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3.07 17:00

정부, 집중점검 압박하며 사실상 강제 휴원 조치 나서…학원, 매출 감소에 '난색'
'코로나 대출' 신청해도 4월 수령 불투명…"보증심사역으로 은행 퇴직자 뽑아 속도 높이자"

 시중은행 영업점은 대출창구에 상담자가 몰려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사진=박지훈 기자)  
KB국민은행 행신동지점에서 운영하는 코로나 대출 전담창구. (사진제공=국민은행)
대출
 시중은행 영업점은 대출창구에 상담자가 몰려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사진=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왜 교회에는 학원을 압박하는 수준의 ‘반의 반’만한 행정력도 쏟지 않나"

경기도 부천시에서 교습소를 운영하는 A 원장은 뉴스웍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아지니 학원 영업을 멈추라는 당국의 권고가 이해된다. 또 독서실과 노래방, 카페는 워낙 영세한데다 업종 특성과 실내환경도 교습소와는 달라 정부가 쉽게 영업 중단을 권고하지 못하는 것도 납득 가능하다"면서도 주일 예배를 고집하는 일부 기독교 교회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정부 당국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학원 휴업 권고 전에 교회 예배부터 막아라”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 학교의 개학을 연장하고 학원과 교습소에는 휴업을 강도 높게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학원 휴업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만회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휴업만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이 학원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원생 이탈, 임대료 지출 등으로 매출이 크게 떨어진 영세한 학원들은 당장 코로나 대출을 신청해도 4월 중으로 자금을 얻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실상 휴업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절반 이상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성도 중에서 나오거나 이들과 접촉한 사람이었다. 좁은 교회에 다수 사람들이 모인 탓에 비말 감염이 급속히 이뤄진 결과다.

지방자치단체는 바이러스 확산세를 꺾기 위해 군중이 모이는 집회를 금지하고 정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의 개학일을 당초 9일에서 23일로 2주 더 연기했다.

뿐만 아니라 교육당국은 학교 개학을 미루더라도 사교육을 통해 다수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 전국 학원과 교습소의 휴원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학원의 휴업률(전국 43%)이 낮다는 판단 아래 지난 5일 기존보다 강력한 학원 휴업을 권고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지난 6일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학원과 교습소에 개학 연기 기간 동안 휴원을 적극 권고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여는 학원에 대해 다음 주부터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합동으로 집중점검을 실시키로 했다. 

다중이용시설 지침과 시설 방역 상태뿐만 아니라 학원 운영, 소방 안전 관련된 법령도 준수하고 있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또 지자체와 협의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학원은 명단을 공개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한마디로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끝내 문을 연다면 각종 법령 위반 혐의를 찾아내 혼내겠다는 엄포와 다름없다. 휴원을 강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을 바라보는 학원가에는 불만이 가득찼다. 서울 소재 A 국가공인자격시험 학원 이사는 “휴원은 했지만 직원 출근을 위해 학원 문을 열어두니 관할 교육청이 ‘휴원 상태가 맞냐’며 확인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며 “정부 권고를 지키고 있지만 당국은 ‘개원 시 점검 나오겠다’며 고압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불쾌감을 전했다.

같은 학원 행정 담당자는 “모의고사 관련 문서들도 일일이 학생들에게 우편으로 발생하는 등 학원 운영의 변수가 너무 많아졌다”며 “정부 초기 권고에 따라 일찌감치 휴원을 결정했다가 지금은 개원을 고민하고 있지만 사시상 ‘세무조사’에 준하는 당국 점검을 받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의 집단발병감염원이 아닌데다 교육당국과 비교하면 상대적 약자인 학원을 애꿎게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 부천 B 교습소 원장은 “다중이용시설 중 확산의 진원이 된 곳은 결국 신천지 교회 등 종교시설이지 않나”며 “천주교회와 불교계가 종교활동을 당분간 멈춘 상황인데도 정부는 교회의 예배 강행에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피라미만 잡는데 열중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코로나 대출’도 가능은 하지만...실행까지 ‘오매불망

정부의 압박에도 휴원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져 은행을 찾는 학원 업주가 크게 늘었다. 휴원을 하더라도 정규직 강사에게는 통상 임금의 70%를 지급해야 하고 임대료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로나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 중에는 음식·도소매·숙박업 사업자뿐만 아니라 학원 대표도 많다”며 “사진 스튜디오와 함께 의외로 대출 문의가 많은 업종 중 하나가 학원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코로나 대출은 크게 두 가지다. 학원 소재 지역 신용보증재단을 통한 보증서 대출이 첫 번째, 은행 자체 지원 대출이 두 번째다. 

먼저 신보재단 보증서 대출은 금리가 연 1%대로 은행 자체 대출보다 유리하다. 단 대출 실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지금 보증서 대출을 신청하면 4월 중순쯤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웍스가 직접 경기신보재단 고양지점에 상담 전화를 걸었을 때 총 25명이 앞서 대기 중이었다. 유선 상담을 하더라도 보증신청은 지점이나 온라인에서 해야 했다. 신보재단 측도 보증 수요가 폭증한 탓에 사업자공인인증서를 보유한 자를 대상으로는 온라인 보증 신청을 권장하고 있다.

심지어 업무가 폭증한 신보재단의 일부 업무를 은행권에서 도울 정도다. 은행권은 현재 보증서 발급에 앞서 진행되는 현장실사를 대신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보증서 신청까지 신보재단 대신 접수받는 ‘코로나 대출 전담창구’까지 운영 중이다.

통상 은행 자체 대출은 보증서 대출보다 자금을 빨리 내줄 수 있으나 현재 영업점 상황을 보면 이마저도 장담키 어렵다. 뉴스웍스가 직접 찾은 A은행 행신동지점에는 대출 상담까지 1시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안내팻말이 붙여 있었다. 당시 대기인원만 22명이었다. 신보 보증서 대출뿐만 아니라 은행 자체 대출도 심사 지연으로 자금 집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 신속한 코로나 대출 자금 공급을 위해 전담 창구를 운영한다던 은행들의 공지도 일부 홍보 수단에 가까웠다. 하나은행은 전 영업점에서 해당 대출 전담 창구를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고양시 화정역지점에서는 운영하지 않았다. 화정역지점 관계자는 “전담 창구를 운영하는 주엽역지점에 가보라”고 권했다.

정부 지원도 ‘말 잘 듣는 학원’에게 우선...이마저도 적기 공급은 어려울 듯

물론 정부는 휴원 권고를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교육부는 5일 시중은행, 신보재단중앙회와 협력해 적극 휴원에 동참한 학원 등을 대상으로 '안전을 우선하는 학원' 특례보증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예정’이며, 출시되더라도 기존 신보 보증서 대출처럼 대출 집행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이 필요하다면 출시 예정인 상품을 기다리기보다 오히려 당장 보증서 대출을 신청해야 할 판이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 피해를 본 학원이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기업은행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휴원에도 고용을 유지한 곳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나 언제부터 받을 수 있을 지는 기약할 수 없다.

오히려 금융권에서는 은행 퇴직자의 임시 심사역 보충이 해답이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신보재단 보증서 대출은 보증 자금보다는 심사역 부족으로 집행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신보재단 인원만큼 잘할 수는 없더라도 은행권 퇴직자를 한시적인 심사역으로 뽑아 적시에 자금을 공급해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KB국민은행 행신동지점에서 운영하는 코로나 대출 전담창구. (사진제공=국민은행)
KB국민은행 행신동지점에서 운영하는 코로나 대출 전담창구. (사진제공=국민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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