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3.09 16:47

황교안 "여권 인사들, 낡은 선거공학 사로잡혀 TK 비하 발언 일삼아"
TBS의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 책임론'까지 불거져

친여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다소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캡처)
친여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다소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화면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친여성향의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지난 6일 자신이 진행하는 TBS 라디오방송에서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미래통합당을 비롯한 보수우파 진영이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는 양상이다. 

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는 "여권층 인사들이 여전히 낡은 선거 공학에 사로잡혀서 대구·경북 비하 발언을 일삼고 있다"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앞장서서 이런 추태 정치문화를 바로 잡아주시기를 바란다. 책임 있는 리더십으로 망언을 막아주시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날 김영환 최고위원도 나서서 "이 코로나 사태의 이 과정에서도 이 정부는 이것을 특정지역의 문제로, 특정종교의 문제로 이것을 호도함으로써 국민을 분열시키는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이 정부는 오늘부터라도 국민을 편안하게 하는, 국민을 화합하는 그런 정치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통합당 지도부가 비판대열에 일제히 동참한 이유는 김어준 씨의 발언 때문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민주당 모 청년위원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대구는 통합당 지역이니 손절(損切)해도 된다"고 했고, 지난 7일 민주당 부산지역 당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코로나가 대구·경북에서만 심각한 이유는 한국당(통합당)과 그것들을 광신하는 지역민들이 무능하기 때문"등의 발언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련의 발언에 대해 심재철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권여당과 "친여 인사들이 아무말 대잔치를 벌일수록 분노하는 민심은 4·15총선에서 폭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온국민이 하나가 돼 조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도 부족할 판에 상식 이하의 발언을 쏟아냈는데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에만 눈이 멀었기 때문"이라며 "이 모두가 대구시민들에게 비수를 꽂는 것"이라고 메스를 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대표 이종배)'는 직접 행동에 나섰다. 이종배 대표는 8일 입장문을 내고 "(김어준의 발언이) 대구지역 비하일 뿐 아니라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을 줬다"며 "방송과 SNS에서 더 이상 '대구 사태' 등의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권고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공식적으로 코로나19에 대해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로 확산된 호흡기 감염질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이를 대구 사태라 명명하는 것은 대구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극악무도한 폭거"라고 규정했다.

제21대 총선에서 대구 동구을에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은 도태우 예비후보도 나섰다. 그는 9일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미래통합당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어준 씨는 코로나19가 중국발 감염병이 분명한데도 대구가 문제의 진원인 것으로 주장해 대구시민을 집단으로 모욕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구시민에게 참을 수 없는 모욕감까지 가중시켰다"고 분개했다. 이어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김어준 씨를 고발하는 동시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추가 고소인단과 소송인단을 모집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공동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 회의'에서 "국민께서 마스크마저 마음대로 확보하기 어려운 답답한 나날을 지내신 데 대해 사과드린다"며 "때로는 저희의 사려 깊지 못한 언동으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해드린 데 대해서도 깊이 사과드린다"고 피력했다.

이런 가운데, TBS의 관리·감독 기관인 서울시에서 김어준 씨에게 적절한 제재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TBS가 서울 시민의 세금이 연간 3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재단인 만큼 공공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하는데 이를 어겼다는 논지다.

서울시가 그동안 TBS에 지원한 금액은 2017년 310억원, 2018년엔 316억원, 지난해에는 357억원이었다. 기존의 서울시 산하 사업소에서 독립해 지금은 서울시 출연기관이 된 올해도 388억원이 투입된다.

따라서,박원순 서울시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의견인 셈이다. 그렇지만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는 관리·감독 권한이 조직 경영에 관한 부분에 한정돼 있어 방송 편성 및 내용까지 개입하는 것은 무리"라며 "서울시의 규정상 시에서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대상은 경영과 조직·인사 부분에 한정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처럼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는 가운데에도, 아직은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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