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3.15 11:00

伊 '상환 유예'에 그쳐…韓 '신규대출'부터 '우대금리'까지
꽃 소비 운동과 착한 임대료 운동 등 비금융 지원도 펼쳐

한 글로벌 속보 전문 매체는 지난달 15일 NH농협생명이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화훼농가를 '꽃 소비 운동'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료화면=Engnews24h 캡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지구 동쪽과 서쪽의 대표적인 반도국가 한국과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 나라의 소상공인들은 손님이 끊기다시피 해 매출 감소 피해가 엄청나다. 기업들은 수출입 관련 유동성 위기 혹은 환자 발생이나 부품 조달 차질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이란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두 나라의 은행들은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은행은 순수한 금융지원에 치중한 반면 한국의 은행들은 비금융지원까지 펼치고 있다. 이로 인해 '급'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유니크레딧 "상환 최대 6개월 유예"…韓 신규대출, 우대금리도 지원

이탈리아에서 영업하는 대형 은행으로 프랑스계 BNL, 영국계 바클레이스, 이탈리아계 유니크레딧, 인테사 산포올로, UBI방카 등 5곳을 손꼽을 만하다.

이들 은행들은 현재 코로나19 환자가 다수 나온 피에몬테, 롬바르디아, 베네토, 에밀리아 로마냐,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 트렌티노 알토아디제, 라치오 등 7개 주(州)를 대상으로 긴급 금융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유니크레딧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개인, 법인 혹은 운영본부를 둔 사업체의 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상환을 6개월간 유예한다. 

또한 이번 사태로 수입 대금을 지불키 어려운 기업을 대신해 지급하고 그 상환을 최대 120일 연기해주기로 했다. 통상 90일 안에 수입품을 판매해 은행에 갚아야 하지만 이 기간을 120일로 늘려줬다.

고객과의 대면 영업을 줄이기 위해 비대면 서비스의 혜택과 접근성을 높였다. 앞서 언급한 7개주에서 ATM(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를 면제하고 텔레뱅킹 서비스 인력은 기존 200명에서 400명 수준으로 늘렸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금융 서비스의 중단 없는 제공을 위해 비상근무체제를 가동했다. 반드시 필요한 인력을 제외한 나머지 본부 직원들은 다른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한국 은행들의 금융서비스 지원 폭은 이탈리아보다 훨씬 넓다. 이탈리아는 사태가 심각한 지역에 긴급금융을 지원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역과 상관없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개인과 기업을 모두 돕는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00명을 넘겼고 확진자수도 이미 한국을 훌쩍 넘은 상황을 감안하면 지원 범위는 한국보다 제한적이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상환 유예 중심의 이탈리아 은행과 달리 신규대출, 우대금리 등도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규대출은 업체당 최대 5억원 제공하고 우대금리는 연 1~1.3%포인트 적용한다. 상환 유예 기간도 이탈리아 은행이 보통 6개월인 반면 국내 은행의 경우 최대 1년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국내 은행장들의 코로나19 조기 극복 의지가 매우 강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비올 때 우산을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라 내 어깨 한 쪽이 젖더라도 우산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韓 은행 꽃 소비 운동'에 큰 관심…비금융지원에도 총력

글로벌 속보를 전문으로 다루는 한 해외 매체는 지난달 15일 'NH농협생명,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 지원(NH Nonghyup Life supports flowers farmers struggling with Corona19)'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금융사가 코로나19의 피해자들을 금융이 아닌 비금융 방식으로 지원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현재 신한·농협 등 국내 은행들은 발렌타인 데이(2월 14일), 화이트 데이(3월 14일)를 맞아 화훼농가를 지원하는 의미로 꽃을 구매해 직원과 고객에게 선물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정부의 '착한 임대인 운동'에 적극 호응해 중소 사업체의 시름을 덜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상가 임대료 인하 운동이 전통시장, 구도심, 대학가 등 전주시 전역에 확산되고 있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이에 우리은행은 같은 달 24일 임차인이 임대료를 깍아주는 건물주에 대해 대출금리와 수수료 등을 우대하기로 하면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이 운동에 참여했다. 일주일 후에는 은행이 보유한 건물에 입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임대료를 5개월간 30% 감면키로 했다.

당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메일로 "국가적 비상상황에서는 전 그룹사가 책임감을 갖고 일사불란하게 정부의 대응 체계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객 안전과 피해 방지를 위해 사각지대 없는 지원에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국내 은행들은 대구·경북의 치료시설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나오자 연수원을 내주었다. 코로나19 피해가 해당 지자체에 집중돼 경증환자들이 머무를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금융그룹과 기업은행이 연수원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쓰러질 수 있는 업종"이라면서 "나라가 그런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은행이 국민과 기업을 돕는 것은 의무이자 자신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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