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3.09 17:25

약사들, 늘어난 업무와 응대 스트레스 시달려…'자리 잡는다면 줄서기 없어질 것' 전망도

 

9일 강서구의 한 약국에 붙은 안내문. (사진=장대청 기자)
9일 강서구의 한 약국에 붙은 안내문. (사진=장대청 기자)

[뉴스웍스=전다윗·장대청 기자] 희비는 엇갈렸다. 경기도 남양주에 거주하는 91년생 장씨는 점심시간에 맞춰 약국에 줄을 서봤지만 허탕만 쳤다. 방문한 약국에 입고된 마스크 200장은 40분 만에 동났다. 간발의 차이로 마스크 구입에 성공한 앞사람을 바라보며 장씨는 발걸음을 돌렸다.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에도 기다림은 여전했다. 인원은 다소 줄었으나 약국 앞에 늘어선 줄은 그대로였고, 물량 공급도 제각각이었다. 어떤 약국은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 판매를 마쳤고, 다른 약국은 언제 마스크 물량이 들어오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오전 뉴스웍스가 방문한 서울 지역 약국 18곳 중 오전에 마스크가 입고된 곳은 2곳뿐이었다. 나머지 16곳의 판매 예정 시간은 빠르면 오후 1시부터 늦으면 9시까지 다양했다. 

운 좋게 마스크가 입고된 매장을 찾아도 구매 가능성은 미지수였다. 서울 영등포에서 일하는 직장인 박씨는 마스크 확보에 실패했다. 점심시간을 활용해 약국을 방문했지만, 대기줄이 너무 길어 포기했다. 박씨는 "식사와 마스크 구매까지 하기에는 점심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했다. 

서울 중구 소재 회사에 다니는 이씨는 마스크를 구했다. 점심시간에 약국 5곳을 돌았다. 마스크가 있냐고 묻자 짜증 섞인 응대를 하는 약국도 있었다. 아침부터 같은 문의를 하는 손님이 많았던 탓이다. 이씨는 "그래도 일주일에 2장이나마 마스크를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서 마스크를 사야 할까도 싶다"고 했다. 

지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구, 경북 지역은 왕래가 잦은 서문시장 등의 약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마스크가 동났다. 수도권과 비슷하게 시간과 물량이 정확히 공지되지 않아 혼란을 겪은 이들도 있었다. 전북 지역은 혼란을 막고자 마스크 5부제 시행에 맞춰 도내 마스크 판매 약국 909곳에 인력 900여 명을 파견했다. 

9일 여의도 인근 약국 앞에 마스크 구입을 원하는 인파가 몰렸다. (사진=원성훈 대기자)
9일 여의도 인근 약국 앞에 마스크 구입을 원하는 인파가 몰렸다. (사진=원성훈 대기자)

마스크 판매를 담당하는 약국은 밀려드는 손님에 정신이 없다.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구매 이력을 확인하는 절차가 추가됐다. 하루 250개의 마스크를 판매할 경우 최소 125번의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서울 강서구 가양역 인근 약국의 약사 A씨는 "마스크 관련 문의가 너무 많아서 가끔은 약국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토로했다. 

약국이 마스크를 팔아 과도한 마진을 남긴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다수 약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공적마스크의 약국 납입 단가는 1100원 선이다. 마스크 1장당 마진은 400원꼴이다. 5부제 시행 후 하루 들어오는 마스크 물량은 약 250장으로, 약국은 하루 10만원가량 마진을 남기게 된다.  

뉴스웍스와 만난 약사 B씨는 "늘어난 업무량과 고객 응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약사 C씨도 "돈 벌 생각으로 마스크를 팔지 않는다. 마스크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업무 부담을 각오하고 판매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소 삐걱거렸던 시행 첫날이지만, 다수의 약사들은 마스크 5부제를 긍정적으로 봤다. 마스크 5부제가 자리잡으면 '마스크 줄 서기'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비추기도 했다. 강서구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B씨는 "5부제 시행 후 한동안은 줄을 서겠지만, 구매자가 5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이니 물량 걱정은 크게 없다"며 "5부제 실시와 동시에 관련 프로그램이 설치됐고, 사용도 어렵지 않다. 정책 자체는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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