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대청 기자
  • 입력 2020.03.10 14:51
T1과 경기에서 패배한 그리핀 선수진.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지난달 26일 T1과 경기에서 패배한 그리핀 선수진.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뉴스웍스=장대청 기자]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이 1R 반환점을 돌았다. 

KT 롤스터는 4연승의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며 단숨에 6위로 올라섰다. 한화생명 이스포츠는 3승 6패, 7위로 주춤했다. 샌드박스 게이밍은 지난해 성적과 기대감에 어울리지 않는 2승 7패, 8위다. APK 프린스는 샌드박스에 승점에서 밀린 9위다. 가장 밑에 있는 그리핀은 지난 정규리그 스플릿 1위다. 논란으로부터 이어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다만 그리핀도 포스트시즌 진출권이 주어지는 5위 담원과는 2승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잠정 휴식기를 마치고 반전에 성공한 팀은 충분히 긴 시즌을 보낼 수 있다. 전력 보강에 무엇보다 힘을 내야 할 순위 지표 오른쪽, '동부리그' 팀들이다.

◆KT 롤스터, 명가의 저력 보여주나

KT 롤스터는 늘 T1과 함께 '이통사 라이벌'로 불리며 e스포츠 명가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KT의 지난해는 잔혹했다. 2019 LCK 스프링에는 승강전까지 다녀오는 등 무력한 모습만 보였다. 올해는 다르다며 '쿠로' 이서행, '에이밍' 김하람, '투신' 박종익 등 평가가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시즌이 시작 후 결과는 5연패로 최하위. 라이벌 T1에 힘없이 완패를 당하고 승격팀 APK 프린스에까지 지며 회복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었다.

'레이' 전지원의 '세트 쇼'로 아프리카 프릭스에 승리를 따내자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이어 샌드박스, 한화생명, 그리핀에 연달아 승리했다. 연승 과정에서 경기력도 준수했다. 그 중심에는 쿠로의 단단한 플레이가 있었다. 연패 중에도 르블랑 등을 바탕으로 좋은 플레이를 펼치며 팀의 중심을 잡았던 쿠로는 단단한 라인전과 타 라인 개입 능력으로 연승을 견인하고 있다. 

불안한 것은 상단 공격로다. '소환' 김준영이 특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케넨을 4번 선택해 4번 모두 이겼지만 이것이 소환의 공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강점으로 평가받던 라인전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지 않는다. '레이' 전지원은 기본적인 위치 선정에도 실수를 보여주는 등 미숙함을 보여줬다. 연승과정 상대가 아프리카 프릭스를 제외하면 모두 하위권 팀들인 점도 불안 요소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평을 받은 팀 전력에 연승으로 기세까지 얻었으니 2R 서부리그로 도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한화생명 이스포츠, 발랄한 팀 분위기는 양날의 검?

한회생명 이스포츠는 시즌 개막 전 케스파 컵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라인 운용과 독특한 픽을 보여줬다. 지난해 세계 무대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인 유럽의 'G2 이스포츠'와 비견된다는 평을 들었다. 기존 선수인 '템트' 강명구에 '큐베' 이성진, '하루' 강민승이 더해지며 충분히 상위권을 노려볼 만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리핸즈' 손시우의 가세는 그런 기대에 더 불을 지폈다.

상단 공격로 소라카를 꺼내며 T1에 승리를 거뒀을 때만 해도 이런 기대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후 별다른 강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어느새 7위로 내려 앉았다. 마지막 경기에서는 APK 프린스의 2승 제물이 되며 3연패를 기록했다. 발랄하고 자유로운 챔피언 선택과 경기 운용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 하단 공격로 소라카와 상단 공격로 트린다미어를 꺼내 들었던 드래곤X와 경기에서 무력하게 패배하는 등 변칙이 잘 통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하단 공격로의 침묵이 아쉽다. 리핸즈는 지난해 그리핀의 약진을 이끄는 선봉장이었다. 한화생명으로 이적한 후에도 리핸즈의 번뜩이는 움직임과 능력은 여전하다. 친정팀 그리핀과 맞붙은 3세트의 쓰레쉬 활약은 그런 모습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다만 같이 짝을 맞추는 선수의 힘이 약하다. 신예 '비스타' 오효성도, 포지션을 바꾼 '라바' 김태훈도, '제니트' 전태권도 라인전이 강하지 않아 리핸즈가 하단 공격로에 자꾸 머무르게 된다. 돌아오는 LCK에서는 리핸즈의 발이 풀려야만 한화의 신바람 운영이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일, 드래곤X와 경기를 준비 중인 '리핸즈' 손시우.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지난 -일, 드래곤X와 경기를 준비 중인 '리핸즈' 손시우.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샌드박스 게이밍, 팀 색깔을 다져야 할 때

8위는 샌드박스 게이밍에 어색한 위치다. 지난해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던 파괴력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하단 공격로에 새로 영입한 '레오' 한겨레와 '고릴라' 강범현 듀오가 좋은 호흡을 보여주며 케스파 컵 결승에 진출할 때의 모습도 사라졌다. 이렇다 할 명확한 문제점 없이 팀이 성적을 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APK 프린스와 치른 리그 첫 경기에서는 정확한 판단과 탄탄한 운영으로 압승을 따내며 지난해 모습을 보여주나 싶었다. 이후 중간에 담원에게 거둔 승리를 제외하면 쭉 미끄러지고 있다. 이에 선수 교체를 통한 승부수를 던져봤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하단 공격로의 '루트' 문검수와 '조커' 조재읍은 7개 세트에 나왔지만 하나의 세트에서만 승리를 차지했다. 

특히 로테이션이 돌아간 초반부 그리핀, 한화생명과 경기에서 진 것이 타격이었다. 샌드박스의 캐리 라인을 담당해왔던 상단의 '서밋' 박우태, 정글 '온플릭' 김장겸, '도브' 김재연도 로테이션을 돌았다. 마지막 젠지 전에서는 '온플릭'을 제외하고 주로 경기에 나오던 모든 선수가 쉬었다. 결과는 2 대 0 패배였다. 샌드박스가 보여주던 탄탄한 팀 결속력을 생각했을 때 이제는 팀 내부 경쟁보다는 명확한 주전 체제와 믿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PK 프린스, 지더라도 '익수'와 함께 공격

승격팀 APK 프린스는 대다수 관계자가 시즌 전 생존이 어려우리라 전망했다. '익수' 전익수가 시그니처 픽 일라오이를 바탕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승강전을 뚫었지만 LCK 팀들의 전력보강에 비해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플로리스' 성연준, '시크릿' 박기선 등을 제외하면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 위주로 선수단이 꾸려졌다.

리그가 시작하고도 APK 프린스는 다섯 세트를 연달아 패배하며 적응에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하단 모르가나와 파이크 듀오 등 변수 픽을 꺼내 들며 세트 승리를 차지했다. 이어 KT와 벌인 최하위 결정전에서도 '하이브리드' 이우진과 익수가 맹활약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상반기 마지막 한화생명과 경기에서도 익수의 탑 질리언 픽으로 기세를 잡더니 정석 픽으로 경기 승리를 가져왔다.   

그동안 리그 약체팀들이 유리한 경기에서도 무기력한 운영을 보여주며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달리 APK 프린스는 공격성을 보여준다. 명확한 컨셉을 살리는 챔피언 선택을 즐기며 이를 공격적으로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양하게 등장하는 챔피언들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높은 딜량을 뽐낸 하이브리드, 다양한 경험을 가진 플로리스 등 성장 가능성도 가졌다. 마지막 경기 승리를 바탕으로 다음 라운드에서도 기세를 몰아간다면 잔류를 넘어 포스트시즌까지도 노려볼 만한 전력이다.

'정글의 왕'이라 불렸던 그리핀의 '타잔' 이승용.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지난 6일, KT와 경기 중인 '타잔' 이승용. (사진 제공=라이엇 게임즈)

◆최하위 그리핀, 아쉬운 왕 '타잔'

지난해는 T1과 그리핀의 전쟁터였다. 두 팀은 스프링과 섬머 두 시즌 모두 결승에서 맞붙었다. T1이 우승컵을 다 챙겼지만 그리핀도 그 과정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어나더 레벨'이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그러나 롤드컵을 앞두고 김대호 감독이 돌연 사퇴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임대 조약과 관련한 문제, 일부 선수들의 폭로 등 사태가 커지며 분위기가 흔들렸다. 그래도 시즌 시작 전 잔뼈가 굵은 한상용 감독과 '유칼' 손우현, '내현' 유내현 등 선수들이 들어오며 성적 자체는 괜찮지 않을까 하는 예측이 나왔다. 특히 최고의 선수로 이름을 날렸던 '타잔' 이승용과 '바이퍼' 박도현이 그대로 잔류했다.

결과는 최하위다. 세 번째 샌드박스전, 네 번째 APK 전에서 연승했지만 이후 내리 5연패다. 패배 과정에서 기대감도 보이지 않았다. 한타 때는 서로의 의견이 갈리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으며 운영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승리한 경기도 바이퍼가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승리한 7번의 세트 중 바이퍼가 PoG를 4번 받았다. KT의 우승을 이끌었던 유칼은 여전히 그 당시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신예 '아이로브' 정상현도 무난하기만 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정글의 왕'이라 불리던 타잔의 하락세가 아쉽다. 모든 정글을 완벽히 장악하며 피지컬과 판단 두 가지 다 최상급 능력을 보여주던 타잔이 평범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커다란 실수를 보여주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지난해 모습에 비춰봤을 때 부진이 더 크게 와닿는다. 분명 최전성기가 무척 높았던 선수들이 모여 있는 만큼 한 번 반등의 기회를 잡으면 치고 나갈 잠재력도 있다. 그리핀이 절치부심 끝에 예전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승리의 열쇠는 타잔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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