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2.27 15:12

빨라야 3월 초 공급될 듯…제조사와의 계약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

농협하나로마트에 붙은 마스크 안내문. (사진=이한익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정부가 27일부터 하루 500만개의 마스크를 시중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현장의 목소리와는 괴리가 큰 상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6일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 조정조치'를 시행하면서 "27일부터 매일 긴급수급 조정조치로 확보될 약 500만개의 마스크를 시중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26일 0시부터 시행된 긴급수급 조정조치로 마스크 생산업자는 당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판매처로 출고해야 한다. 공적판매처는 우정사업본부, 농협하나로마트, 공영홈쇼핑, 중소기업유통센터와 기타 식약처장이 정하는 판매처다. 

특히 공적판매처에 공급되는 마스크 500만장 중 350만장은 약국, 우체국, 농협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 공급할 예정임을 분명히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겨난 '마스크 품귀현상'을 없애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당장 물량확보부터 힘든 상황"이란 입장이다. 당장이라도 마스크를 공급할 것처럼 이야기하던 정부 발표와 달리, 마스크 제조사와의 계약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공적판매처인 약국의 마스크 유통을 전담하는 '지오영' 관계자는 "식약처로부터 넘겨받은 약 140곳의 마스크 제조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뒤 공급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계약을 맺어도 문제다. 각 제조업체의 마스크 생산량을 합쳐도 전국 약국에 유통하기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약국의 마스크 공급은 빨라야 3월 초에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체국 측도 3월 2일부터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고 공지했으며, 농협 측도 3월 초가 돼야 물량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뉴스웍스가 최근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관악구의 약국 4곳을 방문했지만,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3월 초에 들어올 예정'이라는 안내만 받았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이씨는 "업계에서는 3월 초에 물량을 받을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유통사는 이제야 제조업체랑 계약하는 중이고, 제조사엔 물량이 없는 상황"이라며 "어제(26일) 언론 보도가 나간 뒤 아침부터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마스크가 입고됐냐는 소비자들의 전화다. 마스크를 사러 방문한 손님들을 돌려보내기도 지친다"고 토로했다.  

서울 지역 내 한 마트의 마스크·손소독제 품절 안내문. (사진=장대청 기자)
서울 지역 내 한 마트의 마스크·손소독제 품절 안내문. (사진=장대청 기자)

정부 발표를 듣고 마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우체국, 농협, 약국 등을 찾아갔다가 허탕 친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유저는 "동네 편의점, 가게, 약국을 10곳 넘게 돌아다녔는데 마스크 한 장도 구하지 못했다. 저번에는 주말에 일찍 돌아다녀 봤지만 마스크가 없었다"고 했다. "마스크 수급만 잘 돼도 불안감이 줄어들 것 같다"는 댓글 등이 힘을 보탰다. 

그나마 온라인에서는 상대적으로 마스크를 구입하기 쉽지만 엄청난 웃돈을 줘야 한다. 통계청은 온라인 사이트 100여 곳의 마스크 가격을 조사한 결과, 1장당 평균 판매가격이 4000원에 달한다고 27일 밝혔다. 코로나19 확산 전 평균 가격은 1000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온라인 구매가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이마저도 구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래저래 국민들의 울화통만 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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