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3.09 17:33

주식·환율 급락, '검은 월요일'…코스피 1954.77, 지난해 8월 29일이후 가장 낮은 수준
유가 장중 배럴당 30달러 하회…美 국채 10년물·韓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사상 최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자료=인베스팅닷컴)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체감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원유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에 폭락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값은 급등, 증시와 환율은 급락했다. 감염병의 전세계적 유행이 마치 금융시장을 과거 금융위기 수준으로 몰아넣는 모양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85.45포인트(4.19%) 미끌어진 1954.77로 장을 마쳤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29일(1933.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코스피뿐만 일본(5.1%)과 중국(3.0%), 홍콩(3.7%) 증시 모두 폭락했는데, 이는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다. 대표적인 위험자산 유가가 요동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강해졌다.

6일(미국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 대비 4.62달러(10.1%) 급락한 배럴당 41.28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어 이날 전장 대비 28.03% 폭락한 배럴당 29.71달러까지 추락하며 30달러를 밑돌기도 했다. 이는 2016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상 원유가가 떨어지면 생산원가도 낮아지나 세계 경제에서는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원유가 폭락은 수요가 그만큼 적어진 세계 경기 침체라는 뜻이고 석유수출로 먹고 사는 중동, 남미 등 신흥국의 경제 사정이 나빠짐을 의미한다. 배럴당 30달러 이하라는 수치는 저유가 시대 이후로는 일시적으로 발생했을 뿐이다.

경기 둔화 우려에 코로나19 공포까지 더해졌다. 불과 3주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던 유로스톡스600지수는 유가 급락 충격, 코로나19의 유럽 확산에 6일 366.80에 마감했다. 이는 52주 최저가(361.07)와 불과 약 5포인트에 불과하다.

뉴욕국채시장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에 들어섰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사상 처음으로 0.5% 밑으로 떨어졌고 30년물 금리도 1%를 밑돌았다. 호주와 뉴질랜드 국채 10년물 금리도 사상 최저치를 찍었다.

안전자산 극도 선호 현상은 우리나라도 피할 수 없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떨어진 후 소폭 회복해 1% 극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도 매수세가 몰리면서 2016년 11일 이후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엔환율은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장중 101엔대까지 떨어졌다가 102엔대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전거래일 대비 11.9원(1.00%) 상승한 1204.2원에 마감하며 다시 1200원을 웃돌았다.

증권·채권·환율시장의 추가 위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긴급재정을 지출키로 했음에도 이 같은 약세장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주식과 자산은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마련한다는 소식에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점점 소비자들을 집에 있게 하고 있다”고 현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3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1.00~1.25%로 결정했다. 하지만 유가 급락 이후 기준금리를 0%대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일시에 살아나기 어려워 보인다. 이탈리아의 확산자는 8일(현지시간) 기준 7375명으로 한국을 넘어섰고, 프랑스(1209명)와 독일(1040명)도 환자 수 1000명을 돌파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북부의 롬바르디아, 베네토, 에밀리아-로마냐, 피에몬테 주에 걸쳐 15개 지역을 다음달 3일까지 정부 허락 없이 출입할 수 없는 레드존으로 지정했다.

이탈리아는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도 유로존 재정 위기 이후로 크게 개선하지 못해 이번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가정에 75억유로(한화 10조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