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03.19 10:24

A군 아버지 "열이 41도 넘는데도 그냥 집에 돌려보냈다"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한 '사이토카인 폭풍'이 사인" 주장도 나와

경기도 안산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시)
경기도 안산시 선별진료소에서 검체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산시)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보건 당국이 폐렴 증세를 보인 17세 소년이 사망했다고 밝힌 가운데 해당 소년의 부모가 병원 측의 대응이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개정된 코로나19 사례정의가 잘못된 대처를 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5분경 대구시 영남대병원에서 17세 소년 A 군이 사망했다. A 군은 특별한 기저질환은 없었으며 다발성 장기부전이 사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 당국은 A 군 사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조사 중이며 만약 코로나19 확진 판정이 나온다면 국내 첫 10대 청소년 사망 사례가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A 군의 아버지(54)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병원 측이 코로나19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들을 집에 돌려보냈다"며 "열이 41도가 넘는데 그냥 집에 돌려보낸 경산중앙병원이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A 군의 아버지는 "아들은 중국을 다녀온 적도 없고 신천지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A 군은 지난 10일 오후 5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빗속에서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매했고 그날 밤부터 발열이 나타났다. 

첫 발열 이후 체온이 41도가 넘는 등 증세가 심각해지자 A 군은 12일 경산중앙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병원 측은 선별진료소가 문을 닫았다며 해열제 등 약만 처방해준 뒤 다음 날이 돼서야 검사를 시행했다.

13일 검사를 받은 뒤에도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오자 병원 측은 "폐에 염증이 있다"며 약만 처방하고 집에 돌려보냈다. 이날 오후 상태가 위독해진 A 군은 영남대병원으로 옮겨졌다.

A 군이 영남대병원 격리병실로 이송되면서 부모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지막 말은 "엄마, 나 아파"였다. A 군은 영남대병원에서 혈액 투석, 에크모(ECMO·인공 심폐 장치) 등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사망했다.

A 군 사망에 대해 경산중앙병원 관계자는 "환자(A 군)가 내원한 뒤 진료를 받고 병원 선별진료소에 가서 검사를 받은 현황을 경산시 측에 전달했으니 시에 문의해달라"고 전했다. 이어 경산시 측은 다시 "경산시 보건소에 확인해보겠다"고 책임을 넘겼고 보건소 관계자는 "팀장급 이상 간부에게 확인을 해보겠다"고 하는 등 이번 A 군 사망 사례에 대한 관계자·전문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편 일각에서는 A 군이 사망한 이유가 변경된 코로나19 사례정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례정의는 감염병 감시와 대응을 위해 관리해야 할 대상을 의미하며 코로나19의 경우 지난 2일 7판이 나온 상태다. 

지난 2일 개정된 코로나19 사례정의 신구비교표. (표 제공=질병관리본부)
지난 2일 개정된 코로나19 사례정의 신구비교표. (표 제공=질병관리본부)

이 7판 사례정의가 코로나19 진단 범위를 축소했다는 비판이 있다. 7판이 개정 전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기존 '의사 소견에 따라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에서 '의사 소견에 따라 원인미상폐렴 등 코로나19가 의심되는 자'로 변경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과거엔 발열 증상 등만 있어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코로나19 진단을 권고할 수 있었지만 '원인미상폐렴 등'이라는 용어가 추가되면서 일부 의사들이 검사 비용이나 감염 등에 대한 우려로 폐렴이 아닌 다른 증상에 대해선 진단 검사를 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7판 개정을 통해 코로나19 진단 대상자 범위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보면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부터 위중 단계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원인미상폐렴 증세는 적어도 중증 이상일 때 나타난다"며 개정된 사례정의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변경점을 지적하면서 A 군이 처음 경산중앙병원을 찾았을 당시 폐렴 증상이 아닌 발열만을 호소했기 때문에 코로나19 검사 대상으로 판단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개정된 7판 사례정의는 조사대상 유증상자를 '중국 등 코로나19 지역 전파 국가를 방문한 뒤 증상이 나타난 자'와 '코로나19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으며 증상이 나타난 자'로 규정하고 있다. 

A 군의 아버지에 따르면 A 군은 중국을 다녀온 적도 없고 국내 집단발생과 가장 큰 관련이 있는 신천지도 아니기에 A 군이 개정된 사례정의에 부합하지 않아 신속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7판 사례정의가 진단검사 대상을 축소했다는 의혹에 대해 질본 관계자는 "해당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장 의사들이 코로나19 의심소견을 낼 때 참고할 증상이 있으면 좋겠다고 해 '원인미상폐렴'을 예시로 넣었을 뿐이며 그 뒤에 '등'이 있기 때문에 의사 판단의 재량권은 여전히 유지된다"고 해명했다.

한편 A 군의 사망 원인이 '사이토카인 폭풍'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력이 너무 강해져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면서 대규모 염증반응이 나오는 증상이다. 즉 면역력이 강한 청소년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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