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3.08 09:05

신율 "친박 향한 경고 효과…표 분산 막는 데 큰 도움"
박상병 "김형오 위원장이 친박·탄핵 세력 제거해야 할 것"
이종훈 "코로나19 악재 휘청거리는 여당 되살아나는 계기 "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백브리핑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옥중서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백브리핑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친필 옥중서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4·15 총선이 4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거대야당으로 통합을 호소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계기로 진보·보수 진영의 결집과 대립이 가속화되는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자신의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태극기를 든 여러분은 '거대 야당 중심'으로 뭉쳐 달라"면서 사실상 이번 총선 때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결집할 것을 주문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미래통합당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계기로 '정권 심판론'을 위한 범 보수세력 결집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길 기대하며 '반문(반문재) 연합'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과 통합당을 국정농단 및 탄핵 세력으로 규정하고 '야당 심판론'을 통한 촛불혁명 완수를 호소하며 진보세력의 규합을 노리고 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인영(오른쪽 두 번째)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의 오른쪽에서는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정면을 주시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인영(오른쪽 두 번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원성훈 기자)

범 진보진영, 박근혜 옥중정치 비판…'야당 심판론' 불지펴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이 총선 국면에 등장함에 따라 '촛불세력 대 국정농단 세력'의 대결 구도를 부각하고 야당 심판론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진보세력의 결집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이탈된 중도 세력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는 최악의 정치 재개 선언이다. 국정 농단을 반성하긴커녕 다시 국민을 분열시키는 선동에 전직 대통령이 나선 것 참으로 안타깝다"며 "국민으로부터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 옥중 정치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합당이 명실상부하게 '도로 새누리당'이 됐다. 우리 국민 중 다시 박근혜 시절로 돌아가자는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통합당은 미래가 아닌 과거 회귀를 선택했으며 우리 국민은 현명한 판단을 바탕으로 이를 준엄하게 심판하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옥중 정치'로 규정하며 선거개입을 했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지난 5일 상무위원회의에서 "국정농단 주범으로 속죄하는 시간을 보내야 할 사람이 노골적인 선거개입에 나섰다"며 "탄핵세력의 부활을 공공연히 선동한 국기문란이자 촛불시민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의 선거개입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정의당은 이를 고발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정의당은 박 전 대통령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의당 고발대리인 신장식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 행위로 공직선거법 위반의 죄가 확정되어 2년 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며 "선거법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형으로 복역 중인 사람은 선거권이 없으며, 선거권이 없는 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공동대응의 흐름 속에 민주당을 비롯한 범 진보세력은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미래한국당)에 맞서 이른바 '비례 연합정당' 쪽에 초점을 맞춰 연대 논의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메시지에 따라 보수 결집이 이뤄지면 이번 총선을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비례대표 연합정당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회의에서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본격 논의는 수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사실상 수용하는 입장으로 풀이됐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면접 후 공천 브리핑을 하고 있다.<em>&nbsp;</em>​​​​​​​(사진=전현건 기자)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사진=전현건 기자)

통합당, 박 전 대통령 메시지 활용…자유공화당에게는 선 그어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의 편지에 대해 "역사적 터닝포인트가 돼야 할 총선을 40여 일 앞두고 전해진 천금 같은 말씀"이라며 "오직 통합만이 승리로 가는 길이다. 미처 이루지 못한 통합의 남은 과제들을 끝까지 확실하게 챙겨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거대야당(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쳐라'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계기로 '태극기 세력'을 기반으로 한 자유공화당과의 통합 문제나 총선 공천의 최대 난제였던 대구·경북(TK) 지역의 인적 쇄신 등을 힘있게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자유공화당 및 태극기 세력과의 통합 혹은 선거연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나 현실적으로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자유공화당은 공천 지분을 사실상 요구하고 있고 박 전 대통령의 편지에 이은 자유공화당과의 통합 시도가 당의 쇄신 노력과 반대되는 효과를 내면서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자유우파가 추진하는 대통합은 지분요구는 하지 않기로 하고 논의를 진행해왔다"며 "그런 전제하에서 통합의 큰 물꼬를 터오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충분한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언은 4일 자유공화당이 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단결을 호소한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뜻을 받들겠다"면서도 통합당에 "공천 작업을 중단하기 바란다"고 요구한 것에 분명히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자유공화당은 통합당에게 구체적 방안을 제시해달라며 거듭 압박을 하고 있다.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지난 6일 "만나지 않고 시간 끌고 하면, 그 책임은 통합당과 황교안 대표에게로 책임이 가게 된다"며 "겸손하게 국민의 민심을 받으라"고 압박했다.

"범 보수 표분산 억제" vs "중도표심 악재"  

전문가들은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에 대해 서로 다른 평가를 하고 있다.

우선 박 전 대통령의 '보수통합' 메시지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통합당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총선에서 태극기 세력를 대표하는 자유공화당으로 표가 분산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이 상당히 힘을 받을 것"이라며 "통합당 입장에서는 분열이 멈춘다는 것만 해도 득이 된다. 자유공화당으로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의 메세지에 대해 "옥중 메시지의 핵심은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이념 혹은 계파를 따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공천 물갈이에 반발하는 TK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과 친박(친박근혜)을 향한 경고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신 교수는 "공천 지분을 요구한다고 해서 통합당 쪽에서 거저 주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에서 이겨야 되니까 태극기 부대는 조용히 하라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취지"라고 해석했다.

반면 이번 옥중 메시지가 보수진영 통합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탄핵'의 기억을 상기시켜 중도층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통합당에 좋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예전 새누리당 지지층 내부의 극우, 강경 보수를 통합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친박계'를 청산하고 그 자리에 중도를 앉혀야 하는데 중도층은 가다가도 돌아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의 문 정부의 실정에 분노해 통합당으로 돌아선 중도층이 통합당을 떠나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박 평론가는 "황교안 대표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며 "만약 여권에서 이번 계기로 야당 심판론을 들고나오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관건은 중도층의 이탈로 통합당의 지지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중도층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통합당의 향후 대응에 달려있다. 당장 김형오 위원장이 공천 심사에서 친박·탄핵 세력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옥중 메시지가 범 진보진영 내부의 결속력을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진보정당은 이번 계기로 야당심판론의 힘을 받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국면에서 여당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기존의 김형오 위원장이 잘 정리한 공천 과정이 자유공화당에 의해서 물거품이 된다면 중도를 지향하는 국민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그 영향은 수도권 격전지에서 스윙보터 역할을 하는 중도층에 의해서 잘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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