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3.21 15:50
죄지은 사람을 가두는 시설인 감옥의 모습이다. 일찌감치부터 이 감옥의 시설과 명칭은 선을 보였다.

한자 세계에서 이 감옥(監獄)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때는 퍽 늦다. 청(淸)나라 이후에야 비로소 지금의 뜻으로 나타난다. 죄지은 사람 가두는 곳이 감옥이다. 그런 뜻으로 가장 먼저 출현하는 단어는 圜土(환토)다. 흙벽으로 둥글게 두른 형태를 ‘둥글다’는 뜻의 圜(환)으로 적었다. 그러나 전설 시대에 해당하는 夏(하)나라 때 등장하고 있어 실재했는지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다음에 출현해 가장 일반적으로 쓰였던 죄인 가두는 장소가 영어(囹圄)다. 죄지은 사람 가두고 그 행동을 제약(制約)한다는 의미에서 생긴 글자라고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그 ‘외양간’을 가리키는 한자 牢(뢰)도 나중에 감옥을 뜻하는 글자로 발전했다. 말을 가두어 기르는 圉(어)라는 글자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고 보니 가축 기르는 곳에 죄 지은 사람을 가두는 게 관행이었던가 보다.

獄(옥)은 주로 일반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송사(訟事)를 뜻하는 글자다. 그러다가 다툼에 이은 구금(拘禁) 등의 의미를 얻어 지금의 監獄(감옥)이라는 단어로 발전했을 것이다. 이 글자 역시 한자의 세계에서 대표적으로 ‘죄인 가두는 곳’을 가리킨다. 그러나 監獄(감옥)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뜻으로 쓰이기 전에는 원래 관아(官衙)의 당직실이라는 뜻이었던 듯하다. 그런 기록이 명(明)나라 때 나온다. 그러나 관공서 당직실에 왜 監獄이라는 글자가 붙었는지에 관한 설명은 없다. 訟事(송사)로 관아를 찾은 사람들을 당직실에 머물게 하면서 감시(監視)했다고 해서 그랬을지 모르겠다.

請室(청실)이라는 말이 흥미를 끈다. 한(漢)나라 때 등장했다. 죄 지은 관리들을 가두는 곳이다. 앞의 請(청)은 ‘권하다’ ‘청하다’의 새김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깨끗이 하다’의 淸(청)과 통한다는 설명이다. 죄를 지은 관리를 가두고 자백하며 용서를 구하라고 만든 감옥이다. 관료 우대의 전통이 엿보이지만, 죄는 같이 다뤄야 마땅한데….

그곳에 갇히는 사람이 囚(수)다. 우리 쓰임으로는 죄수(罪囚), 수인(囚人) 등이 대표적이다. 囚徒(수도) 또는 囚犯(수범)으로도 적는다. 南冠(남관)과 楚囚(초수)도 죄수를 일컫는 용어다. 유래가 있다. 춘추시대 오래 힘을 겨뤘던 楚(초)나라와 晋(진)의 이야기다.

당시 전쟁에서 초나라 악사(樂師)가 진나라에 붙들려 왔는데, 북방인 진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남쪽 나라의 모자(南冠)’을 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직업이 악사라서 음악을 잘 연주했던 모양인데, 그런 일화로 유명해서 초나라 죄인을 뜻하는 楚囚(초수)도 일반적인 죄수를 가리키는 용어로 발전했다.

枷鎖(가쇄)라는 말이 있다. 죄인 목에 두르는 칼(枷)과 발에 묶는 족쇄(鎖)다. 桎梏(질곡)은 발을 조여 묶는 차꼬(桎)와 손에 두르는 수갑(梏)이다. 鋃鐺(낭당)이라는 생경한 한자어가 있다. 두 글자 모두 뜻은 ‘쇠사슬’이다. 죄인을 묶는 용도다.

대한민국의 감옥은 넓다. 게다가 枷鎖(가쇄)와 桎梏(질곡)도 충분하다. 각종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면서 혼탁함을 면치 못하는 우리 사회의 실정으로 볼 때 불법과 비리에 대한 징벌은 더 가혹해야 좋을 듯하다. 사법계의 분발이 필요하다. 죄는 아주 엄하게 다스리자. 그래서 뭐가 이 사회의 문제인지를 분명히 살피자.

 

<한자 풀이)

圜 (둥글 원, 두를 환): 둥글다. 돌다. 원형. 감옥. 하늘. 화폐(貨幣). 두르다, 둘러싸다(환).

囹 (옥 영,옥 령): 옥. 감옥.

圄 (옥 어): 옥, 감옥. 말 기르는 사람. 지키다. 가두다.

枷 (칼 가): 칼. 도리깨.

鋃 (사슬 랑, 사슬 낭): 북(타악기). 사슬. 쇠사슬. 형구(刑具)의 하나.

鐺 (쇠사슬 당, 솥 쟁): 쇠사슬. 종과 북 소리.

 

<중국어&성어>

锒铛(鋃鐺)入狱(獄) láng dāng rù yù: 감옥에 갇히다. 많이 쓰는 성어다.

身陷囹圄 shēn xiàn líng yǔ: 몸이 감옥에 갇히다. 위와 같은 뜻의 성어다.

囚首垢面 qiú shǒu gòu miàn: 죄수의 머리, 때가 낀 얼굴.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아 더러운 모습을 일컫는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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