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3.05 23:15

질병 집중 탐구④ '신경치료'/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보존과 이진규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보존과 이진규 교수.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보존과 이진규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치아가 오복 중에 하나라면, 치과의사는 진정 ‘복을 주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다양한 치과분야에서도 치과보존과는 어떤 복을 줄까.

정원에 있는 오래된 나무가 시들시들 죽어간다고 치자. 정원사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하나는 시든 나무를 뽑아버리고 그 자리에 조형물을 심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으로 만든 조형물은 보기에는 그럴듯해도 기능면에서 자연수를 따르지 못한다.

다시 말해 손상된 치아를 뽑고 임플란트 같은 인공치아를 만들어주는 곳이 보철과라면 자연치아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가 ‘보존과’다.

굳이 치과보존과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것은 아무리 손상된 치아라도 뽑기 전 한번쯤 살려보라는 것이다. 쉽게 '헌 이'를 포기하는 것은 가난한 시절 힘든 시련을 함께 헤쳐나온 ‘조강지처’를 버리는 것과 같아서다.

강동경희대병원 치과보존과 이진규 교수는 죽어가는 치아를 살리는 ‘생명의 손’이 되고자 노력하는 의사다. 자연치아를 오래 보존하고, 여기에다 신경이 포함된 치수조직까지 살리기 위해 고심한다. 그가 추구하는 ‘바이탈 펄프 테라피(Vital pulp therapy)’와 한발 더 나아간 ‘펄프 덴틴 리제네레이션(Pulp-dentin regeneration)’이 그것이다.

치의학의 발전도 그의 편이다. 정밀한 진단과 소재의 발달, 그리고 바이오공학의 지원사격 덕분에 죽어가는 치아를 살릴 수 있는 기회는 더 많아지고, 더 넓어지고 있다.

요즘 의료분야에서도 재생의학(Regenerative medicine)이 화두다. 기능회복이 어려운 조직이나 장기를 원래의 기능을 되찾도록 복원시키는 사조가 미래 연구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죽어가는 치아를 살려내는 재생치료가 치과보존 영역에선 어디까지, 또 얼마나 와 있는지 이진규 교수에게 알아봤다.

Q: 치과보존과에는 어떤 환자들이 오나.

A: 충치환자와 신경치료 환자를 함께 진료한다. 미국 등 선진의료에선 충치치료와 신경치료 분야가 세분화돼 있다. 일반적으로 충치가 발생해 염증이 치수조직까지 침범하면 신경치료를 받기 때문에 함께 진료하는 것도 무리는 없다. 이렇게 치아를 보존하기 위한 일련의 치료행위가 치과보존과의 영역이다.

Q: 우리나라 국민의 치아관리 수준은 어떤가.

A: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아우식(충치) 환자는 위염이나 십이지장염에 이어 7위다. 또 치아우식을 방치해 염증이 근단(치아 뿌리부분)주위까지 진행한 환자 수는 10위에 이른다. 하지만 의료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근단주위 조직의 치료(신경치료)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요양급여비 3위에 올라 7위인 치아우식환자의 급여비(충치치료)보다 월등히 많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인데 이렇게 국민의료비를 많이 쓴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Q: 원인이 결국 충치(치아우식증)에서 시작되나.

A: 물론 외상에 의한 것도 있지만 원인의 대부분은 부실한 치아관리에 있다. 세균이나 독소가 바깥층을 구성하는 법랑질(에나멜층)과 그 아래 상아질을 뚫고 들어가 치수조직에 염증을 일으킨다.

치수(pulp)에는 혈관과 신경이 있어 치아가 생명을 유지하도록 영양분을 공급하고, 시림이나 통증을 느끼도록 해 이를 보호한다. 보통 충치는 진행에 따라 1~4기로 나누는데, 이렇게 치수의 신경까지 침범해 통증을 느낀다면 3기로 볼 수 있다.

Q: 이런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때 흔히 ‘신경을 죽인다’고 하는데….

A: 오해가 있는 표현이다. 신경을 죽인다고 하면 이를 살리지 않는 뜻으로 해석한다. 신경치료라고 함은 자연치아를 살리는 모든 치과행위를 말한다. 신경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뿌리가 멀쩡해도 이를 뽑아야 한다.

Q: 자연치아를 살리려면 어떤 치료를 하나.

A: 기본 원칙은 다를 게 없다. 이에 구멍을 뚫고 가는 관을 집어넣어 내부의 염증조직을 긁어낸다. 그리고 재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한 다음 손상된 구멍을 보강(크라운)한다. 이를 근관(root canal)치료, 또는 신경치료라고 한다.

여기서 신경치료를 했음에도 세균감염이나 염증이 남아있을 수 있다. 이럴 때 자연치아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치근단절제술’이다. 치아 뿌리의 감염조직을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로 치과보존과에서 가장 많이 하지만 까다로운 수술이기도 하다.

(사진: Pixabay 프리이미지)
(사진: Pixabay 프리이미지)

Q: 수술 성공률을 높이려면.

A: 수술 전 3차원 치과용CT를 찍어 해부학적 위험성이나 접근성 등 수술계획을 세우고, 미세현미경을 사용해 수술 정확도를 높인다. 또 환자의 전신 상태와 복용 약물, 치아의 보존가치와 결과에 대한 예측, 경제적인 면 등 종합적인 판단을 한다.

자연치아를 살리는 방법으로 ‘의도적재식술’이나 ‘자가치아이식술’도 시도할 수 있다.

Q: 어떤 시술인가.

A: 의도적재시술은 치아를 뽑은 뒤 치근단절제술의 경우처럼 염증조직을 먼저 제거한다. 그리고는 뽑은 이를 다시 제자리에 심어준다. 물론 잇몸과 치아상태가 건강해야 하므로 모든 환자가 대상은 아니다.

자가치아이식술은 치아를 뽑은 자리에 다른 건강한 치아를 옮겨 심는 시술이다. 주로 사랑니를 이용하는데 반듯하게 자랄수록 성공률이 높다. 자연치아를 이용하는 마지막 치료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Q; 최근 치수의 조직을 살리는 치과영역의 ‘재생치료’가 활기를 띠고 있다.

A: 1990년대 중반에 치의학계에선 획기적인 ‘사건’이 있었다. 치아 하나가 다른 이에 비해 짧은 어린 환자가 있었다. 치아에 염증이 생겨 더 이상 자라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당시 담당의사가 치수의 신경을 살리니 치아가 다시 살아나 성장을 했다. 이로부터 치아재생의 개념이 만들어져 이후 신경(치수조직)을 살리는 치료가 시작됐다. 요즘 하는 연구도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시작한 것이다.

Q: ‘바이탈 펄프 테라피’와 ‘펄프 덴틴 컴플렉스’도 그 일환인가.

A: 그렇다. 충치가 심해 치수까지 염증이 생겼을 때 과거에는 죽은 신경조직을 제거하는 치료를 했다. 말하자면 신경조직은 포기하고 치아만 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재생치료에선 치아는 물론 치수까지 살리려고 노력한다. 이를 ‘바이탈 펄프 테라피’라고 한다. 펄프는 신경을 포함한 치수조직을 말하며, 치아의 생활력을 보존하는 치료라는 뜻이다. 이 같은 개념의 재생치료가 시작된 지는 오래됐지만 그동안 관련기술이 따르질 못해 실패율이 높았다. 그러나 이후 소재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시 임상과 연구가 활기를 띠고 있다.

Q: 어떤 기술인가.

A: ‘칼슘 실리케이트 시멘트’와 같은 생체친화성 소재 등을 말하는데, 치수의 회복을 돕는 재료다. 신경이 많이 노출되더라도 이 재료를 덮으면 신경재생을 돕고, 보호막 역할을 한다. 이렇게 신경이 잘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치아(치수)재생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Q: 바이탈 펄프 테라피는 어린이의 치아 손상을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되나.

A: 앞에 든 예처럼 심한 충치로 치수의 생활력을 상실한 어린이가 대상이다. 이런 환자에게 바이탈 펄프 테라피는 매우 유용한 치료다.

Q: 모든 신경치료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나.

A: 그렇진 않다. 치수염으로 신경과 혈관조직이 완전히 망가지면 불가능하다. 이때는 신경치료를 하거나 치근단절제술과 같은 방식으로 자연치아만을 보존한다.

Q: 지금 연구 중인 ‘펄프 덴틴 리제네레이션’은 어떤 치료법인가.

A: 바이탈 펄프 테라피의 연장선상에 있는 연구다. 염증이 심해 치수가 좀 더 많이 손상된 환자에게 세포의 활성물질이나 성장인자 같은 물질을 투입해 재생을 유도한다. 여기에 세균번식을 억제하고 염증을 조절하는 소염제를 쓰고, 생체친화성 치질보호 재료를 덮는다. 지금은 연구단계이며, 환자에게 적용할 때는 동의를 받고 있다. 3년여 시도했는데 성적이 매우 좋다. 이 방법이 치아 뿌리까지 염증이 퍼진 심한 환자의 재생치료를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Q: 만족할만한 케이스가 있다면.

A: 염증으로 치아의 성장이 멎은 고등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에게 치수재생을 유도했더니(사진을 보여주며) 이뿌리가 다시 자라났다.

Q: 향후 치과보존학 분야에서의 연구는.

A: 치아는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가 정보를 교환하면서 뿌리를 만들고 성장한다. 현재 상피세포와 간엽세포의 상호 관련성을 가설로 내세워 연구하고 있다. 상피세포가 줄기세포 분화를 조절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서 유래되는 특정한 물질을 찾으면 치아의 뿌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상피세포로부터 특정한 생체분자를 찾아 간엽세포 분화와 재생에 도움을 주는지 확인하고, 이를 바이오의약품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환자로부터 세포를 분리해 두 세포간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Q: 환자 편에서 보면 치과용 기구들도 많이 좋아졌다.

A: 20여 년 동안 괄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감염조직을 제거하는 기구는 가늘고 유연하면서도 정교해졌다. 형상기억합금을 활용하고, 디자인이 개선되면서 주변치아를 건드리지 않고 정밀하게 치료한다.

치과현미경(덴탈 마이크로스코프)은 치과의사에게 새로운 ‘시야’를 선물했다. 신경치료를 할 때 종래 육안(눈)과 감각에 의존했던 치아뿌리를 면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치근단절제술의 경우, 아주 작은 신경관을 찾아 염증제거는 물론 이 뿌리의 끝부분을 정확하게 잘라내 성공률을 높인다. 충치나 치석이 완벽하게 제거됐는지, 레진이 기포 없이 제대로 충전됐는지 등 다양하게 사용된다.

Q: 신경치료까지 가지 않도록 하려면 결국 예방이 중요하겠다.

A: 치아 건강도 결국 생활습관에 달려 있다. 치아면의 에나멜층(법랑질)은 도자기 면처럼 매끈매끈하다. 여기에 당이나 단백질 성분이 달라붙고, 세균이 서식하기 시작한다. 이를 치태(바이오필름)라고 한다.

충치균은 당이나 탄수화물을 분해해 산을 만들고, 이것이 법랑질을 부식시킨다. 다행히 침에는 칼슘과 인 같은 무기질이 있어 치아구조를 단단하게 재무장시킨다.

하지만 치태가 생기면 이 또한 의미가 없다. 치태를 제거하려면 ‘칫솔질 333요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하루 3회, 식후 3분 내에 3분간 칫솔질’을 해야 효과적으로 치태를 제거할 수 있다.

Q: 충치균은 입에 상존하므로 칫솔질만으로는 부족하지 않나.

A: 사실 침에는 끈적끈적한 단백질 성분이 들어 있어 칫솔질을 해도 금방 세균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때문에 칫솔질은 물론 치실, 치간 칫솔로 꼼꼼하게 치아를 관리해야 한다. 또 단 음식을 피하고,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해서 치석을 제거해야 한다. 치아관리를 잘 하면 비록 충치 초기라도 에나멜층이 그대로 유지되는 ‘정지우식’(arrest caries)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치아구조가 약해진다. 따라서 단단하고, 질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치아균열이 세균의 터널이 될 수 있다.

이를 악무는 습관이나 이갈이도 삼가야 한다. 특히 저작근이 발달한 사람이 요주의 대상이다. 치아는 단단한 듯 보이지만 실제 압력이 가해지면 휠 정도로 상대적으로 약한 부위가 있다. 그러면 치아 아래쪽에 균열이 생겨 서서히 패이게 된다. 잘못된 칫솔질도 원인이지만 저작습관도 한몫을 한다.

Q: 치과 정기검진은?

A: 6개월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하면서 점검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법랑질의 강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유전적인 요소가 관여한다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치아가 약한 집안이라면 치아관리를 더 꼼꼼하게 하고, 이가 시리거나 통증이 생기면 미루지 말고 치과를 방문하길 바란다.

이진규 교수
이진규 교수

◇이진규 교수는: 이진규 교수는 1998년 대학 전공의를 마치고 개원을 한 특이한 전력이 있다. 한두 해도 아닌 10년을 개원의로 굳어진 생활을 접고 대학을 선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환자만 봐야하는 단조로운 생활을 벗어나 과감히 해외연수를 떠났다. 이렇게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여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Angeles) 치과보존과에서 세포실험에 매달렸다. 치의학 분야에서 세포단위의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 그가 추구하고 있는 연구 주제와 방법론의 토대는 이처럼 미국 유학시절 마련됐다.

이 교수는 늦깎이의 대학교수 생활에도 12편(국내학술지 1편)의 SCI급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그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목마름을 보여준다.

그는 2017년 연구재단으로부터 3년짜리 연구과제를 받았다. ‘상피세포와 간엽줄기세포가 조골 및 파골세포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란 주제다. 3년짜리 이 연구는 올해로 끝난다. 지금은 정부의 연구과제로 시작된 치아재생연구단 세부 테마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기초와 임상을 연결하는 중개연구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세포재생과 줄기세포로 이어지는 연구의 끝은 결국 치아를 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의사의 치료방식이 일방향이 아닌, 환자의 기대와 욕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서다.

“전공의 시절에는 치아를 살리는 데만 몰두했어요. 하지만 결국 살려놓은 치아를 기능적으로 잘 쓸 수 있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치아가 심하게 손상돼 뽑아야 할 정도라도 한번쯤 치과보존과를 찾아 상담을 해보라는 것이 이 교수의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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