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0.02.29 00:10

"사태 진정되지 않으면 소비 감소로 자영업자들 고민 더 깊어질 것"

서울시 종로구 관철동 인근에 위치한 공실 상가들. (사진=남빛하늘 기자)
서울 종로구 관철동 인근 공실 상가들 모습. (사진=남빛하늘 기자)

[뉴스웍스=남빛하늘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관광과 유통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부동산컨설팅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확산이 상업용 부동산에 끼친 잠재적인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중국 방문객 수 감소에 따라 단기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한국은 코로나19 발병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 때문에 매출 부진으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 공실 증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해외여행자 숫자 감소 등으로 호텔, 관광업, 면세점, 백화점, 대형 할인점 등의 매출이 급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는 코로나19 발병으로 인한 경제적인 영향은 올해 상반기에 국한될 것이고 아시아 태평양 상업 부동산의 장기적인 펀더멘탈(fundamental)은 손상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엔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위기 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각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는 개학을 연기하는 등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서울 노원구에서 개인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후부터는 외부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눈에 띄게 확 줄은 것 같다"며 "월세 낼 날은 다가오는데 매출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한 대학 후문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B씨 역시 "유동인구도 많이 줄어든 데다 대학이 개강까지 연기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지만 당분간 자영업자들은 매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확진자가 다녀간 상가, 시설 등이 방역을 위해 폐쇄까지 하게 되면 이에 투자한 리츠(REITs) 업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또 유동인구 감소로 리테일 시장이 흔들려 오피스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진원창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한국지사 리서치팀장은 "코로나19로 외부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부동산 리테일 시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이는 오피스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가 지난 2015년 발생한 메르스(MERS)처럼 확산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은 165만명, 관광수입은 4조6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2002~2003년 발생한 사스(SARS)처럼 코로나19가 9개월 동안 유행하고 관광수입이 17.2% 감소한다면 관광업계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은 5만56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권강수 상가의신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드는데다 각종 행사도 많이 취소돼 소상공인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외출을 자제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면서 매출 감소로 자연스레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권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로 최근에는 임대인들이 한 달 월세를 받지 않거나 임대료를 20~30% 할인해주기도 한다"며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무엇보다도 소비 감소로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고민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와 관련 정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임대인(건물주)이 소상공인에게 인하해 준 임대료의 절반을 분담하기로 했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도 임대료를 인하해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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