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예비군 복무기간마저 줄인 민주당의 '국방포퓰리즘'
[취재노트] 예비군 복무기간마저 줄인 민주당의 '국방포퓰리즘'
  • 전현건 기자
  • 승인 2020.03.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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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전현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4·15총선을 앞두고 내놓은 '예비군 훈련기간 단축'과 '부사관 확대' 등의 국방공약은 현역 군인과 예비군 표심을 겨냥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의심받기 충분하다.

민주당은 지난 9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방정책 구현한다"면서 예비군 훈련기간을 1년 단축하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동원예비군은 1~3년 차, 지역예비군은 4~5년 차로 각각 1년씩 훈련 기간이 줄어든다. 조정식 정책위의장은 "스마트 정예강군 육성으로 세계 5위의 국방력을 건설하겠다"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방정책, 군 복무에 전념할 수 있는 장병복지도 구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 5위의 국방력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국방정책이 왜 예비군의 훈련 기간을 줄이는 것으로 결과가 도출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선거철만 되면 나오는 단골메뉴인 '군복무기간 단축' 공약에서 더 나아가 예비군 복무 기간마저 줄이겠다는 것이다.

예비군 훈련 기간 단축으로 동원예비군 대상 자원은 현재 130만 명에서 95만 명으로 줄어든다. 병역자원 감소에 따른 예비군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간마저 단축한다면 유사시 동원자원 부족과 훈련 수준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이런 인적 감소를 해결하고 초급간부 부족현상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민주당은 초임 부사관의 장기 복무 선발 비율을 대폭 높인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유급지원병(전문 하사관) 제도도 6~18개월의 현행 복무기한을 최대 48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장기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현역 장병부터 군 간부까지 줄어드는 상황 속에 나온 고육지책이라지만 재원 확보는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국방비 예산(50조1527억 원) 중 인건비만 35%(17조6382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병사 인건비는 약 2조원(병장 기준 월급 54만1000원)이지만 15조 원 이상이 직업 군인(장교·부사관·군무원) 인건비다. 가뜩이나 복지 예산 증가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재정 확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직업군인에게 더 들어갈 봉급과 수당 마련에 대한 철저한 논의도 없이 충원 확대라는 발표만 앞세운 격이다.

장기복무자가 늘어나면 적자 난지 오래된 군인연금에 들어가는 예산 지원도 커질 수밖에 없다. '2018회계연도 국가결산', '2019∼2023년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군인연금 부채는 186조 원(연금충당부채 기준)에 달한다. 이미 적립금이 고갈돼 재정이 떠안고 있는 군인연금 국가보전금이 올해만 1조574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직업군인을 지원하려는 청년들의 표를 의식하기 앞서 현재 복무하는 부사관 인력이 빠져나가게 하지 않을 방법부터 강구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국방부가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육군 하사 충원율은 2014년 90.9%에서 2018년 72.8%로 불과 5년 만에 무려 18.1% 포인트나 감소했다. 하사 충원율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열악한 처우과 의욕 저하로 풀이된다. 내부 이탈을 막지못하면서 외부에서 신입 부사관을 뽑는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공약과 다름없다. 궁극적으로 밑 빠진 독에 돈만 붓는 격이 될 것이다.

부사관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야근·휴일수당도 없고 '시간외 수당'만 있을 뿐이다. 장기복무가 보장된 사관학교 출신 장교와는 달리 하사 임관후 4년 의무복무 조건으로 들어온뒤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장기복무하게 된다. 일부에게만 군인연금도 받게 되는 '평생 직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장기 복무 비율을 크게 상향조정한다면 대상자들은 경쟁률이 떨어져 행복하겠지만 기존 장기복무자와의 형평성 시비가 초래될 수 있고 무엇보다 인건비가 급증하게 된다. 더구나 4년간 복무할수 있게 한다고 해서 유급지원병이 더 몰릴 지도 의문이다.

군의 바탕을 이루는 병력 문제는 관련 부처와 전문가 및 정치권이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최대한 신중히 검토해야한다. 표심 잡기나 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불쑥 던지는 것은 전형적인 군 포퓰리즘이다. 단기적으로 이해당사자들에겐 달콤한 사탕처럼 여겨지지만 장기적으로 이를 썩게 할 뿐이다. 지속 가능성이 낮아 자칫 안보 위기로 귀결될 우려도 있다.

세계 5위의 국방력을 갖추고 정예 강군을 확보하려면 군 구조 개선과 전력 증강, 병영문화 개선 등 다각적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것이 군 원로들의 조언이다. 선거철마다 선심성 공약을 남발할수록 오히려 군에게 독약이 될 수 있다는 이들의 충고도 귀담아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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