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0.03.15 05:10

재택근무자 식사·건강 배려…사원 채용도 디지털로 해결

(사진제공=픽사베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혼밥(혼자 밥 먹기) 문화, 화상 면접 등 다소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그간 보수적이었던 기업 문화를 바꾸며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했다. 위기경보는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됐고 이후 한 달여만인 지난달 23일 심각 단계로 높아지며 대한민국 전역에 코로나19 위기가 고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코로나19에 대해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을 선언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많은 임직원들이 근무하는 대기업들의 부담감은 더 컸다. 한 사람이라도 확진자로 판정되면 시설 일시 폐쇄는 물론 주변 감염 의심자들도 2주간 자택격리에 들어가는 등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었다. 몇몇 대기업들이 사내 확진자 발생으로 사업장을 문 닫는 일도 지난달 말에는 종종 있었다. 일시적으로 중단된 업무를 서둘러 정상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안간힘을 썼다. 자택근무을 실시하는 대기업들은 업무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안을 모색, 시행 중이다.

◆'혼밥' 확산…삼성은 재택근무자 식사·건강도 '염두'

무엇보다 기업들의 식문화 풍경이 바뀌고 있다. 직장에서 모임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오면서 회식은 물론, 점심 식사 후 삼삼오오 즐기던 커피 시간도 사라졌다. 구내식당에서도 직원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언택트(untact)란 콘택트(contact·접촉)와 부정 접두사인 언(un-)을 합성한 신조어로 '비대면'을 의미한다.

일부 직장인들은 이를 두고 "혼자 먹으니 오히려 편하다", "상사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식사할 수 있어 좋다", "회식도 아예 하지 않게 돼 저녁이 있는 삶이 이뤄졌다"며 내심 반기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각자 식사하는 형태의 식문화가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직장에서의 점심 또한 개인이 알아서 먹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집단·일괄적 조직 문화보다는 개별·유연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뀌면서 이같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LG그룹은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혼밥' 문화에 앞장서고 있다.

회사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원식당에 테이블마다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는 직원 간 비말(침방울) 감염을 예방한다는 취지에서 독서실처럼 식당 테이블에 칸막이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안내문을 통해 식당 이용 전에는 사원식당 이용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도록 당부했다. 지침에는 반드시 손을 씻거나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식당 내 이동 중에도 마스크를 착용하며, 식사 대기 시 앞사람과 충분한 간격을 유지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LG는 구미, 평택, 창원 등 주요 사업장 내 사원식당에도 이같은 가림막과 안내문을 설치했다. 회사는 임직원들이 식사할 때 분산되도록 전 사업장의 사원식당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사무실 자리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사원식당에서 도시락 등 테이크 아웃 메뉴도 판매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원식당에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가림막이 테이블마다 설치된 가운데 직원들이 식사하고 있다. (사진제공=LG)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원식당에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가림막이 테이블마다 설치된 가운데 직원들이 식사하고 있다. (사진제공=LG)

삼성그룹은 자택에서 격리 중이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임직원들의 식사와 건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은 지난 12일 코로나19로 인해 자택에서 격리 중이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계열사 및 협력사 임직원 5000여명에게 격려 물품을 발송했다. 또한 해외에서 자가격리 또는 재택근무 중인 현지 직원 1000여명에게도 격려 물품을 전달하기로 했다.

삼성은 임직원 중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는 임직원에게도 격려 물품을 보냈으며, 이번 사태로 근무자 교대가 이뤄지지 않아 해외에서 장기 체류 중인 출장자들의 국내 가족들에게도 격려 물품을 준비해 전달하기로 했다. 손 소독제와 핸드워시 등 감염 예방용품, 홍삼과 비타민 등 개인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 보조식품, 컵밥과 간편식 등 생활용품으로 구성됐으며, 각 계열사 대표이사 명의의 격려 편지와 함께 보내졌다.

아울러 삼성은 임직원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다음 주부터 사내식당에서 면역력 강화 특별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직원 보호를 위해 근무형태를 적극적으로 바꾸며 코로나19 극복에 열중하고 있다"며 "특히 확산과 진정을 가르는 분수령인 현시점에서 '언택트 문화'는 효과적인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연시킨 채용, 디지털로 해결…화상 면접 '활발'

코로나19 사태로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전면 연기된 가운데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채용전형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채용재개 시기를 속단할 수 없고 직접 대면 선발방식에 이중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묘수로 '비대면 채용전형'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시도는 코로나19로 인해 그간 경색된 재계 채용이 재개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면접자 간 불필요한 접촉 최소화, 면접 진행을 위한 면접관의 전국 사업장 방문 불필요, 외부인으로부터 사업장·구성원 보건 안전 등의 효과도 있다.

라인플러스와 이스트소프트 등 주요 IT기업은 서류접수부터 면접까지 100% 비대면 온라인 전형을 채택했다. 라인플러스가 발표한 소프트웨어 개발 신입사원 공채계획에 따르면 기존 모든 전형 과정을 온라인을 활용한 언택트 방식으로 바꿨다. 코딩 테스트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모든 면접 역시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원격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단, 코로나19 관련 상황이 개선될 경우 채용절차를 변경할 수 있도록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스트소프트는 지난 9일 2020 상반기 '온라인 공채'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스트소프트 본사를 포함해 이스트시큐리티, 줌인터넷, 딥아이 등 총 4개사가 참여하는 그룹사 상반기 공채 전 과정을 온라인 채용으로 진행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원자의 안전과 편의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화상 면접을 도입한 기업도 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1일부터 진행 중인 모든 채용에 화상 면접을 도입해 오프라인 면접을 대체한다. 지원자가 자택 등에서 노트북, 데스크톱 등 IT 기기를 통해 간편하게 화상 면접 프로그램에 접속해 면접관과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같은 채용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념이 있어서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채용 업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일환으로 구직자들의 각종 질문에 자동으로 답변을 해주는 '챗봇'을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처음으로 도입한 바 있다. 회사는 이번 화상 면접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챗봇 서비스도 한층 강화했다.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임직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서린빌딩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최근 LG전자는 경력직 지원자에 대한 1차 실무 면접을 화상 면접으로 대체 진행 중이다. 카카오도 상시채용 지원자의 면접을 모두 화상 면접으로 전환해 추진 중이며, CJ그룹 또한 내달 진행될 일부 직군 공개채용에 한해 화상 면접을 도입할 예정이다.

자체 SNS 채널을 온라인 채용설명회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 중인 기업도 눈에 띈다. 지난 6일부터 상반기 신입공채를 진행 중인 롯데그룹은 최근 유튜브 내 '엘리크루티비' 채널을 개설해 주요 직군의 업무를 담은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SK그룹은 올해부터 오프라인 채용 행사를 열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온라인 채용설명회를 새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채용전형 다변화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은 아직 안개 속이다. 3월 신입공채 연기는 기정사실이 됐으며, 대학 입학도 2주 연기돼 학사일정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후 예정된 필기·면접 전형은 물론 5·6월 중 모집에 돌입하는 하계 인턴, 하반기 공채까지 선발 일정에 줄줄이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 5명 중 3명 이상(61.1%)이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구직준비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서미영 인크루트 대표는 "혹여 상반기 결원 등을 고려해 하반기에 채용 규모가 상향된다면 구직자 입장에서 우려를 줄일 순 있지만 전체적인 일정 연기는 기업의 연간채용 기획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만큼 추이는 지켜보되 가능한 전형에서 온라인 방식을 적극 도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