕영 대표 제공)
27일 부산역 창구에서 소수의 승객들만 기차표를 예매하고 있다. (사진=안덕영 대표 제공)

안 대표는 해외출장을 다녀온 일주일 사이 국내 모습이 확연하게 달라졌다며 놀라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1일부터 6박 7일 동안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 그런데 고작 일주일 사이에 너무 많은 게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1일 출국을 위해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을 내려갈 때만 해도 승객이 조금 줄은 듯 하긴 했지만 그래도 평상시와 별다른 모습은 아니었다"며 "그런데 오늘(27일) 귀국하니 열차에는 나를 포함해 승객이 2명 뿐이었고 다른 역 플랫폼에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상한 행성에 온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현재 흐름은 여행업계 사상 최악의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에서 이제야 뭔가 도와주겠다고는 하는데 이미 죽은 다음에 어떻게 살아날 수 있겠나. 죽기 전에 살리려고 노력을 해야 했다"고 정부의 안일함을 재차 비판했다. 

아울러 "3월 달에 회사를 완전히 접을 예정"이라고 밝힌 안 대표는 "임대료 낼 자신도 없고 현 상황이 금세 회복될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다"며 "여행 업계는 완전히 죽었기 때문에 회생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코로나 사태가 종결되더라도 여행업계가 다시 살아나는 것은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외국에서 입국 금지·제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조치가 철회되고 자제되도록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지만 한국발 입국을 금지·제한하는 국가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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