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3.16 04:50

"태영호 고집하면 중도층 지지자 이탈...통합당 10~20석 정도 상실"
"코로나19 사태·조국수호 프레임·선거구획정 불만, 민주당에겐 악재"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로 출마하는 태영호(태구민)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미래통합당 서울 강남갑 후보로 출마하는 태영호(태구민) 전 주영북한대사관 공사가 지난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4·15총선에서 어느 정당이 최다 의석을 기록할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상당수의 선거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번 선거야말로 누가 웃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어느 총선보다도 선거 판세를 좌우할만한 굵직한 변수들이 상당히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의 태영호 공천이 미칠 파장과 역대 총선에서 전국 판세의 바로미터로 작용해왔던 서울·수도권에서 과연 어느 정당이 승기를 잡게될지 짚어본다.  

◆통합당, '태영호 공천' 고집하다가 '중도층' 지지 잃을 수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고 있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에 대해 "남한에 뿌리가 없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강남과 무슨 관계가 있나. 태 전 공사의 강남갑 공천은 국가적 망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총선을 코앞에 두고 우리 당의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정치 원로로서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태 전 공사를 지역구 후보로 낸 것은 혁신 공천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태 전 공사는 대한민국 헌법상 엄연한 우리 국민으로, 대한민국에 들어와 우리 국민과 전 세계에 북한의 적나라한 실상을 널리 고발해온 인물"이라며 "우리 당은 2012년 탈북민 출신 조명철 의원을 비례대표로 공천해 당선시킨 바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비록 외형적으로 태 전 공사 공천의 부당성을 피력하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김형오 통합당 공관위원장에 대한 정치적 공세라는 분위기가 적잖다.

이런 가운데,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강남병 김미균 시지온 대표 공천 철회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관위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미균 후보자는 최근 당내외에서 "통합당의 정체성에 정면으로 반하는 인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 북유럽 순방 동행 사진은 물론,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문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추석 선물 인증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통합당 내외의 이런 지적을 김 공관위원장이 수용하고 사퇴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듯 보이지만 근본적인 내부 갈등과 알력 다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그동안 공천과정에서 '김형오계'로 분류되는 인사의 약진과는 달리 '황교안계' 인사들이 푸대접 받았다는 인식이 통합당내에 적잖은 상황에서 '김형오 사천' 논란을 빚었던 6곳에 대한 재심의 결과, 인천 연수을에 민경욱 의원과 민현주 전 의원 간의 경선 및 대구 달서갑에서의 이두아 전 의원과 홍석준 후보 간의 양자 경선이 결정됐다.

이에 더해 '김형오계'의 또 다른 인사인 태영호 전 공사의 거취까지 김종인 전 대표가 문제 삼고 나서게 되자,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전 대표는 "통합당의 공천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당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지 않겠다"며 "당의 잡음(공천 문제)이 해결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안할 것이다. 사실상 선대위원장 수락은 어렵지 않겠나"라고 피력했다.

야권 일각에선 이를 두고 사실상 황교안 대표를 향해 던진 김 전 대표의 승부수라는 시각도 나왔다. 야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는 중도의 상징이고, 김 전 대표의 전반적 시각이 바로 중도층의 시각과 일맥상통한다"며 "언제나 그렇지만 선거에서는 최대 40% 정도로 평가되는 중도층의 표심을 잡지 못하고서는 선거 승리는 요원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중도층들은 태영호라는 인물을 극우로 보고 있고, 이런 인물은 탈락시켜야 한다는 정서가 내재돼 있다"며 "바로 이런 정서를 김 전 대표가 대변한 것으로 보면 거의 틀림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태영호를 고집하다가는 중도층의 표심을 잃게 돼 원래 예측했던 의석 수에서 통합당이 전국적으로 10~20석 정도를 더 잃게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김형오(가운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공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3자구도'에서 사실상 '양자구도'로 전환

지난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의 결과를 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강세지역이었던 곳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하는 등 수도권에서 선전했지만, 호남지역은 국민의당이 석권했다. 또한,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 2위를 기록하는 등 약진했는데 제3당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의석을 얻은 것은 1996년 제15대 국회의원선거 이후 20년 만의 일이었다.

당시에는 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의 3자구도가 정립되면서 국민의당이라는 3당의 존재 때문에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원래 예상됐던 승자가 아닌 경쟁 정당의 후보자가 승리하는 효과를 불러왔다.

이번 21대 총선에서는 이른바 '역(逆) 국민의당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즉, 20대 총선이 3자 구도속에서 치러졌다면 21대 총선은 사실상의 양자구도로 치러지게 됨에 따라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로 인해 어부지리로 승리했던 각 지역의 후보자가 이제는 약세로 돌아서게 될 확률이 적잖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치열하게 1·2위를 다투었던 서울 관악갑과 전북 전주 갑·병 및 경기 안산상록을에서 민주당이 독식하게 될 확률이 높다. 반면 당시 국민의당 인사들을 상당히 흡수한 미래통합당은 이들이 출마한 지역구에서 의외의 선전을 할 가능성도 있다. 

◆'조국수호 프레임'은 민주당의 악재
 
지난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조국수호당(가칭) 창당준비위원회는 4일 결성 신고를 했다. 창준위는 발기문을 통해 "기성정치 세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명확한 실천으로 적폐 세력으로부터 조국을 수호해 나갈 새로운 정치조직을 만들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창준위 공동대표인 이태건 씨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 장관이 검찰 사법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했듯 우리도 조국연대 창당으로 조국의 희생을 헛되이 사라지지 않게 하자"고 밝혔다.

적잖은 전문가들은 조국수호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면 할수록 중도층의 미래통합당으로의 쏠림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면서 '선거판이 조국수호 프레임'으로 짜여지면 민주당에게는 악재중의 악재가 될 것이고 통합당에게는 상당한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흐름속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이와 관련해 "어떠한 창당 작업에도 참여하거나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저는 검찰 수사로 피폐해진 가족을 돌보고, 사실과 법리에 근거해 검찰 기소의 부당성을 법정에서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을 뿐"이라고 발빠르게 선을 그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의 서울 종로출마설도 솔솔 올라오는 분위기다. 물론,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은 편으로 평가되는 분위기지만 성사될 경우 이낙연 전 총리에게는 악재로 평가된다. 다만, 선거 이후 책임론에 휩싸일 확률이 상당해서 손 전 대표가 결행하기는 쉽지않아 보인다는 의견이 적잖은 상태다.

◆선거구 획정 불만으로 일부 지역 '부글부글'

최근 선거구 획정이 되는 과정에서 강원도 춘천시와 전남 순천시 등의 반발이 상당했다. 특히, 전남 순천시는 선거구가 둘로 나뉘는 대신 해룡면을 광양시 선거구에 통합하면서 지역 정치인은 물론 시민단체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순천시 해룡면 주민자치위원회와 순천 YMCA 등의 시민단체들은 지난 10일 순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선거구 획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에 통과된 순천·광양·구례·곡성 갑을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은 선거법 제25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소위 게리맨더링"이라며 "헌법이 정한 주민들의 권리, 표의 등가성에 기초한 당연한 권리가 도둑질당하고 짓밟혔다"고 성토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광양·구례·곡성 선거구에 새로 편입된 인구 5만5000여명의 순천시 해룡면 유권자와 권리당원은 민주당 경선에서 빠진 채 진행됐다. 이에따라 순천시민들의 분노가 거세지자 12일 더불어민주당은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선거구 후보자 선출을 위한 재심을 열고 심사 연기를 결정했다. 하지만 민주당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19사태 역시 집권여당에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초기 대응에서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이 잘못했다는 여론이 널리 퍼진 상태다. 엄청난 희생을 치른 끝에 이나마 신규 확진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에는 대구·경북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고립과 국민들의 적극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참여, 의료인들의 헌신 덕분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지닌 채 유포되는 상태다.

선거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통합당보다는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만한 것들이 더 많아 보인다"며 "이번 21대 총선에서 서울·수도권의 표심은 민주당보다는 통합당의 신승(辛勝)으로 흐를 확률이 적잖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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