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0.03.19 04:30

민주당 "김두관, 양산을 공천으로 5곳 추가 승리 기대"
'친문' 유영민 vs '저격수' 하태경, '스마트경제론' vs '인지도'
조경태 '지하철 승부수'에 이상호 '지역 낙후 책임론'으로 맞서

김두관(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동연 전 양산시장 (사진=네이버 인물)
김두관(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나동연 전 양산시장 (사진=네이버 인물)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 판세를 정리하면 서울·수도권은 미래통합당의 백중 우위, 호남은 민주당의 절대 우위로 평가된다.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해 통합당 강세지역이지만 선거구 획정에 따른 변수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컴백에 이은 원주갑 도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도민의 기대감이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변수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선거전문가들은 미래통합당의 우위를 점치고 있다.

대전광역시와 세종시, 충청남북도는 그간 선거마다 전체적인 구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던 곳이다. 이번에는 '코로나19사태'의 여파로 다소 야권에 유리한 기류가 형성되면서 통합당의 박빙 우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 지역내 상당 부분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경상북도와 대구광역시는 전통적으로도 통합당의 텃밭이었지만, 이번에는 특히 '심리적·경제적 피해'가 상당해 통합당의 절대 우위 지역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PK(부산·경남)지역 판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총선 전체의 성패가 좌우될 확률이 적잖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서 민주당이 거둘 성적에 따라 '원내 1당 유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여야는 이 곳에 당력을 집중하는 양상이다. 

◆김두관, 자신은 살고 PK 대부분은 잃는 '현대판 계백장군' 될까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PK(부산·경남)지역에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는 정치인으로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김두관 의원이 가장 먼저 손꼽힌다.

민주당에서 4·15 총선에서 자신의 선거구는 물론, 이 지역 전체의 선거를 진두지휘할 인물로 범위를 좁힌다면 김경수 경남지사는 이번 총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에 김두관 의원만 남게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일찌기 김 의원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면서 경남 양산을에 김 의원을 배치했다. 김 의원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김포시갑으로 출마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는데 토를 달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인다. 경기 김포갑 지역을 잘 안다고 자부하는 이 지역 정치인들 중 상당수는 "김 의원이 김포갑에서 선거조직을 워낙 잘 다져놓았다"고 평가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이런 '정치적 옥토'를 떠나 경남 양산을로 가게 된 것은 그만큼 당내 PK 사정이 만만치 않았음을 의미한다. 지도부가 PK선거를 위해 김 의원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 사실상 '차출'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원래 PK에서 민주당이 확실하게 승리가 가능하다고 본 곳이 2군데 정도였는데, 김 의원을 양산을로 공천하면서 이제는 한 5곳 정도의 승리를 내다보고 있다"고 귀뜸했다. 이 같은 발언은 이번 총선에서 김 의원에게 민주당이 크게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아울러, 김 의원에게는 문재인 대통령 사저가 있는 이곳에서 반드시 당선돼야할 '사명'이 부여됐다. 이에 더해, PK 선거에서 단 한 곳이라도 더 민주당의 깃발을 꽂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할 '의무'도 뒤따른다. 이런 미션을 성공적으로 달성한다면 차기나 차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될 수 있음도 물론이다.

문제는 경남 양산을을 비롯한 PK 곳곳의 현재 판세다. 경남 정치권 일각에선 나동연 전 양산시장과의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는 김 의원 자신의 승리도 녹록치 않지만, 여타 다른 지역에서도 만만한 곳이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는 민주당이 백중세 혹은 백중 우세로 보는 분위기지만 서부 경남 지역은 '거의 전패를 각오하고 있다'는 풍문도 들려온다.

자칫하다가는 김 의원이 용맹스럽게 나선 이 지역에서 본인은 승리하지만,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낙선하는 결과를 빚게 되면서 '현대판 계백장군'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민주당이 PK에서 고전할 것으로 평가되는 이유에 대해 지역에서는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첫째, 문재인 정부의 '초기 코로나19 대책 미흡'과 이에 이어진 '마스크 수급대책'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점이다. 둘째, 이곳 상당수의 사람들이 지역경제가 회복 불능할 정도로 초토화됐다고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 민심이반이 상당하다고 읽혀지는 상태다.

김두관 의원도 최근 이 같은 기류를 읽은 듯 "(이곳은) 좋은 기업을 유치해야 하는 등 현안이 수도 없이 많다"며 "그런 것에 대한 정치적 역할은 아무래도 국회의원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 잘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기대가 승부처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유영민, '저격수' 하태경 넘을 수 있을까 

부산 해운대갑은 '친문' 유영민 전 과기부 장관과 '저격수'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 간의 리턴매치로 확정됐다. 4년 전 대결에선 하태경 의원이 51.75%를, 유영민 전 장관은 41%를 득표해 하 의원이 10%p 득표 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유 전 장관이 지금 같은 비중의 정치적 경력을 쌓기 이전이었다는 시각도 상당해 이번 21대 총선에선 접전이 예상된다. 아울러 부산 해운대구는 전통적으로는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최근 젊은 층의 유입이 상당했고 화이트칼라도 많은 곳으로 평가돼 민주당이 의외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유 후보는 최근 "대한민국 100년 먹거리를 해운대에서 시작하겠다"며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춘 '스마트경제도시 해운대'를 위한 D(Date)N(5G Network)A(AI)를 세우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구체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고등학교와 대학 등 관련 교육기관을 해운대에 만들고 이를 통한 전문인력 양성과 이들이 근무할 수 있는 기업을 유치해 신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는 하태경 통합당 의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저격수'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출마선언 당시에도 "문재인 정권 폭주를 막겠다. 문재인 정권 3년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악몽 그 자체'"라며 "한국 경제성장률은 10년 만에 최악이다. 안보는 무능 그 자체다"고 일갈했다. 다만, 중앙에서의 존재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 소홀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사람의 리턴매치는 '스마트경제론'과 '인지도'의 대결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조경태 vs 이상호...'원조 친노' 격돌

부산 사하을에서 펼쳐지는 4선인 조경태 미래통합당 의원과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전 사하을 지역위원장 간의 대결도 이번 4·15총선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이 전 위원장은 노사모 대표 출신이고, 조경태 의원은 원조 친노로 보수텃밭이었던 부산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당적으로 17대부터 19대까지 내리 3선 고지에 올랐다. 이후 그는 자유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당적 이동 후의 지난 총선에서도 또 다시 사하을에서 부산 최고 득표율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의 깃발을 들고 부산 사하을 지역에서 당선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일반론을 깨고 조 의원은 이 지역에서 4선을 했다. 그만큼 조 의원의 지역구 관리가 섬세했다는 얘기다. 조 의원 당선의 주요 이유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이다. 상당수의 사하을 주민들은 신평에서 멈췄던 부산도시철도 1호선을 다대포까지 달리게 한 공로를 칭찬한다.

이런 가운데, 조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는 "지하철이 개통되면 주위 환경이 모두 좋아진다"며 "부산 1호선 연장에 이어 장림에서 구평, 감천, 자갈치로 이어지는 도시철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의원과 이 지역에서 격전을 치르게 될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노사모 활동 시절 인터넷 예명인 '미키루크'로 알려져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희망돼지저금통 운동' 등을 이끌며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에 선대위 일각에서 공을 세웠다. 이후, 전문건설공제조합 감사를 지냈고 지난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사하을 지역위원장을 맡으며 지역을 이끌었다. 

그는 "지금 지역 주민들은 '사하가 왜 낙후됐냐'고 묻고 있다"며 "16년 동안 발전하지 못한 사하을을 이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를 판단하는 선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여하튼, 양 후보는 모두 '친노'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금배지를 놓고 다투면서 정치적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 셈이다. 조경태 의원이 '지하철 승부수'를 내세웠다면 이상호 후보는 '지역 낙후 책임론'으로 맞서는 양상이다. 어떤 것이 사하을 주민들의 표심을 더 크게 자극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PK의 전체적인 선거 판세는 미래통합당의 전반적 우세가 완연한 가운데, 이른바 '스타 선거구'에서는 박빙의 접전으로 선거전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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