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3.05 17:32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마스크 대란'이 여전하다. 사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아 마스크는 태부족한 상태다. 마스크 공급이 예정된 우체국, 농협하나로마트 앞에 시간을 가리지 않고 길게 늘어선 줄이 방증한다. 몇 시간 기다리고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그간 '줄 서서 마스크 사는 일'을 없애겠다고 강조했지만, 고위 공무원들의 이런 발언은 공수표로 되돌아왔다. 핵심을 짚지 못한 채 내놓았던 각종 대책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현장에서 바라보면 공직사회에는 크게 세 가지가 결여되어 있다. 

첫째는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는 '눈'이다. 지난달 25일 "국민의 마스크 수요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이자 공허한 울림으로 끝났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에야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한 현실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공식 사과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마스크는 일일 1200만장 내외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 약 2800만명이 하루에 한 장씩 쓰기도 부족하다. 원천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스크 공급을 호언장담한 청와대와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들의 마스크 수요가 늘어날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가정과 이에 근거한 계산부터 틀렸던 셈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귀'도 없다. 마스크 업계는 정부가 요구하는 생산량을 충족시킬 수 없다고 수차례 경고해왔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마스크용 필터 제조업체는 12곳으로, 하루 생산량은 마스크 약 1000만장을 만들 수준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국내 생산량으로 평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전시나 다름없다.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며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기존 마스크용 필터 주요 수입국이던 중국 쪽 공급 판로는 거의 막힌 상태다. 

부랴부랴 정부는 5일 마스크 업체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24시간 가동 중인 공장의 생산력을 눈에 띄게 늘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고질적인 마스크 감수성 결여도 문제다. 청와대의 불호령을 해결하는 데 급급해 대책을 급조했고, 오류도 속출했다. 내일부터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발표를 믿고 찾아간 국민들은 공급된 물량조차 없다는 대답을 듣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국민의 분노에 기름만 부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확진자와 접촉만 해도 2주간 격리된다는 공포감에 시달리는 국민들의 감수성을 느낄만한 '심장'이 뛰지 않았던 탓일까.

일주일에 한 사람당 마스크 2장까지만 살 수 있게 제한하는 '요일별 5부제'도 감수성이 떨어지는 관료적 발상의 전형이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둔 대책이다. 물론 공급이 달리는 상황에서 적게나마 마스크를 배분하려는 의도임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일주일에 마스크 2장으로 어떻게 버티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보건용 마스크는 일회용이며, 사용 권장 시간은 8시간이다. 코로나19사태 초기에 방역전문가들이 이런 점을 강조했다. 더구나 차량 5부제도 아닌 마스크 5부제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말 바꾸기'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마스크 수요를 줄이기 위해 '마스크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놨다. 보건용 마스크가 없을 경우 면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는 면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으며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을 금지하는 세계보건기구(WHO) 지침과 어긋난다. 대한의사협회도 '정부 권고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설령 정부 권고에 문제가 없더라도, 국민들이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마스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갈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정부의 효율적인 배분이다. 5일 내놓은 대책이 과연 이런 목표 달성에 부합할까.

정부는 보다 현실을 냉정히 바라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동시에 국민의 불안감을 서둘러 덜어주는 것도 고유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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