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2.29 07:00

최준선 "국회 입법 어렵다고 시행령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법질서 파괴하는 것"
김원식 "2041년 약 1800조 예상되는 국민연금,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대상 될 수 있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배구조포럼', '바른금융재정포럼'과 함께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경제 법률 시행령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사진='바른사회시민회의' 제공)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지배구조포럼', '바른금융재정포럼'과 함께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경제 법률 시행령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사진제공='바른사회시민회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법률로 규정해야 할 사안을 시행령으로 규정하는 정부 행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지배구조포럼', '바른금융재정포럼'과 함께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경제 법률 시행령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정책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일제히 "최근 정부는 국회 입법절차를 패싱하고 대통령령인 시행령을 개정해 기업 정책 집행에 활용하고 있다"라며 "상법 시행령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 등이 그러한 사례"라고 성토했다. 이어 "시행령이 상위법인 본법의 취지가 침해되는 사례까지 나타나는 것은 큰 문제"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기조 발제를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요즘 한국에서 '상위법 우선의 원칙'이 무너지는 상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문제"라며 "보편적인 지배구조 개선 노력의 일환으로 회사의 정관을 바꾸고자 하는 경우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것에서 제외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은 상위법에 정면으로 반하므로 무효"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그는 '상법 시행령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시행령은 상장회사의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으로, 계열회사의 사외이사 재직기간 포함 9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며 "이는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민연금법 시행령의 문제'도 질타했다.

그는 "시행령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시행함에 있어 기업에 영향이 매우 큰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설치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구는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와 같이 법률에 규정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국회 입법이 어렵다고 해서 시행령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법질서를 파괴하는 것으로 여야의 협치가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에서 국민연금기금을 통한 국내 민간 기업들의 경영권 침해는 또 다른 형태의 대형 강력 규제로서 기업들의 글로벌화 기회를 위축시키고, 국민경제의 위기와 궁극적으로는 근로자들의 고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국민연금기금은 2041년에는 약 1800조까지 늘어날 것인데, 이는 국민연금기금이 국내용 독점기금이 아니라 이미 '글로벌 펀드'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해외의 국가펀드들과 경쟁하는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정부가 지금 추진하는 국민연금법 시행령도 아닌 '지침'에 담긴 스튜어드십코드로는 수익률 극대화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문제가 된 상법 시행령은 주로 사외이사의 선임과 관련돼 있다"라며 "시행령 개정안들은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으로 회사의 지배주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의 심각성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법령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신중한 논의를 거쳐 결정돼야 하는데 본 시행령은 국회를 통한 공론화 절차 없이 국무회의의 결정만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헌법을 위반한다"라고 질타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은 여전히 기금운용위원회에 현직 장관이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등 독립성 없는 구조로, 산하 위원회 구성도 비중립적이므로 국민연금에 날개를 달아주는 자본시장 시행령 개정은 그 자체가 독선적인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중립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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