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3.10 12:38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요 감소와 경기 둔화 모두 악재
사우디 증산에 러시아 "감당 가능"…경기침체 우려 속 공급 과잉

아람코 정유시설. (관련사진출처=아람코 인스타그램)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정유시설. (관련사진출처=아람코 인스타그램)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산유국들의 극적인 원유 감산 합의 없이는 유가 반등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가 급락 요인이 공급 증가와 관련 있던 2014년과 달리 수요 감소와 경기 둔화가 모두 있었던 2008년과 비슷한 양상이기 때문이다.

김정현 교보증권 정유화학부문 연구원은 최근 국제 유가 급락에 대해 “OPEC플러스(석유수출국기구와 러시아 등의 산유국 공동체)가 감산 합의를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망 기관들 역시 원유 수요 전망을 하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6일(현지시간) 전거래일 대비 4.62달러(10.06%) 떨어진 41.28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8일에는 10.15달러(24.58%) 미끄러진 31.13달러에 장을 종료했다. 

최근 WTI 종가는 올해 1월 6일 고점(63.27달러) 대비 절반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앞서 이 같은 수준으로 유가가 급락한 사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4년 미국 셰일오일 생산에 따른 산유국 감산 합의 실패 등 2번이 대표적이다. 2009년 1월 두바이유는 전년 고점 대비 70% 이상 폭락한 바 있고 2015년 1월에는 전년 7월 고점 대비 60% 이상 뚝떨어졌다.

김 연구원은 이번 유가 폭락이 2014년 사례보다 2018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2014년 폭락은 원유 수요 성장과 경제성장률 모두 견조하게 유지된 가운데 발생했지만 2018년에는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화학 수요 성장의 대체 지표인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3월 유가 폭락은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에 최근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9%에서 1.5%로 낮추고 골드만삭스, IEA, OPEC 등 글로벌 전망 기관들이 수요 전망치를 일제히 낮췄다는 점에서 2014년과 비슷하다. 

또 OPEC이 대표적인 비OPEC산유국 러시아와의 극적 타결을 이뤄야 유가 약세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4월 원유공식판매가격(OSP)을 배럴당 6달러 이상 공격적으로 인하하고 하루 100만배럴 이상의 증산을 예고했지만 러시아는 배럴당 25~30달러 수준의 유가를 감당할 체력이 있다고 했다”면서 “따라서 양자간 극적 합의 없이 정유화학 업종은 모두 저유가에 의한 수요 부재, 실수요 부진, 신증설 물량 등 삼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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