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3.10 14:49
T1과 담원의 경기 전 도열한 선수들.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지난 달 5일 T1과 담원의 경기 전 도열한 선수들.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이 1R 반환점을 돌았다. 

젠지 이스포츠가 8승 1패로 1위, T1과 드래곤X가 7승 2패로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최상위권을 형성했다. 아프리카 프릭스는 6승 3패로 이에 바짝 붙은 4위다. 반면 4승 5패의 담원 게이밍은 아슬아슬하게 순위 지표 왼쪽인 상위권 '서부리그'의 막차를 탔다. 

서부리그 팀들은 각자 가진 강점이 발휘된 경기에서는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며 자격을 증명했다. 패배할 때 보여준 아쉬운 점만 보완하면 그 누가 마지막에 왕관을 차지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젠지 이스포츠, 반지를 얻을 수 있을까 

젠지는 팀 구성 직후 '반지원정대'라는 별명을 얻었다. 우승 반지를 따내러 갈 만큼 강력한 스쿼드였기 때문이다. 실제 뚜껑을 열고도 젠지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승리를 향해 달렸다. 

특히 ‘비디디’ 곽보성은 게임 MVP 격인 플레이어 오브 더 게임(PoG)을 8회 얻어 단독 1위다. 오랫동안 젠지의 캐리를 도맡았던 ‘룰러’ 박재혁은 강한 상체 덕에 한가할 정도다. ‘클리드’ 김태민의 안정적인 경기력에 '라스칼' 김광희도 아칼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유일한 패배를 안겨준 T1과 경기에서 젠지는 후반 집중력이 밀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우범 젠지 감독은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스프링 기간 호흡을 맞추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다. 유명선수들이 모인 만큼 지난 시즌 T1처럼 호흡만 맞는다면 강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젠지의 눈은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으로 향하고 있다.

◆T1 "페이커는 페이커"

지난해를 휩쓸었던 T1이 또다시 최상위권에 올랐다. '칸' 김동하와 '클리드' 김태민을 떠나보내며 나왔던 우려는 사그라든 모습이다. '칸나' 김창동과 '커즈' 문우찬이 적절히 자리를 채웠다. 작년 한해 경험을 쌓은 '에포트' 이상호는 과감한 이니시로 한타를 승리로 이끈다. 마무리는 후반으로 가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테디' 박진성이다.

T1은 특히 중장기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실제 T1의 평균 선취점 획득 시간은 마지막 경기였던 아프리카 프릭스전 전까지 13분 28초로 리그 최하위였다. 하지만 리그 성적은 2위다. 지난해만큼 압도적인 힘은 아니어도 "뒤로 가면 안 질 것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역시 2000킬을 달성한 '페이커' 이상혁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역량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분석이다. 페이커는 넓은 챔피언 폭과 뛰어난 위치선정을 바탕해 T1의 경기를 이끈다.

걱정은 초반 라인전 단계다. 아무리 역전에 능하다 해도 젠지, 드래곤X 등 강한 라인전을 바탕으로 빠르게 경기를 굴리는 라이벌 팀들을 상대하기 두렵다. 실제 두 팀에게 패배한 세트에서는 라인전 단계부터 무너져 무력한 모습이 나왔다. 더불어 T1이 패배한 두 팀 한화 이스포츠와 아프리카 프릭스는 변칙에 능한 팀들이다. T1은 흐름대로 흘러가는 게임이 아닌 다소 변칙적으로 흘러가는 경기에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역량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일, 담원과 경기 후 PoG 인터뷰를 진행 중인 '페이커' 이상혁.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2월 5일 담원과 경기 후 PoG 인터뷰를 진행 중인 '페이커' 이상혁.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드래곤X, 이길 줄 아는 팀으로 변모

드래곤X는 지난해 그리핀과 갈등을 겪은 'CBMAX' 김대호 감독을 영입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데프트' 김혁규와 연습생이었던 '케리아' 류민석에 그리핀에서 김대호 감독과 한솥밥을 먹던 '초비' 정지훈과 '도란' 최현준이 합류했다. 정글 라인에는 신예 '표식' 홍창현이 선택받았다. 데프트를 빼고는 모두 데뷔 3년 차가 안 되는 어린 선수들이다. 

드래곤X는 리그 내내 우려와 달리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중단의 초비는 괴물 같은 CS 수급 능력을 앞세워 전 라인에 영향력을 끼쳤다. 신예의 힘도 무섭다. 김대호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케리아를 "역대급 천재성을 가진 선수"라 칭했다. 케리아는 쓰레쉬, 타릭, 라칸 등 무려 14개의 픽에서 강점을 보여줬다. 신인답지 않게 팀 내 중심 오더를 맡고 있기도 하다.

걱정거리로 지목받는 것은 상단 공격로의 도란이었다. 도란은 다른 팀원들에 비해 다소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라인전에서는 상대보다 준수한 능력으로 앞서나가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지만 한타 집중력이 흔들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강력하다고 평가받는 '너구리' 장하권을 상대로도 오른으로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주며 PoG를 따내는 등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T1과 젠지에게 패배할 때처럼 일순간 무너지는 팀 집중력 문제만 해결되면 어린 DRX도 충분히 우승으로 갈 만한 재목이다.

◆'도깨비 팀' 아프리카 프릭스

아프리카는 가장 큰 기대를 모은 팀이었다. 시즌 시작 전 케스파 컵에서 창단 첫 우승을 가져가는 동시에 한 단계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받았다. 현재 성적은 이런 기대에 비춘다면 아쉽다. 4등은 준수한 순위지만 기대감에는 다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기인' 김기인은 여전히 기인이다.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마크를 단 것을 기점으로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상단 공격로 선수로 거듭난 이래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아트록스와 세트, 아칼리를 즐겨 쓰며 발 빠르게 움직여 다른 라인에 기여하는 장점을 가졌다. 주로 나오는 하단 공격로의 '미스틱' 진성준과 '젤리' 손호경도 준수한 모습이다. 

보완이 필요한 것은 중단 공격로다. '플라이' 송용준은 지난 담원 게이밍 전, 조이로 보여준 활약처럼 라인전을 벗어나면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친다. 독특한 챔피언 선택 폭과 타 라인 기여도도 훌륭한 선수다. 하지만 좁은 챔피언 폭과 자주 빼앗기는 라인 주도권이 약점이다. 대안으로 나오는 '올인' 김태양도 같은 약점을 보여줬다. 경기마다 크게 달라지는 팀 전체 기복과 더불어 페이커, 비디디, 초비 등 강한 중단 선수를 보유한 상위 세 팀을 상대로 경쟁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달 27일, 젠지와 경기를 준비 중인 '기인' 김기인.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지난달 27일, 젠지와 경기를 준비 중인 '기인' 김기인.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지난 시즌 모습을 되찾고 싶은 담원 게이밈

담원은 지난 시즌 롤드컵 진출 팀이다. 작년 LCK에서 가장 뛰어난 팀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말이다. 그리핀과 함께 하위리그인 챌린저스 코리아 출신 팀의 반란을 이끌었다. 하지만 올해는 4승 5패로 반타작 승률도 기록하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콕 집어 기량이 무너졌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경기 내 손발이 잘 맞아들지 않고 있다. 

'쇼메이커' 허수의 피지컬은 건재하지만 압도적이진 않다. '너구리' 장하권은 여전하다. 압도적인 피지컬도 여전한 반면 가끔 들어오는 개입 공격에 생각보다 쉽게 잘리는 모습도 여전하다는 얘기다. '뉴클리어' 신정현이 아펠리오스와 카이사를 플레이할 때 무척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최상위 선수라 지목하기에는 아쉽다.

무엇보다 지난 2019 LCK 섬머 정규 시즌 MVP '캐니언' 김건부가 색을 잃은 것이 아쉬울 담원이다. 언제 어디에나 등장하며 전투의 선봉장 역할을 하던 캐니언이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실제 캐니언의 전반기 PoG는 0회에 불과하다. 더 높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캐니언의 재각성이 필요한 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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