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3.07 17:15

고3 "수능만 피해 안 가게"…학원강사·과외 대학생들도 수입 잃고 '막막'

코로나19로 개학을 미룬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정문. (사진=장대청 기자)
코로나19로 개학을 미룬 서울의 한 초등학교 정문. (사진=장대청 기자)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서울 마포에 사는 중학생 S양(15)은 영어 학원에 가기 전이면 만반의 준비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다른 곳은 들르지 않고 곧장 학원으로 간다. 학원에 가는 길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하다. 초‧중‧고‧대학교가 모두 개학을 미룬 데다 회사원들도 여럿이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이다.   

학원에 도착한 S양은 곧바로 입구에 비치된 손 소독제로 손을 이곳저곳 문지른뒤 들어간다. 교실 앞에서는 학원 강사 지시에 따라 체온을 잰다. 두 시간 수업이 끝나고 나갈 때도 또 체온을 측정해야 한다. 

S양이 다니는 영어 학원은 지난주까지 휴원하다가 이번 주 월요일 다시 문을 열었다. 수학 학원은 아직도 휴원 중이다.  

S양은 "좀 무서울 때도 있는데 공부는 해야 하니 학원에 간다"며 "학원 친구들이 원래 일곱 명인데 두 명은 안 나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지만 학원들은 문을 열고 있다. 지난 5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내 학원의 32%만 쉬었다. 2월 말 기준 경기도 내 48%를 기록했던 학원과 교습소의 휴원율은 지난 4일 30%까지 낮아졌다. 부산 지역 휴원율은 55%에 달하지만 제주도 휴원율은 19%에 불과하다. 

소규모 학원은 문을 닫는 순간 타격이 크다. 학원장은 학원비 반환이란 부담을 진다. 강사들도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계약한데다가 시급제를 도입한 곳도 많아 수업하지 않으면 수입이 크게 줄어든다. 학생들과 학부모는 내키지 않아도 공부를 오래 쉬기는 어려워 문을 연 학원을 노크하게 된다.

S양의 어머니는 "초등부까지는 아이들이 어리니까 쉬지만 중‧고등학교 이상은 학원에 다 보내는 분위기다. 께름직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마스크 하고 손 소독제에 체온도 재는 등 철저하게 방역을 한다고 하니 일단 믿고 학원에 보낸다"고 털어놨다. 이어 "주변 엄마들도 규모가 크지 않은 데는 이왕이면 보내는 느낌이다. 학교처럼 여러 명이 종일 같이 있는 것도 아니라 공부하고 바로 돌아오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수능 시험장 모습. (사진=KBS NEWS 유튜브 캡처)
지난해 수능 시험장 모습. (사진=KBS News 유튜브 캡처)

◆고 3 수험생 "수능에 피해만 안 갔으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고3 학생들은 막막하다. 고3인 C양은 공부를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궁금한 것들에 도움을 받기도 어려울 뿐더러 종일 집에만 갇혀 있으니 심신의 피로가 더 쌓인다. 

C양은 "문을 닫지 않은 학원도 있지만 일단은 가지 않고 집에서 공부한다. 상대적으로 위생면에서 안심이 가는 독서실마저 곧 문을 닫는다고 해서 공부할 곳이 집 밖에 없다"며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해서 답답하고 우울하다. 공부로 받는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당장 준비한 수능 일정과 공부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 실제 기존 3월, 4월 한 차례씩 있던 모의고사 일정은 4월로 모두 밀렸다. 지난 5일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오는 12일로 예정됐던 3월 모의고사는 19일로 밀린 데 이어 아예 다음 달 2일로 밀렸다. 3월 모의고사는 수험생들이 한해 공부의 감을 잡는 중요한 모의고사다. 늦어진 개학으로 중간고사 등 학교 내 일정도 변경이 불가피하다. 이러다 자칫 수능과 입시 일정도 미뤄져 혼란이 커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번에 고3이 된 2002년생들은 중학생 시절 자유학기제를 경험하고 개정 교육과정과 현행 수능 체제의 모순된 적용을 받는 등 안 그래도 교육제 개편 혼란을 받아낸 세대들이다.

C양은 "수능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혼란스럽지만 일단은 적응해가는 중이다"라며 "전체적인 학사 일정이 어떻게 될지 가장 궁금하고 신경 쓰인다"고 얘기했다.   

만에 하나 수험생이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이번 수능은 거의 포기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들은 건강관리에 더 주의를 기울이며 혼란 없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개인과외 대학생 "과외 자리 잃지 않으면 다행"

대학생들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인 개인과외도 대부분 정지됐다. 

올해 대학교 수학과 3학년인 J양(23)은 수학 과외를 지난주부터 쉬고 있다. 과외를 받는 학생이 사는 용인시 처인구에 확진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과외비도 못 받는 신세다.

J양은 "과제를 내주고 과외 학생이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는 중이다. 다만 진도를 나갈 수는 없으니 복습만 하고 있다"며 "공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궁금한 것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잦아들면 해결하기로 했다. 지금은 과제를 하고 있는지만 파악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J양이 가르치던 수학 과외는 예습 위주라 과외를 쉬기로 할 때는 학부모와 학생의 걱정이 컸다. 다행히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이 부분은 해결이 됐다. 늦어도 4월 중순에는 다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과외 학생의 학업이 더 미뤄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입이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학도 개강을 미룬 탓에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J양은 용돈이 걱정이다. J양은 "1순위는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해결하는 방법이지만 여의치 않을 것 같다”며 “그럴 때는 결국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잠시 문을 닫은 서울 강서구의 한 영어학원. 이 학원의 휴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장대청 기자)
현재 잠시 문을 닫은 서울 강서구의 한 영어학원. 이 학원의 휴원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장대청 기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학원강사들 

학원 강사들은 당장 학원이 문을 닫으면 막막할 따름이다. 

회사가 휴업하면 고의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워도 평균 임금의 70%를 휴업 수당으로 줘야 한다. 정부는 이에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로 인해 '국가 감염병 위기 경보' 해제 시까지 사업주가 지급한 인건비의 2/3~1/2를 지원한다. 큰 학원은 정부 지원금을 받아 지급하면서 휴원을 하거나 인원 감축에 들어간다. 

작은 학원은 그럴 형편도 안 돼 강사들에게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게 하며 운영을 계속한다. 학생 감소로 수입이 감소하지만 미래를 보고 버틴다. 그나마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문을 열 수조차 없다.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쉬고 있는 K 씨(29)는 "학원강사들은 개인사업자 계약이라 휴원을 하면 급여를 전부 보장받을 수는 없다"며 "시나 정부에서 휴원 의무기간을 정해주면 그 기간 단기 알바라도 고려하겠는데 지금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영어강사 A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마자 휴업에 들어갔다. 내가 감염될 것이라는 두려움보다는 휴업이 장기화하면서 수업계획이 다 꼬여버리는 등 막막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월세랑 차량 리스비가 고정적으로 나가는데 벌이가 없어져 버린 학원 강사 B 씨는 단기 알바를 알아보는 중이다. 하지만 대다수 자영업자가 같이 어려움을 겪는 탓에 이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어서 쉽게 구해질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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