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0.03.17 04:50

민주당 "압도적 지지율로 4년 전 치욕 만회" vs 민생당 "중진들 개인경쟁력 기대"

12일 전라북도 출신의 박주현(왼쪽부터), 조배숙, 유성엽, 정동영, 이용호, 김관영 의원은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당적을 초월해 "예결소위 전북 배제, 지역격차 해소할 의지가 있느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원성훈 기자)
지난해 11월 12일 전라북도 출신의 박주현(왼쪽부터), 조배숙, 유성엽, 정동영, 이용호, 김관영 의원은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당적을 초월해 "예결소위 전북 배제, 지역격차 해소할 의지가 있느냐"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21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범여권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호남권은 광주(8석)·전남(10석)·전북(10석)등 총 28석이다. 과거 국민의당처럼 민생당이 다시 호남의 맹주에 자리에 오를지 주목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남권 총선에서도 과거 총선과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의 의석 쟁탈전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지난 20대 총선에선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은 '녹색돌풍'을 일으키며 23석을 쓸어 담았다. 국민의당의 의원들이 다시 뭉친 민생당은 이 지역을 기반으로 '호남 명가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번에 지역위원장과 청와대 출신 주요 인사들을 대거 배치해 빼앗긴 지역을 되찾는 것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민생당이 다시 한 번 영광의 깃발을 휘날릴지, 민주당이 수복할지, 그들의 운명은 이번 선거로 갈리게 된다. 

특히 민주당에게 공천을 받은 후보들의 거센 도전에 맞설 민생당의 현역 중진 의원들 중에서 과연 몇 명이나 생환할지가 선거 판도를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경쟁해 원내 1당을 유지하려면 호남 압승이 절실하다. 이에따라 호남에서 20석 이상 확보를 목표로 정한 상태다.

여론조사 결과만 보면 큰 소리 칠만하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호남 유권자 정당지지율은 민주당이 62%였고, 민생당은 1%에 그쳤다. 엄청난 격차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에서 당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23~25석 정도 싹쓸이를 예상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는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4·15 총선 의석수 시뮬레이션에서 전체 지역구 253곳 가운데 130곳의 당선을 전망하면서 호남 기반 정당인 민생당은 3석을 차지할 것으로 가정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 3석이 어느 지역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현역 중진 의원에 대한 피로감과 집권여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민주당의 '싹쓸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민생당으로선 생각하기 조차 싫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이에맞서 민생당은 인물론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민생당 관계자는 "호남은 전략투표를 하는 곳"이라며 "민주당 공천 잡음에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만큼 민생당의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시 한 번 펼쳐지는 대결 구도

20대 총선에서 단 989표 표차로 승패가 갈렸던 정동영 의원과 김성주 전 이사장을 포함해 호남에서 재대결하는 지역구는 8곳에 달한다.

리턴매치 지역 중 광주는 동남을에서 국회 부의장을 지낸 박주선 민생당 의원(4선)이 민주당의 이병훈 전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과 19대 총선부터 이어진 세 번째 리턴매치를 펼친다. 

광주 서을에서는 천정배 민생당 의원(6선)이 양향자 전 민주당 최고위원과 재대결하게 됐다. 

광주 북을의 경우 최경환 민생당 의원(초선)과 이형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다시 승패를 겨룬다. 각각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이다. 

광주 동남갑에서는 장병완 민생당 의원(3선)이 윤영덕 전 청와대 행정관과 맞붙는다. 

전북 전주병에서는 민주평화당 대표 출신의 정동영 민생당 의원(4선)이 19대 의원을 지낸 민주당의 김성주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재대결한다. 

전주갑에서는 시의원 출신으로 도의회 의장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김광수 민생당 의원(초선)이 민주당의 김윤덕 전 의원과 다시 만났다.

익산을에서는 판사 출신의 조배숙 민생당 의원(3선)이 한병도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과 다시 맞붙는다.

고흥·보성·장흥·강진에서는 황주홍 민생당 의원(재선)이 김승남 전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리턴매치를 펼친다. 김 전 위원장은 19대 의원 출신으로,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경선에서 황 의원에게 패배했다.

민생당, 개인 경쟁력 지닌 거물 의원으로 승부

선거에서 당락을 가르는 3요소로 선거의 구도와 바람, 그리고 인물이 꼽힌다. 이미 호남에서는 지난 '촛불 민심'으로 치러진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민주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졌다. 지역에선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70%를 웃도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덕에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4년 전 치욕을 만회하는 것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생당에서 유효하게 써볼 수 있는 전략은 '인물'이다. 호남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박주선·천정배·김동철·장병완 의원 등을 내세워 민주당과 1대 1 구도로 싸워 다수의 의석을 확보할 방침이다.

특히 박주선 민생당 의원은 호남 정치 1번지로 꼽히는 광주 동구·남구을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4선의 박 의원은 이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지낼 정도로 조직력과 인지도가 높다. 또한 20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을 지냈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민생당 창당을 위한 3당 통합추진위원장 등 중량감 있는 행보로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보폭을 넓혀왔다.

호남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정치인인 박지원 민생당 의원 역시 목포에서만 3선을 지냈고 오랜 기간 지역 내 조직력을 단단히 쌓고 여러 지역사업을 이끌어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지역에선 그간 쌓은 개인 경쟁력만으로 박 의원이 무난하게 5선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민생당은 전북에서도 인물론을 부각시킬 전망이다. 현재 전북 총선 민심 역시 민주당으로 회귀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민생당은 '당심'과 '인물' 간 대결 구도가 제대로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소속 정당 지지율과 무관하게 지역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경륜 있는 민생당 현역 의원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여당의 압승을 장담할 순 없다. 

전북에서는 김광수, 정동영, 조배숙, 유성엽, 김종회 의원 등 민생당 현역 의원들이 최종 후보로 나선다. 

특히 조배숙 민생당 의원은 익산을 지역구 사수를 노리고 있다. 조 의원은 이곳에서 17·18·20 총선에서 승리한 호남 유일의 3선 여성 중진 의원이다. 그가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할 경우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에 오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역에선 '중진 의원을 양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잖이 형성돼 있다. 20대 총선에서 '세대교체론'이 대세였다면, 21대에서는 '중진등판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생당 관계자는 "민주당에 비해 정당 지지율이 턱없이 낮은 것은 알고 있다"며 "진심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 전북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관록과 경험을 두루 갖춘 현역 국회의원들이 포진돼 있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심판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