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3.07 09:05

朴 지지층 "이젠 200석도 가능" vs 범여권 "참회·자숙해야 할 판에 정치선동"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박근혜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4·15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지난 4일 터져나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양상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지층에서는 "역시 선거의 여왕답다. 이번 총선에서 이젠 200석도 가능하다"는 호평이 나왔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과 민중당 등에서는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죄에 대해 참회하고 자숙해야 할 판에 옥중에서조차 정치선동을 했다"는 취지의 혹평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이번 4·15총선은 이번 '옥중서신'이 '박근혜는 역시 선거의 여왕'임을 입증해줄지, 아니면 이제는 그냥 빛바랜 과거의 영화에 불과한 허명(虛名)일지를 판가름해 줄 것으로 보인다.

◆ 박 전 대통령, 세차례 선거 지휘하며 전승

박 전 대통령에게 '선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은 과거 여러 차례 선거에서 불리했던 판세를 역전시킨 공로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물론이고,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까지 총 3번의 선거를 당 대표 또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진두지휘하면서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당시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이 121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의 과반 의석확보를 막는 데에는 실패했으나, 당초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실패 정국에서 열린우리당 180석 vs 한나라당 60석으로 예상되던 것에서 한나라당이 크게 선전해서 이 정도 결과를 낸 것은 당시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 당사를 천막당사로 옮기고 거대 여당의 폭주를 막을 야당의 존재를 어필하는 등의 활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평가가 적잖았다.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가가 드러났다. 당시 대전광역시의 판세분석에서는 열린우리당이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대표가 서울에서 유세 도중 괴한이 휘두른 커터칼에 얼굴을 피습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때 수술 직후 깨어난 박근혜가 당직자에게 첫 마디로 "대전은요?"라고 선거 판세를 물은 것이 큰 화제가 됐고, 결국 대전시장 판세가 역전되어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가 승리했다. 이때 한나라당은 호남과 제주를 제외한 광역자치단체 12곳을 모조리 이기는 개가를 거둔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친이계가 한나라당 당권을 장악하면서, 친박계 현역 의원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한 이른바 '친박계 공천 학살'이 일어났다. 이에 불복한 친박계 인사들이 대거 탈당하여 이른바 친박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친박연대라는 당을 급조해 출마했고, 박근혜 본인은 탈당은 안 했으나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발언 한마디로 친박연대는 무려 지역구 6석, 비례대표 8석(정당 득표율 13.8%)으로 14석이나 되는 의석을 확보했고, 이와 별도로 친박으로 분류되는 약 16명의 무소속 지역구 의원도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뿐만아니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연이은 선거 패배, 정권 심판론을 딛고 박 전 대통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고치고, 김종인, 이상돈 등 개혁적 인사와 이준석, 손수조, 이자스민, 문대성 등 젊은 인사를 영입해 경제민주화와 같은 개혁적 공약과 행보를 보였고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이 152석을 얻어 단독 과반을 확보하는 성과를 창출했다. 이를 기반으로 박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 이미지를 확고히 굳혔다. 

◆범여권·진보정당의 분노와 견제

박 전 대통령 옥중서신의 핵심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심판하기 위해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박 전 대통령의 이런 옥중 메시지를 받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전해져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신은 자유민주세력의 필승을 염원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반가운 선물이었다"며 "정권 심판이라고 하는 대의 앞에서 결코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는 다시 한 번 통합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준다"고 평가했다.

특히 "역사적 터닝 포인트가 되어야 할 총선을 40여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과 같은 말씀이라고 생각한다"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다. 미처 이루지 못한 통합의 남은 과제들을 끝까지 확실하게 챙겨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황규환 미래통합당 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오늘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박 전 대통령의 서신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며 "자신들은 비난이라 하겠지만 보는 국민들의 눈에는 보수결집과 문(文)정권심판이 두려운 절규의 외침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문(文)정권을 심판하는 데에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까지 나오니 어지간히 두려웠던 모양"이라며 "'선거개입', '정치적 선동', '도로 새누리당' 대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글을 읽으면 이렇게 해석되는지 꼬여있는 그 사고가 궁금하다"고 힐난했다.

더불어 "네 페이지에 걸친 애절했던 친필 서신 어디에도 있지 않은 내용"이라며 "위선적이고 독선적인 문(文)정권으로 인해 살기가 힘들다는 것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나라 장래가 염려된다는 것도, 모두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일 뿐 아니라 국민들의 공통적인 목소리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위협과 외교 폭망 역시 2020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며,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있는 대한민국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이 고통 받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며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트집 잡고 싶은 것이냐, 그도 아니면 국민들의 절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싶은 것이냐"고 쏘아 붙였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물론이고 민중당까지 나서서 힐난했다.

민주당의 제윤경 선대위 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통해 "미래통합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당이냐"며 "미래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박 전 대통령이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규정했다. 이어 "국민들은 아직도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할 일은 자신의 죄를 참회하고 자숙하며, 법과 국민들이 심판한 죗값을 치루는 것이다.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지침을 내리고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들은 없다"고 일갈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도 같은 날 국회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은 검찰개혁과 정치개혁을 통해 촛불 이후의 대한민국을 차근차근 실현하는 동안 박근혜의 시계만 멈춰져 있다. 결국 탄핵 이전으로 정치시계를 돌리겠다는 퇴행적 행태에 기가 찰 따름이다"라며 "아직까지 감옥에 왜 가 있는지 모르고 옥중에서 한심한 정치나 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고한다. 조용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만이 어렵고 힘든 시기,  당신에게 단 하나 허락된 애국심이다"라고 규탄했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박근혜가 태극기 보수 세력에 미래통합당 중심으로 단결할 것을 주문했다. 코로나 사태로 온 국민이 혼란한 틈을 타 적폐세력이 대동단결해 봉기하라 '오더'를 내린 것"이라며 "박근혜는 사상초유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심판을 받고 옥에 갇힌 존재다. 재판을 기다리는 범죄자 주제에 재야의 지도자 행세하며 정치적 부활을 노리는 모습이 역겹기 짝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도 이 같은 비판대열에 동참했다. 박 의원은 6일 CBS 라디오의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국정 농단으로 어떻게 됐든 유죄 판결을 받았고 또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구속이 돼 있다면 자기반성과 대국민 사과가 먼저지, 나는 아직도 선거의 여왕이다라는 오만한 태도는 진짜 역사와 국민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TK를 지배할 수 있다는 그런 오만함까지 내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서신은 보수 대통합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보수 분열을 고착화시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가운데, 수십년 간 진보적 시민단체의 대표로 활동해 온 한 인사는 6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예를 들어, 북한이 미래통합당을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 오히려 미래통합당의 득표에 도움이 되듯이 이번 박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은 오히려 진보진영을 결집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보수결집 긍정 효과'라는 시각도

박 전 대통령의 옥중 서신이 나오자마자 지난 4일 구독자수 100만이 넘는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매체인 '신의 한수'의 신혜식 대표는 "나도 울었고, 우리 기자들도 다 울었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우파) 통합의 메시지를 던지셨으니까 문재인이 기절했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유튜브 방송의 썸네일에 "우파 200석 가능하다"라고 새겨놨다. 썸네일이란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자책(e북) 같은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따위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게 줄여 화면에 띄운 것이다.
 
광의의 중도층으로 분류되는 우정민 민생당 연구기관 부연구위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번 옥중 메시지의 효과에 대해 "기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동조했던 중도층이 어느 정도 이탈해 결집력을 만들어 보수세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을 높였다고 본다"며 "'박근혜가 곧 대한민국', '보수세력의 메신저', '아이콘' 이라는 인식은 수도권 및 영남권내 보수세력에 상당부분 향수를 불러모으게 되고, 이는 '정권심판 프레임'에 탄력을 줘 여당 약진지역의 동력을 차단시킬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여당의 특정 우세지역임에도 민심의 선거판 변수로 작용해 역전의 계기를 만드는 개연성도 조심스럽게 전망된다"고 피력했다.

◆"전반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

또 다른 중도층으로 분류되는 수십년 경력의 한 정치부 기자는 6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이번 옥중 메시지는 정(正)의 효과와 부(否)의 효과가 모두 있다"면서도 "냉정히 가늠해봤을 때, 전체적으로는 득보다는 실이 좀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가만히 있었으면, 최근 들어 문재인에 실망한 매물이 미래통합당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직전이었는데, 박 전 대통령이 한마디 하는 바람에 오히려 미래통합당을 찍어주기가 싫어졌다"고 하는 사람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물론, 보수우파쪽에선 박근혜 지지자들의 결집효과가 적잖게 작용하고 보수 통합에도 일정부분 기여를 하겠지만, 이를 통해 확장된 외연보다는 박근혜라면 일단 고개부터 젓고 보는 중도층들이 훨씬 더 많아 보인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메스를 가했다.

또한 그는 "탄핵 확정과 동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실상 정치적으로 끝났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 옥중서신 아니라 그 무엇으로도 선거의 여왕이라는 과거의 명성을 재현시키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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