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3.21 16:01
3월 21일은 WHO 지정 ‘암 예방의 날’이다. 지난 20일, 암 예방의 날을 하루 앞두고 보건복지부는 ‘암 예방 수칙’ 내 음주 및 예방접종 관련 개정 내용을 발표했다. 이 중 음주 관련 내용이 뜨거운 감자다.

해당 예방 수칙이 만들어 진 것은 10년 전이었다. 당시 음주 관련 내용은 ‘술은 하루 2잔 이내로만 마시는 것을 권고’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해당 내용이 ‘하루 1~2잔의 소량 음주도 피하기’로 바뀌었다. 하루 한 잔만으로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달 내 술 안 마신 날이 없는 기자에게는 청천벽력(靑天霹靂)과도 같은 내용이다. 하지만 그 전에 해당 개정 수칙을 인정하는 것부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반대의 얘기도 떡하니 돌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봐도 반주(飯酒) 정도로 적당히 마시는 술은 오히려 혈액순환 등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보도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당혹감은 결코 낯설지 않다. 동일한 식품에 대해서 정반대의 의학적 견해가 공존하는 현상은 결코 하루 이틀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같은 질병, 정반대의 영향 - 막걸리 및 포도주

해당 현상은 두 가지 양상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한 식품이 같은 질병에 대해 정반대의 영향력을 미친다고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위에서 말한 술이다. 막걸리를 보자. 최근 한국식품연구원의 발표에 다르면, 막걸리에 함유된 베타시토스테롤은 암의 전이 및 성장을 억제한다. 이전에도 막걸리의 파네졸 및 스쿠알렌 성분의 항암효과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포도주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포도의 껍질과 씨앗에 주로 포함되어있는 리스베라트롤은 암세포를 죽인다. 특히 해당 성분은 물보다 알코올에 잘 녹기 때문에 포도주를 마시면 암세포 제거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내용만 보자면 포도주나 막걸리는 암 예방에 특효약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이번 복지부의 발표가 그랬듯 술(알코올 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결론도 버젓이 존재한다. 사실 이번 발표 전부터, 세계암연구재단(WCRF)이나 국제보건기구(WHO)에서는 술을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해왔다. 1등급 발암물질은 ‘발암 연관성이 거의 확실한’ 물질을 일컫는다. 아세트알데히드 같은 알코올의 대사물과 발암 사이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포도주나 막걸리는 모두 알코올이 포함된 술로서, 암에 이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 다른 질병, 정반대의 영향 - 커피 및 아스파탐

한편, 술처럼 특정 식품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이 공존하지만, 각각이 대상으로 삼는 질병은 다른 경우가 있다.

커피는 현대인의 필수 음료로 자리 잡고 있지만, 대표 성분인 카페인의 부작용 때문에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카페인을 적정량 이상 섭취하면 불면증, 메스꺼움, 근육 경련, 심장 두근거림, 위통증, 치아 부식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지난 2011년 경북대 식품공학부 연구팀은 커피의 ‘페놀릭파이토케미컬’에 대장암 및 피부 노화를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의 분석에 따르면, 하루 6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병 위험이 최대 40%가 낮았다.

인공감미료의 하나인 아스파탐도 커피와 같은 경우다. 아스파탐은 칼로리가 높은 설탕의 대체물로 각광받고 있다. 칼로리가 낮기 때문에 아스파탐의 섭취가 비만, 당뇨병,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은 적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스파탐을 많이 섭취할 시, 알레르기, 두통, 현기증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결과가 아직 나오진 않았으나 아스파탐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조사가 이뤄지고도 있기도 하다.

◆ 확언을 금하고, 확신을 자제하자

이렇게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까.

이 글을 준비하고 써내려가면서 독자에게뿐만 아니라 기자 자신에게도 당부하고 싶은 말이 한 마디로 정리됐다. “확언을 금하고, 확신을 자제하자.”

짐작하다시피 이 말은 두 종류의 대상을 겨냥하고 있다. 먼저, 확언을 금할 필요가 있는 쪽은 바로 연구자다. 현재 우리는 특정 식품의 모든 성분을 알지 못한다. 같은 식품에 대해 전혀 다른 얘기가 나오는 것은 결국 연구자들이 완전한 정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극히 좁은 영역을 한정해 연구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자신이 도출한 결론이 전적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협소한 영역에서 얻은 결론을 갖고 섣불리 “술은 암을 유발한다” 혹은 “술은 암을 방지한다"는 식의 전반적인 판단을 내리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한편, 대중 또한 연구자들의 확언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확신해선 안 된다. 전문가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에서 벗어나, 전문가들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견지해야 한다.

결국, 연구자와 대중 모두에게 필요한 마음가짐은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인간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자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소크라테스의 말을 범박하게 끌어오자면, “무지(無知)의 지(知)”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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