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2.28 13:12

"측근 의원들 부담 갖지 말고 스스로 정치 진로 결정하시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있다.(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28일 선언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253개 지역 선거구에 후보자를 내지 않기로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결정이 이번 총선에서 전체 야권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미래통합당과의 통합이나 선거연대 가능성과 관련해 일관되게 "통합도 연대도 없다"고 선을 그어왔다.

이날 전격적으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통합당과의 연대를 우회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통합당은 비례대표를 내지 않기로 한 대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만든 상태다.

그는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께선 지역 선거구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주시고, 정당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반드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어렵지만 굳건하게 국민의당을 지켜주시는 국민 여러분과 당원동지 여러분, 오늘의 결심이 있기까지 참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며 "먼저 이 자리를 빌려 오랫동안 지역구 출마를 준비했지만 제 결심을 받아주신 동지들께 진심으로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한다"고 했다.

안 대표가 지역구 선거를 포기한 것은 국민의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 귀국 후 바른미래당 탈당, 국민의당 창당 등 숨 가쁜 행보를 이어왔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회견 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어제 밤새 고민했다. 한숨도 못 자면서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을 쓰다 새벽 무렵에 결심한 생각"이라며 "현재 상황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귀국하며 이루려는 목표에 대한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비례공천을 통해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 간의 혁신 경쟁, 정책경쟁을 견인하겠다"며 자신의 정치적 신념만큼은 버릴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그러면서도 통합당으로 진로를 정한 측근 의원들을 향해 "부담 가지지 말고 스스로의 정치 진로를 결정하시라"고 말했다.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는 김중로·이동섭·임재훈 의원과 원외 인사들은 통합당에 입당해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김삼화·김수민·신용현 의원도 통합당 입당을 고민 중이다.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과 비례대표 이태규 의원만 이날 기자회견에 동행했다.

안 대표의 발언은 국민의당 잔류와 통합당 합류를 놓고 고민하는 의원들에게 '통합당에 들어가 지역구에 도전하든, 국민의당에서 비례대표를 노리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라는 메시지다. 그는 "팔과 다리를 떼어내는 심정"이라고 언급했다.

이태규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결단을 하지 않으면 지역구 후보를 내도 야권 연대 가능성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며 "근본적인 논란의 싹을 잘라야 당 가치와 비전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권은희 의원은 "저는 지역 주민과 직접 소통해 선택을 받겠다고 했고, 이와 관련해서는 변화가 없다"며 "저와 이태규 의원 등 현직 의원은 안 대표가 말한 중요 선거 전략과 관련해 큰 관련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한 안 대표가 국민의당의 지역구 선거마저 포기함으로써 이른바 '중도·보수 대통합'으로 정권심판을 하겠다는 통합당의 구상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안철수계 인사들이 통합당에 들어왔으며, 안 대표의 이날 선언으로 통합당으로의 합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미래한국당)과 국민의당의 관계를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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