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3.05 13:30

거래금액 기반 M&A 신고기준 도입… '숨어있는 을'에 대한 압박행위 점검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촬영=김민성 작가)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사진촬영=김민성 작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남용 근절에 나서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없애고 일감나누기 문화 확산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신산업·성장산업 혁신생태계 구현을 위해 혁신경쟁을 저해하는 독과점 남용행위는 시정키로 했다. 이외에도 국민 체감도가 높은 분야에 대한 담합행위를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올해 국민이 체감하는 ‘공정하고 활기찬 시장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해 3대 분야 6개 핵심과제를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먼저 중소기업의 사업기반을 잠식하는 일감몰아주기 관행을 근절한다. 주요 대기업집단의 통행세 수취, 계열사 지원행위를 시정하고 의식주 분야 및 원자재 시장에서 중견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를 감시한다. 국세청의 과세정보 공유, 위장계열사에 대한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을 통해 감시역량을 대폭 확충한다.

또 시장 감시기능 강화를 위해 기업집단 정보제공을 확대한다. 대규모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공시 등 3개 공시제도를 전면 개선해 양질의 공시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고 기업 스스로 법 위반을 예방하도록 유도한다. 소액주주·기관투자자 등의 주주권 행사 지원을 위한 정보공개는 확대한다.

특히 공정위는 올해 일감나누기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비계열 중소기업으로의 일감 나누기 실적 등을 지수화해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에 반영하고 관계부처와 협업해 인센티브를 확대할 방침이다. 물류, SI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업종 중심으로 ‘(가칭)일감나누기 자율준수기준’도 마련한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지주회사 지분요건 상향, 순환출자·금융보험사·공익법인 의결권 제한 강화 등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을 위한 법 개정도 지속 추진한다.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의무 위반행위 조치기준을 마련하고 부당한 계열사 간 거래 관련해 보다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한다.  

공정위는 신산업 혁신생태계 구현에도 매진한다. ICT, 반도체 분야에서 기존 독과점사업자의 배타조건부거래·끼워팔기 등 신규 경쟁사업자의 시장진입을 저지하는 경쟁제한행위를 시정한다. 바이오헬스산업에서는 중소업체 배제행위, 불공정한 계약조항 등 강소기업의 시장진입·성장 방해 행위는 집중 점검한다.

또 배달 플랫폼 등 신산업 분야 M&A에 대해 동태적 효율성과 소비자 피해 방지 측면을 균형 있게 심사한다.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잠재적 경쟁을 제한하는 M&A를 사전 인지할 수 있도록 거래금액 기반 M&A 신고기준을 도입한다. M&A 절차 간소화를 위해 임의적 사전심사 청구제를 적극 안내하고 경쟁제한 우려가 미미한 M&A는 신고의무를 면제한다.

중소·벤처기업의 혁신기반 조성을 위해 첨단산업분야의 기술유용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공공기관 발주 SW분야는 거래단계별로 불공정행위를 점검해 시정한다. 중소기업이 소재·부품·장비 R&D 또는 품질·생산성 향상을 위해 공동행위 인가신청 시 인가요건 입증부담을 완화하고 신속히 심사해 처리한다.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 노력을 지속하고 플랫폼, 디지털 미디어, 데이터 경제 등 디지털 경제 분야의 각종 불공정행위의 감시 및 경쟁정책 이슈 발굴·분석을 위해 ICT 특별전담팀을 가동한다.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서민피해와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담합행위는 엄중 제재하기로 했다. 먼저 국민 체감도가 높은 국민 안전·건강(수도·철도장비, 의료기기), 일상생활(통신, 식품, 물류 등), 취약계층 피해 유발(농업용자재, 구인·구직서비스플랫폼 등) 등 3개 분야에 대한 카르텔을 집중 감시한다. 발주기관 임·직원의 입찰담합 조장·관여행위, 입찰담합을 유발하는 제도·관행 등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또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시장처럼 국민생활 가까이 숨어있는 독과점 시장을 분석하고 불공정행위를 시정한다. 시장집중도가 높은 시장의 사업자, 제품차별화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감시한다.

반면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의 규제준수 부담은 완화한다. 경미한 법 위반행위에 대한 경고기준을 마련하고 과태료 부과기준을 축소·조정하는 등 법 위반 부담을 완화한다.

한편, 공정위는 불공정피해 반복분야의 상습적 불공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중형 조선·건설사, PB 상품 하도급 거래, 전속거래 분야를 중점 조사하고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모든 분야에서 서면실태조사를 고도화해 감시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규제 밖에 놓여있던 감시의 사각지대도 해소한다. 유통업자의 은밀한 판촉비 전가행위, 아울렛·복합쇼핑몰의 수수료 계약방식 등 '숨어있는 을'에 대한 압박행위를 제도 시행에 맞춰 점검한다. 온라인 쇼핑사업자, 플랫폼 등 힘의 불균형이 새롭게 대두된 온라인 시장에서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책도 마련한다.

을의 협상력 제고와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보강한다. 하도급대금 조정협의권자에 중기중앙회를 포함시키고 원활한 하도급거래 피해증명·손해산정을 위해 법원의 자료제출명령제를 도입한다. 가맹본부가 광고판촉행사 전 점주동의를 받도록 하고 피해점주에 소송·분쟁조정 상담 등 종합적인 분쟁해결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대규모 공공건설공사의 하도급 입찰시 최저가 입찰·낙찰금액을 공개해 고의 재입찰·추가협상을 방지한다. 가맹희망자에게 One-Stop 창업정보를 제공하고 가맹본부가 평균 가맹점 운영기간, 매출부진 시 지원내역 등을 계약체결 전에 제공토록 의무화한다. 대형유통업체의 판매장려금, 물류비 등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대리점 분야의 실태조사 대상 업종도 확대한다.

이외에도 공정위는 디지털 경제 시대에 맞는 소비자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OTT, 마이크로모빌리티 등 구독·공유 경제분야의 계약해지, 환불 등 소비자 대상 불공정약관을 검토해 시정하고 모바일상품권 유효기간, 드론 안전사고 등 신유형 상품·서비스 분야 피해예방을 위해 표준약관과 중요정보고시를 개정한다. 소비자 피해가 광범위한 인체효능 과장광고, 자동차 환경기준 부당광고, 헬스·피트니스 분야의 계약해지 거부 등에 대해서도 지속 감시한다.

자율적인 공정거래·상생 문화도 조성한다. 업종별 맞춤형 표준계약서 도입을 대폭 확대하고 표준계약서 사용 시 인센티브를 강화해 적극적인 사용을 유도한다.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 우수기업 포상은 확대하고 CCM인증제도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심사기준을 개정한다. 공정거래법상 분쟁조정대상을 확대하고 하도급관련 피해구제·자진시정 시 제재수준(과징금, 벌점 등)을 경감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시장 구석구석에 공정경제의 기반을 내실 있게 확산시키고 디지털 경제 시대에 혁신경쟁이 촉진돼 새로운 성장동력이 창출될 수 있는 시장생태계를 속도감 있게 만들어 갈 것”이라며“법 집행과 제도 정비를 넘어 현장에서 국민이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거래관행과 기업문화의 변화에 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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