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실패하나?⑲] 거꾸로 가는 공공부문 개혁
[한국은 왜 실패하나?⑲] 거꾸로 가는 공공부문 개혁
  • 김태기 교수
  • 승인 2020.02.2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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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의 경제클리닉 “공공부문 고용 확대 경제성장에 짐 돼...공공부문부터 종신고용과 호봉제를 폐지해야”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낭비와의 전쟁(war on waste)’, ‘일 잘하고 비용 줄이고(work better cost less)’.

미국 공화당 레이건 대통령과 민주당 클린톤 대통령이 각각 내건 정부 개혁의 목표다. 미국은 역대 대통령마다 정당을 초월해 정부 개혁을 추진했다. 공화당은 민주당보다, 행정부보다 의회가 정부 개혁에 더 적극적인 면을 보이지만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차이가 거의 없다.

미국은 정부 개혁의 핵심을 국민의 세금부담은 줄이되 정부의 생산성을 높여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강화하는데 두었다. 기술과 인구구조 등 환경 변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기업가적 경영으로 공공행정을 혁신하고,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줄임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했다. 덕분에 정부 경쟁력을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 등의 지수를 보면 미국은 1~3위를 유지해왔다.

정부 개혁은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서 시작해 유럽으로 퍼졌고 1990년대 들어와 시대 흐름이 되었다.

개혁의 목표는 미국과 유럽이 비슷하나 공공부문 비중이 큰 유럽은 정부 개혁의 범위가 훨씬 넓었다. 유럽의 공공부문은 경직적이라 고임금-저생산성 경제구조를 만들고, 노사관계도 불안해 민간부문 성장에 걸림돌이고, 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었다. 유럽은 개혁의 내용도 미국보다 구체적이고, 정부 경쟁력이 세계 최상위권으로 평가받는 북부 유럽은 실용적이었다.

유럽은 공기업 민영화는 물론 공공서비스의 아웃소싱 등을 통해 공공부문을 줄였다. 1980년대에 영국 대처 수상은 제조업 등을, 유럽 좌파 사회민주의의 대부로 불렸던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은 방송과 금융 등을 민영화했다. 공공부문 개혁을 소홀히 하다 경제위기를 맞은 남부 유럽은 뒤늦게 팔을 걷어붙였다.

사회민주주의 뿌리가 깊은 북부 유럽의 선두 주자인 스웨덴은 1990년대 초반에 정부 개혁을 대담하게 추진했다. 복지국가를 유지하면서 공공부문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종신고용과 근무 기간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공공부문의 임금·고용 관행을 확 바꾸었다. 스웨덴이 자랑하는 교육과 의료서비스부터 시장 원리를 적용했다. 교사 채용과 급여를 학교장이 결정하고, 공급이 부족한 과학과 수학 교사 등의 급여는 다른 과목보다 높이고, 신임 교사는 충원을 촉진하고 기존 교사에는 자극을 주었다. 병원에 대한 지원도 의료서비스와 비례하고, 간호사의 급여는 성과와 연계하며, 간호사가 부족한 지역은 급여를 높였다. 스웨덴은 노조가 강하지만 정부는 반대를 무릅쓰고 개혁을 추진했다. 그러나 노조도 개혁으로 전문직의 권위가 올라가는 것이기에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공공부문 개혁이 부진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통신, 정유, 은행 등 공기업 민영화로 산업구조 고도화와 경제성장 동력을 키웠다. 그러나 1990년대 민주화 이후 공기업 민영화가 재벌을 키운다는 부정적인 인식으로 정부는 소극적이었다. 외환위기로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했으나 이 또한 노동조합 반대와 정치적 이해득실로 후퇴했다.

사회복지 강화에 따라 공공부문이 커지고 관치경제가 유지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뚝 떨어졌다. 산업구조가 극소수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나누어지고, 경제의 서비스화는 영세기업의 고용 비중 확대로 이어졌다. 노동시장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어지면서 고용이 악화하고 소득 불평등이 커졌다. 게다가 공공부문은 고임금과 고용 보호의 혜택을 누리고 인적자원도 쏠리면서 노동시장이 공공과 민간으로 또 나누어졌다.

공공부문의 자원 왜곡과 비효율성을 바로 잡는 일이 시급하나 문재인 정권은 거꾸로 갔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성과는 작아도 공공부문 개혁에 정부가 힘을 쏟았다. 그러나 문 정권은 정부가 일자리 만든다면서 공무원 늘리고, 민간이 하던 일자리도 사업주를 정부로 바꾸고,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고용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고용 확대에도 불구하고 임금·고용 관행의 경직성 해소 등 공공부문의 혁신은 외면했다.

결국에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경제성장에 짐이 되었고 노동시장을 더 왜곡시키게 되었다. 불과 3년 사이에 경제 활력이 뚝 떨어져 성장률은 거의 절반으로 추락했고, 비정규직은 늘고 소득 불평등도 커졌다. 또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로 국민의 세금부담은 늘고 반면, 나라의 살림 즉 재정은 빠르게 악화했다.

문 정권의 공공부문 정책의 실패는 미국이나 유럽 등이 1970년대 이미 경험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1980년대 이후 공공부문을 개혁에 나섰다. 더군다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각국이 공공부문 개혁에 다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의 75%는 공공부문 고용과 급여를 줄이는 판인데 우리나라만 시대 흐름과 역행한다.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낮출 뿐이다. OECD 국가의 경험을 보면 공공 일자리를 100개 늘릴 때 민간 일자리는 평균 150개가 사라지고 33명의 실업자가 생겼다. 공공 일자리는 세금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고용을 늘리면 민간부문의 투자와 소비는 그만큼 위축된다. 즉 공공부문 고용 확대는 밀어내기 부작용을 일으켜 민간부문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공공부문 고용 확대의 부작용은 임금·고용 관행의 경직성에 따라 다르다. 유럽의 경우 평균적으로 공공부문의 임금 프리미엄을 15%로 추정하는데, 프리미엄이 작은 북부 유럽은 공공부문 비중이 높아도 고용이 시장 원리를 따르고 임금은 성과와 연계됨으로 부작용을 줄인다. 남부 유럽은 공공부문의 고용 비중이 북부 유럽보다 작아도 임금 프리미엄이 크고 경직성도 높아 부작용이 크다. 이러한 차이는 북부 유럽이 남부 유럽보다 경제성장과 소득분배가 양호하게 만들었다.

문 정권이 공공부문 확대의 부작용을 무시한 이유는 ‘가보지 못한 길’ 등을 내세우는데 알 수 있듯이 정치적 동기에 치우쳐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의 공공부문 고용이 많은 원인이 44%가 정치적 동기에 있다고 분석되는데, ‘가보지 못한 길’은 ‘빈곤의 길’로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제위기에 처해 있다. 다른 나라도 그랬지만 공공부문 개혁으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하고,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그렇다. 공공부문의 개혁은 정부의 규제를 줄이고 정책을 시장 친화적으로 바꾸는 기폭제가 되어 민간부문의 혁신을 유인해야 한다.

고령화 등으로 복지서비스가 강화되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독점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없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대로 복지국가 스웨덴도 그랬다. 공공부문 개혁은 공기업의 민영화, 관치경제의 탈피 등 많은 과제가 있으나 공공부문의 특권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개혁이 시급하다. 공공부문 확대의 부작용이 핵심 원인은 경직적인 임금·고용 관행에 있기에, 스웨덴 등이 그랬던 것처럼, 이문제를 바로잡는데 개혁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낭비와의 전쟁’, ‘일 잘하고 비용 줄이고’에 더해 우리나라는 ‘정부부터 혁신해’라는 각오가 필요하다.

미국은 공공부문도 임금·고용 관행이 유연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경직적이다. 임금·고용 관행의 경직성은 특권을 만들었고, 이는 민간부문의 혁신을 가로막아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렸으며, 산업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만들었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었던 스웨덴이 정부 개혁을 공공부문의 유연화에 초점을 맞춘 이유도 바로 이러한 점에 기인한다. 우리나라가 기술혁신과 고령화 등 경제사회 환경의 급변에 발맞추어 공공부문 개혁에 성공하려면 다음과 같은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공공부문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둔화하고 일자리와 소득 불평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알지만, 그 배경에는 포퓰리즘 정책뿐 아니라 공공기관 스스로 혁신을 외면해 그 부담을 결국에 국민이 지게 되는 모순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미국이나 유럽이 그랬듯이 국민의 인식을 높이려면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공공부문을 무분별하게 확대한 정당에 책임을 묻고 대안을 만드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

둘째, 공공부문부터 종신고용과 호봉제를 폐지하는 것이다. 종신고용과 호봉제는 고학력 청년이 실업자가 되고, 고령화가 빈곤화되는 모순을 일으킨다. 한 번 입사하면 일과 관계없이 시간이 지나면서 급여가 자동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아웃사이드는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없어지고, 인사이드도 생산성이 올라가지 못해 조기에 퇴직하는 문제가 생긴다. 공공부문의 종신고용과 호봉제를 유지하는 한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운영에 관련된 법의 정비를 통해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높이고, 임금·고용이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셋째, 공공부문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민간부문보다 7배 정도 높고, 노동조합의 교섭력은 물론 정치적인 힘도 강해 임금·고용 경직성이 더 악화했다. 이러한 제도적 취약성을 보완하고, 특히 민간 기업과 달리 공공기관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기에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그만큼 더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관한 법과 예산제도 그리고 정부의 정책은 허술하다. 따라서 공공부문 노동관계에 관한 원칙과 법을 정비하고, 공공기관 노동조합 운영의 투명성과 책무성의 강화와 이에 관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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